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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사상최고에도 증시 급등 이유는

천하한량 2007. 10. 28. 20:02
머니투데이 김유림기자]유가가 장중 92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주말(26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강세를 보이며 배럴당 91.86달러로 마감했다. 그러나 이날 뉴욕증시다우지수가 전일대비 0.99%, S&P500지수가 1.38%, 나스닥지수가 1.94% 각각 뛰었다.

이날 뿐만 아니라 지난 한주간 내내 유가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함에도 세계증시는 홍콩의 항셍지수와 인도의 선섹스지수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연일 급등하고 있다.

지난 한주간 유가(WTI 기준)는 4.9% 급등했다. 같은 기간 중국을 제외한 세계증시 또한 일제히 급등했다. 인도의 선섹스가 9.2%, 홍콩의 항셍이 7.2%, 한국의 코스피가 6.5%, 영국의 FTSE가 3.1%, 다우가 1.8% 각각 상승했다. 중국의 상하이 지수만 1.4% 하락했다.

일반적으로 고유가는 증시에 큰 악재다. 그러나 증시는 이를 무시하고 연일 상한가를 지속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증시가 고유가를 비웃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현재 유가 강세를 초래한 요인과 그로 인한 충격이 과거와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첫째, 현재 유가는 명목상 사상최고이지만 인플레이션을 적용한 실질 가격은 아직 사상최고치에 10달러 이상을 남겨두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했을 때 유가가 가장 비쌌던 때는 1970년대 초반 1차 석유위기때다. 당시 유가를 현재 가치로 환산할 경우 배럴당 106~108달러 수준이다. 2차 석유파동이 일어났던 1980년의 101.70달러가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그러나 현재 유가는 92달러에 불과하다.

둘째, 지난 3년간 달러는 30% 평가절하됐다. 원유는 달러로 거래된다. 원유가 밸러당 90달러를 상회하지만 달러 약세분을 빼면 실질 가격은 70달러대에 불과하다.

셋째, 세계 경제의 펀더멘털과 체력은 당시보다 대폭 개선됐다. 산업의 발달로 연료 효율성이 개선되면서 예전 보다 원유를 덜 소비하고도 그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립됐다.

넷째, 현재 유가 상승세는 예측 가능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석유 파동 같이 예측 불가능한 충격으로 유가가 갑자기 뛸 경우 세계 경제는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지만 최근 급등세는 탄탄한 수요 전망에 의해 예측가능한 수준이다.

다섯째, 유가가 100달러에 달하면 소규모 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 계획을 잠시 미루고 기다리는 대기효과(witing effect)'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유가가 더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유가가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세계경제에 큰 영향이 없다는 논리다.

여섯째, 현재 유가는 상품 시장 발달과 유동성 과잉에 따른 구조화된 투기 세력이 그 뒤에 있다는 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가격에서 20달러 정도는 이들의 투기세력에 의한 가격 왜곡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경기둔화로 수요가 줄었기 때문에 펀더멘털 상 유가가 오를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머징마켓 수요 증가에 베팅한 투기 세력들이 대거 원유시장으로 몰려 들고 있어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들은 유가가 100달러 정도에 도달하면 투기세력들이 이익을 실현해 유가가 순식간에 20달러 이상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세계경제가 고유가에 이미 적응을 했기 때문에 큰 충격이 없을 것이며, 유가가 올라갈수록 유류 소비는 줄고 청정연료 소비가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 지구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유림기자 ky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