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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치솟는데 왜 전같은 ‘오일 쇼크’ 없을까요 [중앙일보]

천하한량 2007. 11. 22. 00:35
기름값 치솟는데 왜 전같은 ‘오일 쇼크’ 없을까요 [중앙일보]
A : 그동안 물가·소득 상승 감안하면 150달러는 돼야 당시 `충격` 느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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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틴틴 여러분, 최근 주변에서 ‘오일 쇼크(oil-shock)’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죠? ‘석유 파동’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이 말은 원래 1970~80년대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만들어진 말입니다.

올 초 배럴당 60달러 미만이던 유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최근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자, 신문 등 언론매체 곳곳에서 ‘오일 쇼크’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데 이상하지 않으세요. 유가가 급등하면서 오일 쇼크를 걱정하는 말은 무성하지만, 아직 오일쇼크가 발생했다는 얘기는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배럴당 100달러가 코앞이면 당장 기름값 폭등으로 거리에 차가 멈추고, 물가가 급등해야 할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거리엔 여전히 차들로 가득합니다. 승용차는 기름을 많이 먹는 대형차가 여전히 많이 팔린다고 합니다.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2000㏄ 이상 대형차 판매량은 3.6% 늘었지만, 소형차(1500㏄ 미만)는 도리어 15.7% 줄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는 여러 가지 있습니다만 우선, 수십 년 전 과거의 가격을 현재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원유뿐 아니라 다른 물가도 많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원유 가격은 1차 오일쇼크 때보다는 8배, 2차 오일쇼크 때보다는 2.4배가량 올랐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 한 그릇에 600원가량 하던 자장면도 지금은 3500~4000원을 줘야 합니다. 6배 넘게 오른 것이지요.

그간 소득이 더 많이 늘어난 것도 이유입니다. 74년 이후 2006년까지 두바이유는 6배 올랐지만, 우리나라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같은 기간 72배(4만8000원→344만3000원) 늘어났습니다. 소득에 비해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기름 가격은 과거 오일쇼크 때보다 낮을 수밖에 없겠지요.

게다가 달러화의 가치도 떨어졌습니다. 석유값은 달러로 표시하는데 달러 가치가 떨어졌으니 원화로 환산한 석유값은 그만큼 덜 오른 셈이 됩니다. 2003년 말 1200원에 가깝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920원대로 낮아졌습니다. 원유가가 올라가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피부로 느끼는 석유 가격은 그리 크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최근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현재 유가 수준은 과거 2차 오일쇼크 당시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특히 원화·유로화·위안화 등이 강세를 보이면서 해당 통화를 쓰는 국가들의 유가 충격이 완화되고 있다”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그러면 유가가 얼마나 치솟으면 예전과 같은 오일쇼크가 올까요.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51.65달러가 되면 2차 오일쇼크 때와 맞먹는 충격이 올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물론 지금 국제 유가도 안심할 정도는 결코 아닙니다. 최근 원유가 급등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생산 비용이 오르면서 기업들이 고통을 겪고, 한때 2000선을 넘어서 계속 오를 것 같던 한국 증시가 다시 추락하고 있는 데는 고유가의 영향이 큽니다. 유가가 또 언제 100달러를 넘어서 150달러까지 달려나갈지도 염려스럽습니다.

과거 1, 2차 오일쇼크의 영향은 심각했습니다. 당시엔 ‘OPEC’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석유수출국기구가 원유 생산을 제한하고 가격을 올리면서 세계 각국 경제가 큰 고통을 겪었습니다. 틴틴 여러분의 아빠·엄마들이 청년 또는 어린 시절이었던 70~80년대에 경험했던 그 기억은 말 그대로 ‘쇼크’였습니다. 석유 배급제는 물론 기름을 많이 쓰는 목욕탕에 쉬는 날을 정한 ‘요일휴일제’도 실시됐습니다. 가로등도 두 개 중 하나만 켜도록 하는 등 전기 사용을 제한했습니다.

80년 말에는 부산시에서 모든 식당의 공기밥 그릇 크기를 높이 6㎝, 직경 10㎝ 이내로 줄이라는 행정지침을 내려보내 시민의 분노를 사기도 했습니다.

틴틴 여러분 오늘 저녁 어른들이 ‘기름값이 너무 올라 걱정이야…’라는 한숨을 내쉴 때, 여러분은 한 차원 높은 ‘틴틴경제의 오일쇼크 분석’을 내놔 보세요. 아마 아빠의 기름값 걱정을 한 뼘 정도는 덜어드릴 수 있을 거예요.




WTI브렌트유두바이유 어떻게 다른가요
국제 유가 기준 되는 건 WTI 한국 수입 80%는 두바이유


‘WTI’ ‘브렌트유’ ‘두바이유’….

세계 원유시장에서 주로 거론되는 세계 3대 원유의 이름이지요. ‘WTI’는 미국 서부 텍사스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입니다. ‘West Texas Intermediate’의 첫 글자를 딴 이름이죠. WTI는 국제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기름입니다. 미국 내에서만 현물·선물거래로 이뤄질 뿐 국제시장으로는 반출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세계 3대 원유 가운데 국제 유가를 결정하는 가격 지표로 활용됩니다. 세계 최대 선물거래소인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 상장된 중심 유종이기 때문입니다. 통상 생산비가 높고 품질이 좋아 국제 원유 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립니다.

브렌트유는 영국 북해 지역에서 생산되며,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거래되는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됩니다. 서부텍사스유보다는 원유의 품질이 조금 낮고 유황 성분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보통 2~3달러 낮게 가격이 형성됩니다. 거래는 런던의 국제석유거래소(IPE)에서 주로 선물로 이뤄집니다.

두바이유는 우리나라 기름 값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원유입니다. 두바이유는 여러 종류의 중동산 원유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중동산 원유의 가격을 결정하는 국제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전체 원유 수입 중 중동산이 80%에 달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두바이유 가격이 얼마가 되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두바이유는 유황 함량이 많고 질이 떨어져 브렌트유보다 2~3달러, 서부텍사스유보다 5달러 정도 낮게 가격이 형성됩니다.

퀴즈 하나. 우리나라는 왜 두바이 등 중동산 원유를 주로 수입할까요?

답은 원유 대량 생산 지역 중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까워 수송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원유가 자체가 WTI나 브렌트유보다 싸다는 점도 있습니다.

게다가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시설도 중동산 원유에 맞춰져 있다 보니 이 지역 원유 수입 비중이 계속 높을 수밖에 없다는 거지요.

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