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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급락, 900원선 붕괴

천하한량 2007. 10. 31. 15:47

원.달러 환율이 급락, 900원선이 장중 붕괴되면서 2,000선 안착을 시도하고 있는 증시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오후 1시50분께 전날보다 달러당 7원 이상 급락해 900원선이 장중 붕괴됐다. 원.달러 환율 900원선이 붕괴된 것은 1997년8월 이후 10년 2개월만에 처음으로, ‘환율 800원대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출환경 악화 등으로 인해 증시에 대한 단기적 충격이 불가피하지만 경제 펀더멘털의 호조와 고유가 상쇄 등으로 중장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 “증시에 단기적 악재 분명” = 환율 급락이 증시에 단기적인 악재라는 데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가 아직은 수출 중심의 성장 구도로 짜여 있어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가 염려되는데다 이를 불러온 달러 약세 자체가 미국 경제의 지속적인 둔화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보증권의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코스피지수가 2,000선 안착 시도를 하면서 장밋빛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환율 급락, 미국 경기둔화, 고유가 등 악재가 산적한 것도 분명하다”며 “이러한 요인들이 겹치면서 지수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의 성진경 투자전략팀장은 “원.달러 환율이 장중 900원선까지 붕괴됐다는 것은 시장에 상당한 심리적 충격을 주는 사건”이라며 “증시가 그 충격을 소화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율 하락이 단기간 내에 진행된 것이 아니고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이번에도 우리 경제와 증시가 그같은 충격을 충분히 흡수하고 적응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성진경 팀장은 “2003년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이던 시절부터 점진적으로 환율 하락이 이뤄졌고 수출기업들도 이에 적응해 경쟁력 강화와 원가절감을 이뤄낸 만큼 이번에도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증시에 중장기적인 악재는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원화가 올들어 3% 가량 절상됐지만 우리와 경쟁하는 중국이나 대만, 유럽 등의 통화는 5% 이상 절상돼 수출에 주는 타격은 예상보다 크지 않다”며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있지만 수출지역도 중국, 인도, 중남미 등으로 다변화돼 있다”고 말했다.

◆ 환율 하락, 업종별 ‘희비’ =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타격을 입는 수출주와 반대로 수혜가 있는 종목이 나눠질 것으로 전망돼 투자자들은 이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이 꼽는 원화 강세 수혜주는 달러화 부채를 많이 보유한 종목과 달러화 기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종목으로 요약된다.

대표적인 수혜 종목으로는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 등 항공주가 꼽히고 있다. 항공주는 항공기 구매 때 외화부채가 발생해 달러화 부채가 많다는 설명이다.

또 환율 하락으로 비용절감 효과가 발생하는 음식료 업종도 수혜주로 꼽힌다. 음식료 업체의 경우, 수입 원재료 결제를 3~6개월 후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달러화가 하락하면 비용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여행객의 수요 증대가 기대되는 여행주도 수혜주로 꼽히며, 철강업종 역시 철광석 등을 외국에서 수입하면서 달러화로 결제, 비용절감 효과가 있어 수혜주로 분류된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LG필립스LCD[034220], 하이닉스[000660] 등 대형 IT주와, 현대차[005380], 기아차[000270] 등 자동차주, 현대중공업[009540], 현대미포조선[010620], 대우조선해양[042660] 등 조선주는 수출 비중이 커 피해주로 거론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31일 장중 10년2개월만에 처음으로 900원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최근 급락세의 원인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외적으로 미국의 금리인하에 따른 세계적 달러화 약세가 심화된 데다 중국 위안화의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이 지속되면서 원화 등 아시아 통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수출업체 선물환 매도와 해외 투자분 헤지분 등이 꾸준히 달러화 공급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심리적 요인도 더해지고 있어 당국 개입으로도 환율 방향을 위로 돌려세우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달러화 초약세..원화 亞 통화는 초강세 =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오후 1시53분 현재 전날보다 7.40원 떨어진 899.60원을 기록했다.

마감가 기준으로 환율이 800원대로 떨어진 것은 97년 8월22일 899.80원 10년2개월만에 처음이다.

2005년 4월25일 1천원선이 붕괴되며 세자리로 떨어진 지 2년6개월여만에 낙폭을 100원 더 늘렸다.

환율이 최근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의 금리인하 전망으로 달러화가 세계 각국 통화에 대해 초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유로당 1.44달러를 넘어서며 유로화에 대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달러화는 캐나다 달러에 대해서도 47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8월 중순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950원대로 급등하기도 했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8월17일(현지시각) 은행간 대출 금리인 재할인율을 전격 인하하면서 하락세로 돌아선 뒤 FRB가 9월 연방기금 금리를 0.5%포인트나 인하하면서 하락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중국 위안화가 경기 과열과 물가 상승 압력을 차단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선진국의 통화 절상 압력 등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점도 원화 강세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위안화는 지난 10월21일 서방선진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위안화 절상 속도 가속화 촉구 등 여파로 강세를 지속하면서 29일 달러당 7.47위안대로 진입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 수출 호조세 여전..심리적 요인도 일조 = 내부적으로는 수년 째 지속된 원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수출 호조로 달러화 공급 우위가 유지되면서 환율 하락 기반을 마련해 주고 있다.

올해 경상수지 누계는 7월말까지 적자를 기록했지만 8월말 수출호조 덕분에 흑자로 반전된 후 9월 29억2천만달러로 흑자규모가 커졌다.

경상흑자가 10월에도 9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연말까지 50억달러를 넘어서며 한국은행의 예상치인 균형수준 또는 20억달러를 크게 웃돌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9월 10년만에 사상 최대 규모의 유출초를 나타내기는 했지만 자본수지 역시 연중 누계로 84억3천만달러의 유입초를 기록하면서 달러화 공급이 우위임을 입증해 주고 있다.

심리적 요인도 환율 하락에 한 몫 가세하고 있다.

연일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벌이고 있는 주가와 한국은행과 외국환평형기금 적자에 따른 외환당국의 개입 자제 가능성 등이 원화 강세 기대심리를 키우는 요인이다.

수출업체들이 남들이 달러를 팔 것을 우려해 나중에 받을 달러까지 미리 시장에 내다 파는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에 빠지면서 3.4분기 선물환 순매도 규모가 무역흑자의 3.6배에 달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 연구원은 “미국이 대외불균형 해소를 위해 2002년 이후 달러약세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최근 금리정책을 인하 쪽으로 변경하면서 환율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달러화 대비 원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중동이나 중남미 등으로 수출지역이 다변화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되고 있는 점도 원화 강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