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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에 전세계 인플레 위험 확산

천하한량 2007. 11. 12. 20:06
고유가에 전세계 인플레 위험 확산
日 10월 생산자물가 2.4% 상승 … 中 소비자물가 석달 연속 6%대

고유가발 인플레이션 망령이 글로벌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우선 가시적으로 국제유가와 금값이 각각 배럴당 100달러와 온스당 850달러에 임박해 스태그플레이션에 신음했던 1980년대 초를 연상시키고 있다.

여기에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물가 파동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물가냐 경기냐를 놓고 각국 통화당국은 정책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중국과 미국 영국 유로존이 이번주 10월 소비자물가지수를 각각 발표한다"며 "고유가발 충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인플레이션 주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가 상승은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을 끌어올리고, 다시 시차를 두고 최종재 가격을 끌어올리는 식으로 세계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우선 중국 물가 불안이 심상치 않다.

최근 돼지고기 파동으로 지난 8월과 9월 소비자물가가 각각 6.5%와 6.2% 상승했다. 8월 물가 상승률은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 블룸버그뉴스가 이코노미스트 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3일 발표하는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9월보다 0.1%포인트 높은 6.3%를 기록할 전망이다.

중국 물가 불안을 촉발한 요인은 유가 상승도 있지만 돼지고기값과 채소, 곡물 가격 상승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돼지고기 도매가는 지난달 20~26일 한 주 동안 ㎏당 18.09위안 뛰어올랐다. 6주래 가장 큰 상승폭이다. 채소 가격 역시 3분기 15% 급등했다.

물가 상승을 염려해 연내 기름값 인상은 없다고 공언했던 중국 당국은 이달 초 휘발유 경유 항공유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시차를 두고 소매물가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염려된다.

중국은 거듭되는 물가 상승 압박과 경기 과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 들어서만 기준금리를 5차례, 지급준비율을 9차례 인상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긴축 조치 약효를 점점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골드만삭스 홍콩지점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량훙은 "금리와 지준율 인상 말고 별다른 대책이 없다"며 "연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본과 호주 역시 높아지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본 생산자물가지수인 기업물가지수(CGPI)는 지난 10월 작년 동기보다 2.4% 상승했다고 일본은행이 12일 밝혔다.

이로써 일본 CGPI는 44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으며 이는 최근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이 물가로 전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야마자키 마모루 도쿄 소재 RBS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유가로 인한 핵심 소비자 물가 역시 10월이나 11월 지표에서 다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이 원가 상승을 제품에 전가하기 시작하면서 물가 상승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맥주업체 기린은 지난달 17년 만에 처음으로 맥주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원료인 맥아와 캔 원료인 알루미늄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화장지업체인 다이오페이퍼 역시 티슈와 화장지 도매가를 최근 15% 인상했다. 이번 가격 인상은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다.

13일 기준 금리 동결이 유력한 일본은 내년 초 금리 인상이 유력하다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최근 금리를 또 한 차례 인상한 호주 중앙은행 역시 12일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호주 중앙은행은 올 12월까지 핵심 인플레이션이 종전 전망치 3%보다 높은 3.25%를 기록할 것이라며 이는 목표치를 상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향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