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언덕으로 줄달음 치던 때, 우리 집 울타리는 탱자나무로 되어 있었다. 지금도 그대로 있지만 지난날 나는 그곳에서 꿈을 키웠다.
봄이면 탱자나무의 작은 잎사귀 사이로 드문드문 피어나는 하얀 꽃을 보려고 장독대 위에 있는 울타리를 둘러보곤 하였다. 가을이면 누런 탱자가 꽃처럼 달려있고 한바가지 따다가 방안에 두면 그윽한 향기는 어느 향수 못지 않게 좋았다.
그 옛날 우리나라의 대가이신 신석초 선생님은 부자이셨다. 어느 날 밤, 그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종들이 도둑을 잡고서 주인(신석초 선생님)께 데리고 왔다 종들은 주인에게 엎드린 도둑을 벌주라고 했다. 그런데 그 주인은 탱자나무 울타리를 뚫으라고 종들에게 명했다. 그 도둑을 덮어씌우고 사람이 지나 다닐 만큼의 구멍이 나자 그 울타리 밖으로 도둑을 내 쫓았다는 얘기가 있다.
종들은 주인에게 물었다. 왜 도둑을 다그치지 않고 울타리 밖으로 내 보내느냐고. 주인은 대답했다. 틀림없이 한 동네에 사는 사람일텐데 내가 그 도둑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은 이 동네에서 살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나도 한사람을 잃고 싶지 않다네. 그리고 그 도둑이 내 얼굴을 보면 나중에 길에서 나와 마주치게 되면 또 그 사람은 부끄러워서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피차 좋지 않는 일은 보지 않는 게 상책이니 나도 그 사람 얼굴을 모르고 그 사람도 내 얼굴을 못 봤으니 아마도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게야 하더란다.
대가답게 일의 마무리도 현명하게 하셨다 탱자나무 울타리를 가지면 그 가시 때문에 도둑이 침범 할 수 없으니 탱자나무 울타리를 보면 그 선생님이 생각난다. 또한 사람을 용서하는 법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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