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초신응식 ▒

1933~38년까지 쓴 시들을 수록한 신석초(申石艸)선생의 첫 시집

천하한량 2007. 4. 28. 05:12

 

 

1933~38년까지 쓴 시들을 수록한 신석초(申石艸)의 첫 시집으로,

노자(老子)의 위무위사무사미무미(爲無爲事無事味無味)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전체를 3부로 나누어,  

Ⅰ부에 <비취단장(翡翠斷章)>,

Ⅱ부에 <촛불>, <규녀(閨女)>, <연(蓮)>, <밀도(密挑)를 준다> 등 11편,

Ⅲ부에 <가야금(伽倻琴)>, <가야금 별장(別章)>, <검무랑(劒無娘)>, <파초(芭蕉)> 등 11편, 모두 23편의 시를 수록.

 

본 시집은 그보다 앞서 간행된 [청록집(靑鹿集)]과 더불어 해방 직후의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민족진영 문학인의 의연한 시적 자세를 과시한

업적의 하나로 평가된다.

 

발레리의 순수시 이론에 입각하여, 노장적 세계를 시로써 구현한다는 태도가  

이 시집의 일관된 흐름이며,

 

감정의 개입을 극도로 절제한 지적 엄밀성과 허무사상을 대전제로 해서 추구된 고전적 형식미에의 경도가 보인다.

 

수록 작품 중 처음에는 제목을 <돌팔매>라 했다가 후에 개제한 <바다에>는

다음과 같다. "

 

바다에 끝없는 

물결 위으로 

내, 돌팔매질을 하다

허무(虛無)에 쏘는 화살셈 치고서 

돌알은 잠깐 

물연기를 일고

금(金)빛으로 빛나다

그만 자취도 없이

사라지다 

 

오오, 바다여

내 화살을 

어디다 감추어 버렸나 

바다에

끝없는 물결은

그냥 까마득 할 뿐…

 

신석초는 자작시를 해설하는 글에서 이 시가 발레리의 <잃어버린 술>에서 얻은

이미지를 재구성한 것이며, 그 내용적 의미는 굳이 말한다면

"없는 것의 있음(有無之有)"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