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세월 간직한 호암 떡방앗간 | ||||||||||||||||||||||||
가래떡에서 김이 ‘모락모락’ 30년 단골들 함께 늙어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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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옥 기자 onark2@newssc.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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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엔 고추 빻는 기계, 참기름 짜는 기계와 떡가루를 빻고 찌는 기계, 가래떡을 뽑는 기계들이 자리하고 한가운데엔 평상이 놓여 있다. 쌀가루를 찌고 있는 시루에서는 모락모락 김이 오르고 평상 위에는 단골들이 스스럼없이 맡겨놓고 간 쌀이 가래떡이 되어 주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곳에서 35년째 떡방앗간을 운영하고 있는 김순조(70, 한산면 호암리)씨. 몇년전 남편이 하늘나라로 돌아간 뒤부터 치매에 걸린 시노모(96)를 모시고 떡방앗간을 홀로 경영하고 있다. 지금은 인구도 많이 줄고 먹을 것이 지천인 세상이라 예전에 비하면 떡을 뽑는 양이 택도 없단다. “예전에야 설을 앞두고 20일 전부터 새벽 세시에 일어나 밤을 홀딱 새웠다”며 “저 바깥까지 줄이 나래비 섰다”고 문 밖 한길을 가리킨다. 김씨는 이 방앗간을 운영해서 2남매를 먹이고 입히고 가르쳤다. 지금은 가래떡을 뽑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가래떡을 떡국용으로 썰기 위해 새벽에 일어난다. 방앗간 일감은 줄어든 대신 항목이 하나 추가된 셈이다. 평상에 앉아 가래떡이 뽑히기를 기다리는 권아무개(마산면)씨는 “우리 교회 권사님이기도 하지만 워낙 친절하고 성심껏 해줘 수 십 년째 단골”이라고 말했다. 적당히 쪄진 쌀가루를 가래떡 뽑는 기계에 붓고 능숙한 솜씨로 김씨가 가위질을 시작한다. 가래떡이 뽑혀나오는 아래엔 함지박에 담긴 차가운 물이 가래떡을 맞이한다. 한 입 먹어보라며 가래떡을 건넨다. 떡의 주인이 아니라도 누구에게나 길쭉한 가래떡을 건네는 인심은 예나 지금이나 참 정겨운 풍경이다.
이젠 세태가 많이 달라져 떡방앗간은 성수기가 따로 없다. 가을에는 고춧가루와 들기름·참기름을 짜서 도회지 자식들에게 보내려는 시골 노부모들의 발길이 떡방앗간을 찾는다. 김씨는 “딸은 말리지만 96세 노모를 부양할 책임이 있어서”라며 “힘자라는 날까지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씨가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를 잘 모신다”며 ”착허지, 얼매나 더 잘 혀, 효부상도 받았는디”하자 “내부모 내가 모시는데 무슨 소리”라며 김씨가 팔짝 뛴다. “나 같은 불효 없다”며. ‘내 부모 내가 모신다’는 말이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님을 짐작케 한다. 김씨의 이런 심성이 한산도 아닌 마산에서 굳이 김씨의 호암 떡방앗간을 찾게 하는 것일게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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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2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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