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초신응식 ▒ 32

멸하지 않는 것 -석초(石艸) 신응식(申應植) (1909~1975)-

멸하지 않는 것 -신석초- 황홀하게도 은밀하게도 내 가슴에 정열이 타고 남은 적막한 잿무덤 위에 예지와 수많은 그림자로써 꾸며진 이 회색의 무덤 위에 피닉스! 오오. 너는 되살아나서 불과 같은 나래를 펴고 죽은 줄만 여긴 네 부리에 매혹의 힘은 다시 살아나서 나를 물고 나를 쪼고 애인보다도 오..

춤추는 여신 -석초(石艸) 신응식(申應植) (1909~1975)-

춤추는 여신 -신석초- 달은 잠들고 그윽한 함숨 지는 밤 동산으로 꽃 같은 여신이 나려오도다 매혹하는 꽃 송아리! 꾸며 논 보석의 수풀 속에 꿈결같이 움직이는 나신이 바람에 흔들리는 물을 그리면서 금강석에 묻힌 호수위에 모호한 장미빛 안개 떠돌아서 (여신은 매력에 술을 마시고) 제 그림자에 ..

밀도를 준다 -석초(石艸) 신응식(申應植) (1909~1975)-

밀도를 준다 -신석초- 익어 터지려는 이 밀도 열매! 오오랜 열망이 와서 어린 항아의 담을 반에 놓아서 네 아담한 웃음에 주거니 그래도 제 몸 숨김일래 엷은 비단의 잔털로 싸서 유방의 붉은 은밀한 끝이 애써 지난날의 근심을 깨우려나 오오. 아나한 여인이여! 매혹으로써만 감춘 단 이슬로 바쯤 벌어..

처용은 말한다 -석초(石艸) 신응식(申應植) (1909~1975)-

처용은 말한다 -신석초- 바람아, 휘젓는 정자나무에 뭇 잎이 다 지겄다. 성긴 수풀 속에 수런거리는 가랑잎 소리 소슬한 삿가지 흔드는 소리 휘영청 밝은 달은 천지를 뒤덮는데 깊은 설레임이 나를 되살려 놓노라. 아아 밤이 나에게 형체를 주고 슬픈 탈 모습에 떠오르는 영혼의 그윽한 부르짖음------ ..

삼각산 옆에서 -석초(石艸) 신응식(申應植) (1909~1975)-

삼각산 옆에서 -신석초- 이 산 밑에 와 있네. 내 흰 구름송이나 보며 이 곳에 있네. 꽃이나 술에 묻히어 살던 도연명이 아니어라. 눈 개면 환히 열리는 산 눈 어리는 삼각산 기슭 너의 자락에 내 그리움과 신석초(申石艸, 1909 ~1975). 본명은 응식, 호는 유인(唯仁),석초(石艸).충남 서천 출생.경성제일고보 ..

꽃잎 절구(絶句) -석초(石艸) 신응식(申應植) (1909~1975)-

꽃잎 절구(絶句) -신석초- 꽃잎이여 그대 다토아 피어 비 바람에 뒤설레며 가는 가냘픈 살갗이여. 그대 눈길의 머언 여로(旅路)에 하늘과 구름 혼자 그리워 붉어져 가노니 저문 산 길가에 져 뒤둥글지라도 마냥 붉게 타다 가는 환한 목숨이여. ({시문학}, 11호, 1972.6) 신석초(申石艸, 1909 ~1975). 본명은 응식..

신석초 시인의 <석초시집>이, 출간 60돌을 맞아 새롭게 출간되었다.

1930년대에 활동을 시작하여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라는 화두에 천착했던 신석초 시인의 &lt;석초시집&gt;이, 출간 60돌을 맞아 새롭게 출간되었다. 초간본 원본을 그대로 수록하고, 상세한 주해와 해설을 덧붙였다. 또한 현행 국어 규범에 맞게 새로이 엮은 페이지를 함께 실었다. 1946년 6월 30일 처음 ..

탱자나무 울타리를 보면 석초 선생님이 생각난다 -김명희-

꿈의 언덕으로 줄달음 치던 때, 우리 집 울타리는 탱자나무로 되어 있었다. 지금도 그대로 있지만 지난날 나는 그곳에서 꿈을 키웠다. 봄이면 탱자나무의 작은 잎사귀 사이로 드문드문 피어나는 하얀 꽃을 보려고 장독대 위에 있는 울타리를 둘러보곤 하였다. 가을이면 누런 탱자가 꽃처럼 달려있고 ..

나의 시 정신과 방법 -석초(石艸) 신응식(申應植) (1909~1975)-

내가 한 편의 시작품을 이루었다고 하면 그에는 나의 소망, 또는 몇 권의 책에서 얻은 조금씩의 영양이 작용한 셈이다. 나는 생래로 순수한 한국적인 가정(이렇게 말하는 것은 인습이 어디보다도 완고했기 때문이다)에서 자라났기 때문에처음에 한학적인 학습, 특히 시에 있어서는시전(詩傳)과 당시(..

1933~38년까지 쓴 시들을 수록한 신석초(申石艸)선생의 첫 시집

1933~38년까지 쓴 시들을 수록한 신석초(申石艸)의 첫 시집으로, 노자(老子)의 위무위사무사미무미(爲無爲事無事味無味)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전체를 3부로 나누어, Ⅰ부에 &lt;비취단장(翡翠斷章)&gt;, Ⅱ부에 &lt;촛불&gt;, &lt;규녀(閨女)&gt;, &lt;연(蓮)&gt;, &lt;밀도(密挑)를 준다&gt; 등 11편, Ⅲ부에 &lt;가야금(..

석초 신응식 선생께서 간직해오든 이육사 선생의 난초 그림과 한시

(석초 신응식 선생께서 간직해오든 이육사 선생의 난초 그림 ) 늦게 동산에 올라 샘 돌 있는 곳에 거처 점하여 한양에 같이 살아감을 즐거워했었네 잔 들어 담대함을 자랑하고 높은 데 올라 해 긺을 한하였네 산은 깊어 새소리 차갑고 시를 이룸에 밤빛 푸르러라 돌아가는 배 어찌 서둘리오 별과 달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