▒ 완당김정희 ▒ 751

소나기가 바로 그치기에 답답히 앉아 운자를 뽑다[驟雨旋止 憫坐拈韻] -완당 김정희-

소나기가 바로 그치기에 답답히 앉아 운자를 뽑다[驟雨旋止 憫坐拈韻] 고개 돌릴 그 사이에 비 오다 볕이 나니 / 暘雨朝來在轉頭 까맣던 아침 정원 깊고도 그윽하네 / 黝然庭宇忽深幽 산빛이라 물빛을 모두 새로 얻었나니 / 山光水色皆新得 만학이라 천봉에 급류가 상상되네 / 萬壑千峯想急流 ..

금헌이 또 시로써 꼬이므로 즉석에서 다섯 첩을 이루다. 이 밤에 비바람이 크게 일다[今軒又嬲以詩 走成五疊 是夜大風雨] -완당 김정희-

금헌이 또 시로써 꼬이므로 즉석에서 다섯 첩을 이루다. 이 밤에 비바람이 크게 일다[今軒又嬲以詩 走成五疊 是夜大風雨] 누런 먼지 휘말려라 이 몸이 하 고달픈데 / 黃塵辛苦尺三身 꿈속에는 막힘없이 먼 데 사람 보겠구려 / 夢裏惟無隔遠人 이를 위해 마음껏 비나 함께 구경하리 / 爲是盡情同..

금헌과 더불어 함께 종경릉의 운을 뽑다[與今軒共拈鐘竟陵韻] 10수 -완당 김정희-

금헌과 더불어 함께 종경릉의 운을 뽑다[與今軒共拈鐘竟陵韻] 10수 한 시대 품은 생각 상령에 어울리니 / 一代襟懷合爽靈 계사를 함께 가져 난정풍류 이었으면 / 擬將稧事續蘭亭 그대 보니 이젯사람 박하단 말 못 믿겠소 / 因君不取今人薄 나를 위해 여러 번 갈 길을 멈추다니 / 爲我多敎去路停 ..

석경루에서 서옹의 운에 차하다[石瓊樓 次犀翁韻] -완당 김정희-

석경루에서 서옹의 운에 차하다[石瓊樓 次犀翁韻] 골짝 속엔 청사의 말고삐라면 / 谷裏靑絲騎 산중에는 죽피(竹皮)의 관이로구려 / 山中紫荀巾 꽃을 보니 모두 다 예전의 나무 / 看花皆昔樹 잔을 잡으니 역시 묵은 사람만 / 把酒亦陳人 변해가는 연기구름 아깝다지만 / 久惜煙雲變 새로운 광경도 늘 그..

이재와 작별하고 바로 백련산옥에 가서 벽상운에 차하다[別彛齋 轉往白蓮山屋 次壁上韻] 2수 -완당 김정희-

이재와 작별하고 바로 백련산옥에 가서 벽상운에 차하다[別彛齋 轉往白蓮山屋 次壁上韻] 2수 봄바람에 이별을 한번 했더니 / 春風一爲別 이 땅이 거듭 마음 상하게 하네 / 此地重傷心 바라보니 가는 구름 아스라하고 / 悵望行雲遠 서성대니 지는 해 깊어만 가네 / 低回落日深 신선 사람 학주를 ..

가을날 과지초당에 거듭 오다[秋日重到瓜地草堂] -완당 김정희-

가을날 과지초당에 거듭 오다[秋日重到瓜地草堂] 문을 나니 가을이 정히 좋은데 / 出門秋正好 중을 끌어 다시금 어여쁘다네 / 携衲更堪憐 정겨움 내보이는 삼봉의 빛은 / 款款三峯色 가물가물 다섯 해 이전이로세 / 依依五載前 푸른 이끼 낡은 집에 그대로 있고 / 靑苔仍屋老 붉은 잎은 수풀에 물들어 ..

팔월 이십이일 심설과 함께 삼도의 놀이를 떠나면서 도중에서 구호하다 -완당 김정희-

팔월 이십이일 심설과 함께 삼도의 놀이를 떠나면서 도중에서 구호하다[八月卄二日 與沁雪共作三島之遊 途中口號] 아슬한 길 서려서려 말지 못하니 / 危途盤未已 높은 구름 발 부딛어 서늘도 하이 / 行觸高雲涼 머언 빛은 본래로 붙음 없어라 / 遠色元無着 가을 하늘 천황을 깨뜨리련다 / 秋空..

관음사에서 혼허에게 주다[觀音寺 贈混虛] -완당 김정희-

관음사에서 혼허에게 주다[觀音寺 贈混虛] 중을 이끌고 상계에서 묵노라니 / 携僧上界宿 한 게에 만 인연이 가벼워지네 / 一偈萬緣輕 솔위 해는 신계를 툭 트여오고 / 松日敞神界 묏바람은 열정을 없애주누나 / 山風無熱情 창 안에는 다만 산빛깔인데 / 窓中只嶽色 절 속에는 들리는 게 매미의 소리 / ..

손이 와서 부질없이 짓다[客至漫賦] -완당 김정희-

손이 와서 부질없이 짓다[客至漫賦] 저녁이자 갠 산이 문 밀고 드니 / 晴山入夕扉 맑은 햇빛 줄기는 갖가지 새들 / 禽鳥娛淸暉 구우라 정든 사람 그린 적 오래 / 舊雨懷人久 우담은 현세하기 왜 드물다지 / 優曇現世稀 대나무는 푸르러라 외사를 닦고 / 竹靑修外史 파초는 새옷이 벌어지누나 / 蕉綠綻新..

심시도에 우연히 쓰다[偶題尋詩圖] -완당 김정희-

심시도에 우연히 쓰다[偶題尋詩圖] 시 찾기는 어디메가 좋은고 하면 / 尋詩何處好 시경은 그림 속에 깊이 들었네 / 詩境畫中深 심려를 흩날려라 먼 생각 맞고 / 散慮延遐想 말 잊은 채 좋은 소리 기다려야지 / 忘言待好音 대빛과 어울리려 서책을 베고 / 枕書交竹色 오동 그늘 빌리려 탑을 내리네..

가을밤에 연생과 더불어 함께 짓다[秋夜 與蓮生共賦] 2수 -완당 김정희-

가을밤에 연생과 더불어 함께 짓다[秋夜 與蓮生共賦] 2수 술이 익자 꽃조차 갓 피어나니 / 酒熟花初發 시의 정은 눈썹 끝에 함께 엉겼네 / 詩情俱在眉 다른 이끼 돌은 같은 기쁨이라면 / 異苔同石喜 각각 꿈 상 함께 한 앎이로세 / 各夢共床知 벌레소리 푸른 등불 비내리는 밤 / 蛩雨靑燈暗 기럭 ..

북둔에서 도화를 구경하다[北屯看桃花] -완당 김정희-

북둔에서 도화를 구경하다[北屯看桃花] 척오의 땅이라 성 동쪽에는 / 城東尺五地 만 수풀에 일제히 꽃이 피었네 / 花發萬林齊 불승을 당장에 깨칠 것 같고 / 佛乘如將悟 선원도 또렷하여 희미치 않네 / 仙源了不迷 차간엔 파란 이끼 어울려 있고 / 乳苔叉磵合 격산은 검은 눈썹 나직하구나 / 眉黛&#397..

관음각에서 연운 심설과 더불어 시선의 모임을 갖다[觀音閣 與硯雲沁雪 作詩禪會] -완당 김정희-

관음각에서 연운 심설과 더불어 시선의 모임을 갖다[觀音閣 與硯雲沁雪 作詩禪會] 그대가 오래도록 못 온 탓으로 / 久緣君不到 길 이끼 하도 자라 무더기졌네 / 逕蘚尺成堆 크나큰 옥과 같이 사랑하여라 / 愛是如豐玉 목마를 때 매화처럼 생각한다오 / 思之似渴梅 당 앞에 석류꽃은 불이 빨갛고 ..

객이 풍악을 구경하고 돌아왔다 하기에 함께 짓다[客自楓嶽遊歸 共賦] -완당 김정희-

객이 풍악을 구경하고 돌아왔다 하기에 함께 짓다[客自楓嶽遊歸 共賦] 그대는 선경에서 노닐다 오니 / 君自仙區到 구름에 물든 눈썹 윤기가 나네 / 芝眉綠染雲 평생을 산수로 친구 삼으니 / 平生山水友 어언이라 문자를 벗어 버려라 / 脫落語言文 늙은 돌은 영원히 약조 남기고 / 老石長留約 갈매기는 ..

이재 엄견의 행을 보내다[送彝齋嚴譴之行] -완당 김정희-

이재 엄견의 행을 보내다[送彝齋嚴譴之行] 새해 들어 귀양가는 두 나그네는 / 新年兩逐客 하나같이 임금님을 광정(匡正)할 생각 / 至道一匡君 말은 달려 하중의 눈어름 밟고 / 馬踏河中雪 까마귀는 성 위의 구름에 우네 / 烏啼城上雲 변방 산 다할 날이 어느제런고 / 邊山何日盡 새적은 처량하이 ..

자다 일어나니 안개가 걷혀 만상이 다 드러나므로 또 전운을 쓰다[睡起霧罷萬象呈露 又用前韻] 2수 -완당 김정희- |

자다 일어나니 안개가 걷혀 만상이 다 드러나므로 또 전운을 쓰다[睡起霧罷萬象呈露 又用前韻] 2수 깨기 전의 일을 곰곰 헤아려보니 / 重理醒前事 가물가물 아득한 속에 떨어지네 / 依依墮渺冥 사양이 갑자기도 빛깔을 내니 / 斜陽忽生色 만 가지 녹색에다 천 가지 청색 / 萬綠與千靑 뜨락 백(柏)은 공..

포사하기 위해 오대산에 오르다[曝史登五臺山] -완당 김정희-

포사하기 위해 오대산에 오르다[曝史登五臺山] 굽어보니 온 길이 사뭇 가까워 / 俯看來路近 나도 몰래 들어왔네 아득한 이곳 / 不覺入幽冥 봉우리 반은 전혀 흰 데 감기고 / 峯半全沈白 숲 끝은 아스라히 청에 얽혔네 / 林端遠錯靑 법 구름은 밖에서 두호해 주고 / 法雲呈外護 신선 불은 그윽한 속에 비..

차운하여 오난설에게 부치다[次寄吳蘭雪] 가존을 대신하여 지음 -완당 김정희-

차운하여 오난설에게 부치다[次寄吳蘭雪] 가존을 대신하여 지음 홍삼은 옛 친구가 생각나는데 / 紅衫懷舊雨 백발은 자신이 부끄럽구려 / 白髮愧雌辰 쌍나막신 광려의 게노래라면 / 雙屐匡廬偈 천병 술은 정업호(淨業湖)의 봄날이로세 / 千壺淨業春 금문의 매대은이 이 아닌던가 / 金門梅大隱 철..

연경 사행에게 주다[贐燕京使行] 3수. 가존(家尊)을 대신하여 지음. -완당 김정희-

연경 사행에게 주다[贐燕京使行] 3수. 가존(家尊)을 대신하여 지음. 삼천 리라 머나먼 길 달려가지만 / 三千里遠道 오히려 그 노고를 잊을 만하네 / 尙可忘其勞 청구가 작다는 걸 비로소 알리 / 始識靑邱小 백탑같이 높은 것은 어디도 없어 / 無如白塔高 매화철에 작약이 꽃 활짝 피고 / 梅時開芍..

운석 지원과 동반하여 수락산 절에 함께 놀고 석현에 당도하여 운을 뽑다[同雲石芝園 偕遊水落山寺 到石峴拈韻] -완당 김정희-

운석 지원과 동반하여 수락산 절에 함께 놀고 석현에 당도하여 운을 뽑다[同雲石芝園 偕遊水落山寺 到石峴拈韻] 낭간이라 지초라 평소의 생각 / 珢玕芝艸想 세월은 문득문득 가고 또 가네 / 歲月忽侵尋 낡은 눈엔 기럭발톱 남아 있고 / 殘雪留鴻爪 노는 구름 학의 마음 끌어가누나 / 閒雲..

승가사에서 동리와 함께 해붕화상을 만나다[僧伽寺 與東籬會海鵬和尙] -완당 김정희-

승가사에서 동리와 함께 해붕화상을 만나다[僧伽寺 與東籬會海鵬和尙] 그늘진 골짝에는 비가 일쑨데 / 陰洞尋常雨 한송이 푸르러라 아스란 저 봉 / 危峯一朶靑 솔바람은 불어서 탑 쓸어주고 / 松風吹掃榻 별을 길러 병으로 돌아보내네 / 星斗汲歸甁 돌은 본래의 면목 입증한다면 / 石證本來面 새는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