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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눈 감은 현대·기아차

천하한량 2007. 12. 18. 05:31
위기에 눈 감은 현대·기아차

  • “이대로 가다간 회사 생존이 불투명해질 수도 있습니다.” 최근 만난 현대·기아차 내·외부 인사들이 회사에 대해 내놓는 우려의 목소리입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4~5년간 기대 이상으로 잘해 왔습니다. 최근 중국 시장 등에서 다소 부진하기는 하지만, 2~3년 내 ‘글로벌 톱5’를 목표로 착실하게 해외 성장전략을 실천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5~10년 뒤 현대·기아차의 생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그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컨설턴트는 “마른 수건도 짜는 회사와 젖은 수건도 놓아두는 회사의 경쟁력이 똑같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겠느냐”고 하더군요. 앞의 회사는 물론 도요타입니다.

    최근 도요타의 와타나베 사장은 부품비용 절감을 통해 내년에만 27억 달러(약 2조5100억원)를 추가로 아끼겠다고 밝혔습니다. 도요타는 2000년부터 ‘CCC 21’이라는 프로그램을 가동, 부품비용을 30%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2005년부터는 추가 20% 절감을 위해 ‘VI(Value Innov ation)’라는 새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비용 줄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사실 도요타의 재정 상황은 글로벌 자동차회사 중 가장 좋습니다. 도요타는 지난달 7일 올해(2007년 4월~2008년 3월·도요타는 3월 결산법인) 예상 매출을 25조5000억엔(약 214조2000억원)으로 집계했습니다. 영업이익은 2조3000억엔(약 19조3200억원)입니다. 영업이익만 해도 지난해 기아차 전체 매출(17조4400억원)보다 더 많습니다. 그런데도 사장은 ‘위기’를 외치며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습니다.

    국내 상황은 어떨까요. 기아차는 2005년 말 9290억원이던 순차입금(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기업의 실질적인 빚)이 올해 9월 3조1850억원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해 125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올해도 3분기까지 15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중입니다. 투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현금조달을 위해 자산까지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명백한 위기입니다.

    위기의 원인으로는 강성 노조와 원화 강세, 경쟁업체의 약진 등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줄일 수 있는 비용을 줄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앞으로가 더 큰일입니다. 위기가 아닌데도 위기의식을 갖는 쪽과 위기인데도 위기인 줄 모르는 쪽의 승부라면, 결과는 뻔한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