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시모음집 ▒

顧人行 고인행 일꾼들의 걸음 (권헌 1713~1770)

천하한량 2006. 12. 21. 20:26
 顧人行   고인행    일꾼들의 걸음

 

     權攇   권헌 1713~1770

 

 

     西江雇人健於牛   서강고인건어우   서강나루 일꾼들은 소보다 건장하여

     兩肩礧如土阜   양견뢰위여토부   두어깨 불끈 솟아 흙더미 같다

     每從販船巧射利   매종판선교사리   장사배에서 이익을 교묘히 노려

     巨商捐錢聽奔走   거상연전청분주   거상이 돈을 주면 마을은 분주해진다

 

     淸晨比肩集江門   청신비견집강문   이른 새벽 나란히 강 어귀로 나가 모여   

     較量轉輸立良久   교량전수입량구   하역량을 헤아리며 한참을 서 있다가

     卓午南風不欺潮   탁오남풍불기조   정오에 남풍 불어 밀물이 틀림없으면

     邂逅舴艦私傳受   해후책함사전수   큰 배 만나서 사사롭게 주고 받는다

 

     終日負米得脅直   종일부미득협치   종일토록 볏짐 져서 품삯 받으니

     筋力攻食恐在後   근력공식공재후   근력으로 밥벌이, 행여 뒤질세라

     長身僂行仰脅息   장신루행앙협식   큰 키를 구부려 가다가 고개들어 숨 몰아쉬고

     大索擔頭常在手   대색담두상재수   동아줄과 등태를 손에 꼭 쥐고 있다

 

     行年六十不息肩   행년육십불식견   나이 육십에도 어깨를 쉬지못해

     背坼皮皺生塵垢   배탁피추생진구   등은 갈라지고 살결은 쭈글쭈글 꾀죄죄

     終身勤苦得自給   종신근고득자급   한평생 힘들게 노력하여 제 밥 벌면서

     但恐任重老無有   단공재중로무유   다만, 늙어 일감 없을까만 염려하니

 

     鮮羹白飯無饑歲   선갱백반무기세   흉년이 없어 생선찌개 쌀밥에  

     男子供薪女篘酒   남자공신여추주   사내는 나무하고 아낙은 술 거른다

     道旁流丐何爲者   도방류갈하위자   길거리 비렁뱅이는 무얼 하는가

     但能乞飯指其口   단능걸반지기구   입구멍 때문에 구걸이 고작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