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징명의 그림과 시 문징명의 그림과 시 초탈한 듯 이끼 낀 바위에 앉아 가는 것도 오는 것도 다 잊었네 고목이 이 사람과 비슷하여 반갑게 서로 마주하여 한가롭네 翛然坐苔石 忘往亦忘還 古木此身似 問年相對閑 - 유숙(柳潚, 1564~1636) 「고화첩에 쓰다(題古畵帖)」 『취흘집(醉吃集)』 1608년 유몽인(柳夢.. ▒ 한시자료실 ▒ 2014.07.24
달구경 하는 데 모기쯤이야 달구경 하는 데 모기쯤이야 푸른 바위 아래서 달구경 하려는데 앵앵대는 모깃소리 천둥 울리듯 하네. 물릴까 싶어서 들어갈까 했지만 들어가면 가을 달을 품을 길 없네. 온몸이 가려워 긁는 한이 있더라도 맑은 마음 탁 트이게 할 수만 있다면야. 네 맘대로 실컷 뜯으려무나 서릿발 칠 때.. ▒ 한시자료실 ▒ 2014.07.13
관리의 요건 관리의 요건 깨끗하게 자신을 지켜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어야 무슨 일이든 태연하게 해낼 수 있다. 淸白自守 身無所累 然後遇事泰然 청백자수 신무소루 연후우사태연 - 신숙주(申叔舟, 1417~1475) 「가훈(家訓)」 『보한재집(保閑齋集)』 권13 조선 전기의 문신 신숙주는 대대로 관직을 지.. ▒ 한시자료실 ▒ 2014.06.20
떠나간 아이를 그리워하며 떠나간 아이를 그리워하며 밝은 달은 너희 얼굴과 같아 밤마다 동쪽 정원에 떠오르누나 지난 일들 다 한스럽기만 하여라 저 하늘에 원통함 하소연하고프네 머리맡에 눈물은 새로 더해만 가고 꿈속에 떠도는 넋 마주하곤 한다 아직도 쇠잔한 꽃의 향기가 남아 서글프게 술병으로 들어오.. ▒ 한시자료실 ▒ 2014.06.15
사인암에 놀러간 사람, 살던 사람 사인암에 놀러간 사람, 살던 사람 취한 듯 살다가 꿈꾸듯 죽는 인생 나의 마음은 늘 슬프구나 잠깐의 유람이나 평소 바라던 것 산골짜기를 다녀보았네 우뚝하여라 바위 홀로 서 있는데 사인암은 누구의 자취인가 영롱하여라 세 겹의 절벽 먹줄 놓은 듯 천 길이나 곧구나 일곱 구비 맑디맑.. ▒ 한시자료실 ▒ 2014.05.29
떠돌이 백성들의 탄식[流民嘆] 떠돌이 백성들의 탄식[流民嘆] 곤란에 처한 백성들이여! 흉년 들어 너희가 먹을 것이 없을 때 나는 너희를 구할 마음 있어도 너희를 구해낼 힘이 없구나. 고통에 빠진 백성들이여! 추위에 너희에게 덮을 것이 없을 때 저들은 너희를 건질 힘이 있어도 너희를 건질 마음이 없구나. 잠시나마.. ▒ 한시자료실 ▒ 2014.05.15
백두산 절정에서 내려오는 인간 신광하(申光河) 백두산 절정에서 내려오는 인간 신광하(申光河) 길은 원래 주인이 없고 오직 그 위를 가는 사람이 주인이라 말하는 시대가 열렸다. 18세기 지리학자 신경준(申景濬)이 이런 명언을 남긴 후인 1784년 8월, 진택(震澤) 신광하(申光河, 1729~1796)라는 충청도 한산 출신의 곤궁한 선비가 백두산의 .. ▒ 한시자료실 ▒ 2014.05.02
아이의 죽음을 슬퍼하며 아이의 죽음을 슬퍼하며 가련하여라 하늘은 다시 생기를 회복했건만 한번 가더니 어찌하여 너는 오지 않는 게냐 자질이 뛰어나 큰일 하리라 칭찬들 했는데 꽃다운 나이에 갑자기 떠날 줄 뉘 알았으랴 죽은 자는 기쁨도 슬픔도 없다는 걸 알겠지만 산 사람 홀로 사무치는 슬픔 견딜 수 없.. ▒ 한시자료실 ▒ 2014.05.02
꽃 피는 좋은 시절 꽃 피는 좋은 시절 청명과 한식 그리고 삼짇날까지 좋은 명절 연이으니 객흥이 진진하다 이 늙은이 풍류가 본래 가볍지 않건만 여러 공의 기세는 몹시 감당키 어렵구나 풍광 좋은 강산에는 지은 시들 쌓여 가고 술자리 벌여 놓으면 다투어 이기려 하네 더딘 걸음 괜스레 뒤처진 게 가소로.. ▒ 한시자료실 ▒ 2014.04.18
그림 속의 시 그림 속의 시 문장이 세상을 놀라게 해도 다만 누가 되고 부귀가 하늘에 닿아도 역시 부질없는 수고일 뿐 어찌 적막한 밤 산창 앞에서 향 피우고 가만히 앉아 솔바람 소리 듣는 것만 하리 文章驚世徒爲累 富貴薰天亦謾勞 何似山窓岑寂夜 焚香默坐聽松濤 - 김홍도(金弘道, 1745~1806?) 「.. ▒ 한시자료실 ▒ 2014.04.04
비 갠 아침 비 갠 아침 아침에 맞은 경치 한껏 맑아서 원근의 밝은 풍광 선명히 눈에 드네 산꼭대기로 구름 지나자 모습을 드러내는 봉우리들 시냇물 돌아 흐르는 마당에 파릇파릇 돋아난 새싹 아물아물 아지랑이 들빛에 봄빛을 더하고 소나무에 부는 바람은 빗소리처럼 들리네 비파 놓고 일어선 증.. ▒ 한시자료실 ▒ 2014.03.20
죽음, 즐거움과 슬픔 죽음, 즐거움과 슬픔 죽음이야 선군의 화보다 앞서있고 무덤이야 선군의 유택에 가까우니 아, 너의 요절은 즐거울 일이지 슬픔이 아니구나 모질게 살아가는 나는 사는 것이 너무 괴로우니 너의 묘지명에 눈물 적시며 이 슬픈 마음 고하노라 其死也前先君之禍 其藏也近先君之宅 嗟爾之夭.. ▒ 한시자료실 ▒ 2014.03.06
소나무를 바라보며 소나무를 바라보며 바닷바람 불어오니 솔바람 소리 비장하고 산에 뜬 달 비치니 솔 그림자 수척하네 허나 곧은 뿌리 땅 속 깊이 뻗어 있어 눈서리도 그 풍도를 다 지우지는 못하네 海風吹去悲聲壯 山月孤來瘦影疎 賴有直根泉下到 雪霜標格未全除 - 김정 (金淨, 1486~1521) 「길옆의 소나무[.. ▒ 한시자료실 ▒ 2014.02.06
반갑지 않은 손님 반갑지 않은 손님 2014 년이 한 달 가까이 지났다. 새해가 되면 늘 그랬듯이 올해도 한두 가지 다짐을 하며 한 해를 시작했다. 그런데 벌써 한 달이 지나고 우리 고유의 명절인 설날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 들뜨고 부산한 설 분위기에 휩쓸려서 며칠을 보내고 나면 어느새 2월, 멀리 남쪽 지.. ▒ 한시자료실 ▒ 2014.01.27
눈 내리는 새벽에 우연히 읊다 눈 내리는 새벽에 우연히 읊다 얼음장 밑으로 쫄쫄 물이 흐르는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고요한 이 밤 툭툭 가지 꺾어지는 소리 들려와 눈이 펑펑 내린 것을 알 수 있었네 휘장을 걷고 보니 창밖이 환한데 화롯불을 쑤석여도 불씨를 살릴 수 없네 날이 개고 아침 해가 솟아오르면 천산이 희.. ▒ 한시자료실 ▒ 2014.01.24
아버지의 당부 아버지의 당부 너무 급히 나아가면 물러나는 것도 빠른 법이니, 차분히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 제일이다. 進銳則退速 不如從容不廢之爲有益也 진예즉퇴속 불여종용불폐지위유익야 - 유성룡(柳成龍, 1542~1607) 「아이들에게 보냄[寄諸兒]」 『서애선생문집(西厓先生文集)』 卷12 예전, .. ▒ 한시자료실 ▒ 2014.01.16
갑오년 새해의 다짐 갑오년 새해의 다짐 제 야의 종소리와 함께 묵은해인 계사년은 가고, ‘청마(靑馬)’의 해라는 갑오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한 해가 새로 시작되는 이즈음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 반성하고, 새해를 알차게 보내기 위한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운다. 부지런한 사람들.. ▒ 한시자료실 ▒ 2014.01.13
생의 마지막 봄을 맞으며 생의 마지막 봄을 맞으며 바람과 눈 스산한 밤은 몹시도 긴데 잠 깨인 찬 창가엔 새벽빛 흔들린다 매화 향기 새어들어 봄소식 전해오니 음기 가득한 대지에 한줄기 양기여라 누런 닭 울음 울어 새 하늘을 알리니 유수 같은 세월 속에 내 나이 칠십이라 세상만사 유유함은 전혀 관여치 않.. ▒ 한시자료실 ▒ 2014.01.09
도시에서 은거하라 도시에서 은거하라 또 한 해가 저물었다. 이맘때면 흔히 듣는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말 그대로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해였다. 끝없는 경쟁과 어두운 경제 상황, 지겹도록 반복되는 정치 싸움은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너도나도 정신적 안식처를 찾고자 하다 보니, 지난해와 마찬가지.. ▒ 한시자료실 ▒ 2013.12.30
도자기와 시 도자기와 시 달빛 차가운 대숲 계곡에 도잠은 취해 있고 바람 향기로운 꽃동산에 이백도 잠들었네 세상사 돌아보면 품은 마음 꿈만 같고 인간사 술 마시지 않아도 술상 앞에 있는 것 같네 竹溪月冷陶令醉 花市風香李白眠 到頭世事情如夢 人間無飮似樽前 - 작가 미상, 청화백자시명(靑華.. ▒ 한시자료실 ▒ 2013.12.27
남의 탓? 내 탓! 남의 탓? 내 탓! 몇 년 전에 어느 종교 단체에서 ‘내 탓이오’라는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다. 나는 어느 한 종교를 신신하게 믿으면서 종교 생활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오늘날의 종교 역할에 대해서 그다지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도 않다. 특히 길을 가다가 자신의 종교를 믿지 않을 경우 .. ▒ 한시자료실 ▒ 2013.12.16
먹고 사는 일이 내겐 정말이지 골칫거리 먹고 사는 일이 내겐 정말이지 골칫거리 지팡이 짚고 올라 아득히 먼 곳 바라보니 만경창파에 수도 없이 많은 산들 먹고 사는 일이 내겐 정말이지 골칫거리 강가에서 늙어가지 못하는 신세라네 扶筇登眺渺茫間 萬頃滄波萬點山 口腹於吾眞一祟 不將身世老江干 -어숙권(魚叔權)의 .. ▒ 한시자료실 ▒ 2013.12.12
오르기는 어려우나 오르기는 어려우나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을 오르는 것처럼 어렵고 일을 망치는 것은 터럭을 태우는 것처럼 쉽다 成立之難如登天 失墜之易如燎毛 성립지난여등천 실추지이여료모 - 이우(李, 1739∼1811) 「병인일기(丙寅日記)」 『면암집(俛庵集)』 이우는 조선 후기의 학자로 자는 치.. ▒ 한시자료실 ▒ 2013.12.05
지나치지 않는 마음 지나치지 않는 마음 피지 않았을 땐 조바심에 더디 핀다 저어하다가 한창 피고 나면 애태우며 조락을 다시 걱정하여라 이제야 알겠네 소옹이 사물의 이치 꿰뚫어보고 꽃을 볼 때 반개한 때만을 취한 그 이유를 未開躁躁常嫌遅 旣盛忡忡更怕衰 始識邵翁透物理 看花惟取半.. ▒ 한시자료실 ▒ 2013.12.03
허연 머리 뽑을 필요 뭐가 있으랴 - 늘그막을 잘 보내는 방법 2013년 11월 18일 (월) 허연 머리 뽑을 필요 뭐가 있으랴 - 늘그막을 잘 보내는 방법 오 늘날 우리 인간들은 생활 수준의 향상과 의학 발전의 덕분으로 옛날 사람들보다는 훨씬 더 긴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더 길게 늘어난 삶이 대부분 노년기의 삶이다. 생장하면서 자신의 뜻을 펼 수 있는 .. ▒ 한시자료실 ▒ 2013.11.18
첫눈 2013년 11월 14일 (목) 첫눈 아이들 첫눈 온다 알려 오지만 늙은이를 오히려 놀래키누나 한 해가 저무는 줄 알겠으니 여생이 얼마인지 따져 보노라 청춘의 옛 친구 이제 없는데 백발의 머리만 새로 더하네 홀연 앞날의 일 생각하자니 이제부턴 죽음도 편안하여라 兒童報初雪 却使老夫驚 歲.. ▒ 한시자료실 ▒ 2013.11.14
달밤에 찾아온 벗 달밤에 찾아온 벗 꽃마을 언덕 위로 달 떠오를 때 산골 노인 일어나 옷을 여미네 또다시 찾아올 귀한 손님 계시니 아직은 사립문을 닫지 말고 있어야지 嶺月來花社 山翁起整衣 重來有好客 且莫掩柴扉 - 권상하(權尙夏, 1641∼1721) 「임대중(任大仲)의 시에 차운(次韻)하다」 『한수재집(寒.. ▒ 한시자료실 ▒ 2013.10.17
가족을 그리는 마음 가족을 그리는 마음 만 리 멀리 서녘 바람 이내 백발에 불어오니 고향에서도 오늘 밤 이 가을을 슬퍼하리라 병든 이 몸 중원 땅의 나그네도 싫증이 나 고향 생각 물결 따라 가는 배보다 바쁘어라 떨어지는 잎새 벌레 우는 소리는 다 구슬프고 드높은 하늘 도는 북두성은 더 아득하구나 저 .. ▒ 한시자료실 ▒ 2013.10.06
서울에서 추석을 맞아 서울에서 추석을 맞아 서울에서 나그네 신세 되고서는 일 년 내내 집안 소식 드물었네 한 점 구름은 가을빛을 머금고서 홀로 먼 산 고향으로 돌아가네 自作漢陽客 一年家信稀 孤雲有秋色 獨向遠山歸 - 신광수(申光洙, 1712~1775) 「한양추석(漢陽秋夕)」 『석북집(石北集)』 민족의 대명절.. ▒ 한시자료실 ▒ 2013.09.19
하산하는 동자를 전송하며 하산하는 동자를 전송하며 불문이 적막해서일까 너는 집을 그리워하여 절간을 하직하고 구화산을 내려가네 너는 대 난간서 죽마 타길 좋아하고 절집에서 공양하는 일은 게을렀지 물 긷는 계곡에서 달 보는 일도 더는 없고 차 우리는 사발 속 꽃놀이도 이젠 그만이구나 자꾸 눈물 흘리지 .. ▒ 한시자료실 ▒ 2013.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