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이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로 인한 글로벌 금융불안과 맞물려 증폭되면서 내년 우리 경제에 심각한 금융위기를 촉발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달아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 들어설 새 정부는 체제를 갖추기도 전부터 당장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18일 정부의 한 관계자는 “10년 전 외환위기가 우리 경제 내부의 취약성 때문에 생겼다면 내년 초에는 대외 부분에서 경제위기가 닥칠 수 있다”며 글로벌 신용불안이 한국 금융시장에 직격탄을 날릴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경제가 불안해지면 외국인들은 한국처럼 유동성이 풍부해 현금화가 쉬운 곳부터 우선 돈을 빼려고 한다”며 “외환보유액이 2,600억달러에 달해도 현재 외채규모가 많아 외국인이 한꺼번에 돈을 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올 들어 지난 11월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27조7,000억원어치에 달하는 국내 주식을 팔아치워 15년 전인 1992년 증시 개방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한국 시장을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금난에 부딪친 은행들이 외화차입을 늘린 탓에 단기외채는 외환보유액의 57%까지 늘어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단기외채는 1,460억달러, 총외채는 3,450억달러에 달해 우리나라의 지급능력이 결코 넉넉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LG경제연구원도 이날 중소기업 부실이 내년 금융시장 불안을 촉발하면서 경기침체로까지 비화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배지헌 책임연구원은 이날 ‘중소기업 부실위험 높아졌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소기업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중소기업들의 신용위험이 높아지면서 시중은행의 중기대출이 급격하게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서는 “신용경색 여파로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자금회수가 강화될 경우 이미 자금난을 겪고 있는 한계 중소기업의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중소기업 부실화는 금융시장을 교란시키고 전체 경기흐름을 꺾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민간금융위원회도 세계적인 가계부채 부실 우려와 함께 국내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이 금리상승 때문에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위기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고조되기는 마찬가지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신용경색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가겠지만 대외지급능력은 아직까지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본다”면서도 “국내 금융기관들의 주택담보대출과 은행채ㆍCD 등의 만기 불일치가 유동성 문제로 번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현재의 자금경색은 세계가 공유하는 현상으로 연말 외국기업의 회계결산 등과 맞물린 단기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금융위기로 발전하지는 않아도 상당 부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금융불안으로 인한 원ㆍ달러 환율의 지나치게 가파른 상승은 물가 등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대선 후 들어설 새 정부는 바통을 넘겨받자마자 실물경제 성장과 금융시장의 위기불씨 제거라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재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ㆍ한국은행 등이 금융상황점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시장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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