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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고(高) 악재’ 속 수출호조 수수께끼

천하한량 2007. 10. 31. 15:49

유가와 원화 가치는 치솟고, 물가도 오르고….

3고(高) 악재가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가운데, 수출과 상품수지만은 기대를 뛰어넘는 호조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통상 원화 강세(환율 하락)는 수출을 줄이고, 고유가는 수입을 늘려 상품수지(수출입차)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야 하지만, 이 같은 경제상식이 지금의 한국 경제에선 통하지 않는 것이다.

30일 한국은행은 9월의 경상수지 흑자가 24억2000만 달러를 기록, 작년 11월 이후 10개월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수출시장

경상수지 흑자의 견인차는 수출이다. 9월 중 상품수지 흑자는 8월보다 9억 달러 이상 늘어난 38억4000만 달러에 달했다. 수치상으론 9월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0.9% 감소했으나, 이는 추석 연휴로 영업일수가 감소한 탓이며, 올 들어 9월을 빼고는 매달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3고 악재 속에 수출만 독야청청한 수수께끼의 해답은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그 해답을 세계 경제의 미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서 찾는다.

세계 경제의 3대 축 중 하나인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지만, 나머지 양대 축인 중국과 산유국 등 이머징마켓(신흥시장) 경제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며 한국을 비롯한 수출 국가들에 철강이며 기계, 화학제품 등의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현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중국·인도 등 개발도상국인데, 이들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여기서 생긴 소득으로 경제 개발에 다시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고유가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흡수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미국 경제 부진과 달러 약세가 이머징마켓 경제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한다. 투기 자본이 달러를 떠나 원유와 원자재 시장으로 몰리면서 석유와 곡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동·동유럽 산유국과 중남미·동남아의 원자재 보유국 경제가 어부지리(漁夫之利)를 누리며 세계 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수출 호조 지속될지는 미지수

한국이 그동안 추진해온 수출선 다변화 전략은 이 같은 세계 경제의 힘의 이동과 맞물려 본격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대미(對美)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8% 증가에 그친 반면, 대(對)중국 수출은 16.2% 늘고, 중동과 중남미는 각각 36.2%와 22.3% 급등했다.

미국 일변도이던 한국의 수출은 2000년을 계기로 크게 전환했다. 2000년에 한국의 전체 수출 중 미국 비중이 21.8%에 달했으나, 올 들어서는 그 절반 수준인 12.5%에 그쳤다. 반면 중국 비중은 22%로 높아졌다.

올 들어서는 중동과 동남아, 중남미에 대한 수출 비중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동에 대한 수출 비중이 작년 4.4%에서 올해는 5.3%로 높아져 가장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수출 호조가 지속 가능한가 여부이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은 “시간이 갈수록 원고(高)와 고유가, 고물가 등 비용 상승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두 자릿수 수출의 지속 가능성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인플레가 확산되면 각국이 금리 인상으로 선회하는 것이 불가피해 경기가 둔화되고 수입 수요가 줄어들며 한국의 수출에도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경상수지(經常收支)

한 나라가 무역과 서비스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돈과 해외로 지출한 돈의 차이를 말한다. 상품 거래 외에 여행·유학경비나 로열티 지급 같은 무형의 서비스 거래를 통한 수입·지출의 차이 등을 합쳐서 계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