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38년까지 쓴 시들을 수록한 신석초(申石艸)의 첫 시집으로,
노자(老子)의 위무위사무사미무미(爲無爲事無事味無味)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전체를 3부로 나누어,
Ⅰ부에 <비취단장(翡翠斷章)>,
Ⅱ부에 <촛불>, <규녀(閨女)>, <연(蓮)>, <밀도(密挑)를 준다> 등 11편,
Ⅲ부에 <가야금(伽倻琴)>, <가야금 별장(別章)>, <검무랑(劒無娘)>, <파초(芭蕉)> 등 11편, 모두 23편의 시를 수록.
본 시집은 그보다 앞서 간행된 [청록집(靑鹿集)]과 더불어 해방 직후의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민족진영 문학인의 의연한 시적 자세를 과시한
업적의 하나로 평가된다.
발레리의 순수시 이론에 입각하여, 노장적 세계를 시로써 구현한다는 태도가
이 시집의 일관된 흐름이며,
감정의 개입을 극도로 절제한 지적 엄밀성과 허무사상을 대전제로 해서 추구된 고전적 형식미에의 경도가 보인다.
수록 작품 중 처음에는 제목을 <돌팔매>라 했다가 후에 개제한 <바다에>는
다음과 같다. "
바다에 끝없는
물결 위으로
내, 돌팔매질을 하다
허무(虛無)에 쏘는 화살셈 치고서
돌알은 잠깐
물연기를 일고
금(金)빛으로 빛나다
그만 자취도 없이
사라지다
오오, 바다여
내 화살을
어디다 감추어 버렸나
바다에
끝없는 물결은
그냥 까마득 할 뿐…
신석초는 자작시를 해설하는 글에서 이 시가 발레리의 <잃어버린 술>에서 얻은
이미지를 재구성한 것이며, 그 내용적 의미는 굳이 말한다면
"없는 것의 있음(有無之有)"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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