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笛)
-신석초-
슬프다, 찬 달이여.
연기 낀 서러벌의
옛 하늘로 헛되이
네 먼 꿈을 보내는가.
아스라한 날과 달이
흘러가고 또 와도
네
인간의 어지러운 풍파(風波)를
그치지는 못할넨가.
어느 뛰어난 악공(樂工)이 있어
널 불러 흥량한 소리를 내어
창해에 담뿍 어린 구름을
깨끗이 쓸진 못하는가.
멸(滅)한 나라 옛 빈 터전에
남은 찬 달과 연기
오오. 애달픈 침묵의
저(笛)여.
신석초(申石艸, 1909 ~1975).
본명은 응식,
호는 유인(唯仁),석초(石艸).충남 서천 출생.경성제일고보 입학,
일본 법정대학 철학과 졸업. 1932년,유인이라는 이름으로
<문학창작의 고정화에 항(抗)하여>라는 평문을 썼으며, 1933년 이후
카프 회원으로 활약하다가 1933년 박영희와 함께 카프를 탈퇴.
그 후 <자오선>동인으로 활동.
시집으로 <석초시집>(1946),<바라춤>(1959),<폭풍의 노래>(1970),
<처용은 말한다>(1974),<수유동운(水踰洞韻)>(1974) 등과 이외에
그의 저작으로는 <발레리 연구>,<임어당산고>등 에세이 다수와
<석초집>,<자하시집>,<시전> 등의 번역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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