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아파트'에 사는 느낌" 지방의 한숨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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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 C아파트(1122가구)도 작년 11월부터 입주를 시작했으나 600가구만 이사를 왔다. 전체 11개 동 중 1개 동은 완전히 비어 있는 상태. D건설 이모(36) 분양소장은 “잔금이 회수되지 않아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부산 E아파트는 완공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전체 분양물량의 30% 정도가 아직 미분양이다.
미분양 물량이 10만 가구 선에 달한 데다 완공된 아파트도 입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건설업계에 자금난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IMF외환위기 이후 나타났던 ‘주택업체 대량부도→주택공급 중단→주택 부족→집값 급등’의 악순환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금난 본격화
금융권은 일부 중소 주택업체에 대해 자금대출을 중단했다. 지방 중견 주택업체 E사 임원은 “은행권이 대출연장은 고사하고 만기가 되지도 않은 대출금까지 회수하겠다고 독촉을 하고 있다”며 “대출연장이 안 되면 살아남을 회사가 몇 개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하청업체들은 더 죽을 맛이다. 건설사 하청업체인 F사 사장은 “공사대금으로 받은 20억원짜리 어음을 현금화 못해 자재 살 돈마저 없다”며 “중견 주택업체 1개가 부도를 내면 관련 하청·자재업체 1000여 개가 연쇄부도를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G아파트 현장은 철골공사 업체가 자재를 못 사 공사가 1주일간 중단되기도 했다. 최근 부도설이 나오는 업체는 10여 개에 달하며 대출이 거의 중단된 상태다.
◆미분양 대란·연쇄 부도 우려도
미분양·미입주 대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건설업계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연말까지 10만 가구를 더 분양한다는 계획이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팀장은 “내년에 가격이 저렴한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 아파트를 분양하면 할수록 미분양이 더 쌓이고 건설업계의 자금난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일부 건설업체들은 자금난 타개를 위해 아파트 사업부지를 급매물로 내놓고 있지만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와이플래닝’ 황용천 사장은 “지방택지를 사려는 업체가 없어 거래가 중단상태”라며 “상당수 업체가 진퇴양난에 처해 밀어내기식 분양을 강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홍사 대한건설협회 회장은 “신고되지 않은 미분양을 포함하면 실질 미분양 아파트가 18만 가구를 넘었고 내년 봄에는 주택업체들의 연쇄 도산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책임공방만 벌이고 있는 정부와 주택업계
주택업체들은 “집값이 떨어지고, 미분양이 많은 지방까지 정부가 무차별로 규제를 가하고 있어 수요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며 정부를 원망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수요가 많지 않은 지방에서 무분별하게 아파트 사업을 벌였고 분양가를 높게 책정, 미분양과 미입주를 자초했다는 입장. 전문가들은 자칫 연쇄부도로 이어질 경우, IMF외환위기처럼 실업자 급증·금융위기로 비화될 수 있고 주택공급이 급감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연착륙 방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위원은 “정부는 지방에 한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일정기간 유예해주고 건설업체들은 분양 시기를 자율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주택산업 비중이 높은 지방에 대해서라도 대출 규제·1가구 2주택 중과세 규제를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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