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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교회 정장로 장로

천하한량 2008. 1. 16. 00:26
한산교회 정장로 장로
40년 이웃 사랑

 

서남옥 기자 onark2@newssc.co.kr

 

 

아버지의 삶 자체가 곧 가훈
아버지의 정신적 재산 물려 받을 것

   
▲ 정장로 장로
검소한 집기들에 한약 냄새가 짙게 배어있는 경북한약방을 들어서니 정장로 장로(73, 실제 한산교회 장로)가 책상을 앞에 두고 약을 지으러 온 사람과 마주하고 있다. 어라, 정씨의 손으로 눈길을 돌리니 요즘 보기 드문 먹지를 미농지에 끼워 놓고 환자의 증상을 받아 적는 중이다. 문진을 하는 중에도 몇 차례나 전화벨이 울려 한사람 문진을 하는데 꽤 시간이 걸린다. 통화내용을 들어보니 서울, 대전, 인천, 군산 등 가히 전국구라 할만하다.

모두 증상을 이야기하고 약 조제를 의뢰하는 전화들이다. 약방을 직접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계속 이어진다. 인터뷰를 위해 찾은 기자가 말 붙일 틈이 없다.

약방 안에는 달여진 약들이 택배로 부쳐질 것을 기다리며 차곡차곡 쌓여 있다. 바로 옆 칸에서는 10여 개의 약탕기가 부지런히 약을 달이는 중이다. 약값 또한 매우 저렴해 시중가의 절반 정도다. 정장로를 만나기 전 ‘한약방에서 얼마나 돈을 남기길래 연 4,000만원의 돈을 기탁하나’ 생각했던 것이 내심 부끄러워진다.

매년 추석과 설 두 차례 1,950만원씩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기탁하고 한산면에는 독거노인을 위한 ‘양지의 집’을 14호 지어 무료 입주시키고 있는 정 장로.

   
▲ 정용원씨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버스를 타고 장항에 있는 고아원을 자주 방문하고 명절이면 돼지고기와 쌀을 들고 노인들을 찾아뵙던 일” 등은 아들 용원씨(45)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이처럼 정장로의 이웃사랑은 약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검정고무신을 신고 책을 보자기에 싸서 둘러메고 다니던 시절이다. 용원씨는 아버지의 이웃을 위한 나눔이 아깝다 생각한 적이 없었다고 회상한다. 

정장로가 45년전 대전에서 한약사 공부를 마치고 배치된 곳이 서천군이었다. 당시에는 서천보다 한산이 더 커서 장날이면 사람으로 가득 차는 것을 보고 한산에 정착했다한다.

“아버지가 기독교에 귀의하지 않았다면 이웃사랑의 정신적 동기가 미흡했을 것”이라는 것이 용원씨의 짐작이다. “30년 전 시작한 새벽기도회를 빠진 날이 손꼽을 정도”라며 “흔들림 없는 아버지의 신앙이 흐트러짐이 없는 생활로 이어진다”고 전한다. 정 장로의 삶에는 이웃사랑을 가르친 예수가 녹아들어 있다.

“왜 기탁금액이 1,950만원인가” 묻자 “13개 읍·면에 5가정씩 선정해 30만원을 기탁하는 것”이라는 설명이 돌아온다. 용원씨는 군청에 일괄 기탁하기 전에는 각 읍·면을 찾아다니며 기탁했으나 아버지 연세도 있고 대상자 선정·전달도 어려워 군에 일괄 기탁하자고 제의해 2000년부터는 일괄 기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장로는 수익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참살이와 건강이 최대 화두인 것을 생각할 때 전화만으로 증상을 이야기하고 약 조제를 의뢰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정장로에 대한 완벽한 신뢰의 표현이다. 용원씨는 “아버지가 약방을 경영하는 40여년간 마케팅, 홍보도 없이 묵묵히 일하며 그 흔한 달력을 단 한번도 인쇄해 돌린 적이 없는데 전국에서 찾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고 한다. 

   
▲ 추억 속으로 잊혀지고 있는 먹지를 사용하여 처방기록을 남기고 있다.
인천 부평의 한 은행에서 근무했던 용원씨는 10년전 어머니의 급작스런 작고를 계기로 은행을 사직하고 귀향했다. 귀향 후 4~5년간은 농촌이 답답하고 적응이 어려워 힘들었지만 이젠 정신적인 여유가 생겨 한산면 발전협의회, 서천사랑장학회 일에도 참여하고 있다. 귀향을 후회하지 않으며 벼농사를 10ha이나 짓는 농군의 삶을 살고 있다. “아버지의 삶 자체가 가훈이다. 이웃을 사랑하는 삶은 귀중한 아버지의 정신적 재산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식으로든 아버지의 뜻을 이어갈 것이다”며 “우린 이미 부자”라고 답한다. 과연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가진 것보다 이웃을 위한 마음이 더 큰 부자인 정 장로 부자.

벽에 걸린 국민훈장증(목련장)이 오히려 이들 부자의 마음에 비해 초라하게 느껴진다.

 

2008년 01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