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본 난정첩 뒤에 제하다[題穎上本蘭亭帖後] |
영본(穎本)은 명 나라 가정(嘉靖) 연간에 비로소 출토(出土)됨과 동시에 우군(右軍)의 진적(眞跡)으로 지목되어 돌에 올린 것인데 그 실은 저모(褚摸)이다.
미노(米老)의 《기(記)》에는 "소태간(蘇太簡)이 수장(收藏)한 난정의 당모견본(唐模絹本)은 장장원(蔣長源)의 곳에 있었는데 이는 곧 당모견본이며 영중(永仲)이란 작은 인(印)은 바로 장장원의 금지(鈐識)이다. 이에 의거하면 소태간의 구장(舊藏)이었음이 의심 없으며 영중의 인은 또 그 증거이다."라 했다.
동문민(董文敏)은 말하기를 "영본은 사뭇 미(米)와 같으니 당연히 이는 미의 모본이다."라 했는데 이는 짐작으로 한 말이며 소씨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상고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미의 임본(臨本)도 아니요, 또 미가 돌에 올린 것도 아닌데 그 궐실(闕失)한 여러 곳을 미가 말하지 않은 것은 미가 소씨에게서 볼 때에 이미 없었던 것인가, 아니면 뒤에 돌에 올릴 때 빠졌던 것인가?
제 일항(一行)에는 석 자(字)가 빠지고 이항에는 일곱 자가 빠지고 삼항에는 두 자가 빠지고 사항에는 여덟 자가 빠지고 구항에는 한 자가 빠지고 13항에는 한 자가 빠지고 17항에는 두 자가 빠지고 20항에는 한 자가 빠지고 24항에는 한 자가 빠지고 27항에는 한 자가 빠졌는데 애석하게도 그때에 돌에 올린 자가 그 전말을 갖추어 기록하지 못한 것이다.
그것이 다른 본과 더불어 절대 다른 것은 이를테면 계(稧) 자로서 화(禾)의 속에 한 별(撇)과 한 점(點)인데 이본은 하나의 별만 만들고 단직(單直)으로 된 것이 특히 다른 본과 다른 것이요, 군(群) 자는 평정(平頂)의 기필이 가장 저모(褚摸)의 맑고 굳센 뜻을 얻어서 성교서(聖敎序)의 도군생(導群生)·증군유(拯群有)의 두 군자와 더불어 너무도 들어맞으니 군(群) 자의 옥척(玉尺)이라 할 수 있으며 그 말각(末脚)에 이르러 쌍차(雙杈)를 만들지 아니하고 아래로 드리운 것이 지나치게 긴 점은 타본에서는 보지 못하던 것이다.
그리고 대(帶) 자의 말필 직획은 살짝 비스듬하며 위의 네 직필 중에 바른편 밖의 한 직은 도리어 왼편의 직필보다 길며 왼편 두 직필은 가지런한 것이 또 다른 본과는 다른 것이며 좌(左) 자의 긴 별(撇)은 출봉(出鋒)하는 곳에 머물러 정했고 인(引) 자의 바른편 직필은 첨(尖)으로 드리웠으며 차(次) 자의 말필은 한 점인데 작은 날(捺)을 만들었고 왼편의 밑에 한 점은 부숴서 두 작은 점으로 되었으며 창(暢) 자의 신방(申旁)의 직정(直頂)은 움츠려져 짧은데다 또 창자의 바른편 위 차(且)의 가운데에는 두 횡(橫)을 만들어 차(且) 자의 모양과 같이 되었으며 유·지(類之)의 두 글자는 추열(醜劣)하니 아마도 원래 빠진 것을 뒷사람이 추보(追補)한 성싶으며 취(取) 자는 이(耳)의 안에 셋의 작은 점을 만들었고 쾌(快) 자는 곁 주(注)에 하나의 쾌 자가 있고 면(俛) 자의 인방(人旁)은 겨우 상정(上頂)에 하나의 좁쌀만한 형을 살짝 드러냈으니 이 여러 증거는 곧 영본(穎本)만이 독차지한 것이요, 다른 본에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천하는 석본으로서 상기도 남아 있는 것은 오직 국학본과 영상본일 따름인데 국학본은 바로 정무(定武)의 적계(嫡系)요, 영본은 본시 저모의 신수(神髓)이며 이를 제외하고는 혹 석본의 유전된 것이 있으나 구(歐)도 아니요 저(褚)도 아니어서 두 편에 다 근거될 만한 것이 없다.
이를테면 낙수본(落水本)·십삼발본·송탁(宋拓)의 제본은 감상가의 수장으로 되어 다 탑본이고 석본으로서 공공연히 천하에 행세할 수 있는 것은 다만 이 국학본과 영본의 두 석본일 따름이니 산음(山陰)의 한 맥이 끊어지지 아니하여 실낱과 같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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