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격이 또다시 상승하면서 3차 석유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위기를 경험한 이후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으로 인식돼 왔고, 유가 상승으로 인한 에너지비용의 증가는 경제성장을 위협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년간의 세계 경제지표는 매우 안정돼 있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유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이전의 2~3% 수준에서 2004년 이후에는 5% 내외로 높아졌다. 이런 높은 경제성장률 아래서도 물가상승률은 낮은 편이다. 대부분 석유의 순수입국가들인 선진국 그룹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몇 년간 2%를 조금 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총생산(GDP)은 2004년 이후 계속 4~5%의 성장을 계속하고 있고 소비자물가도 2004년 3.6%를 기록한 이후 매년 2% 대에 머물고 있다. 올해도 경제성장률 4.9%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2.4%를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 석유위기 때와 달리 최근 수년간 계속된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가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유가 상승의 원인과 양태가 과거와 다르고 경제 환경도 과거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최근의 유가 상승은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과 미국의 석유수요가 급증하였다는 점이 주요 원인이다. 과거의 유가 상승은 대부분 산유국에서의 정치적 불안과 군사적 충돌에 의한 석유의 공급차질이 원인이었다. 1973~1974년 1차 석유위기 때 중동 산유국의 석유금수(禁輸), 1979~1980년의 2차 석유위기 때 이란혁명과 이란-이라크 전쟁에 의한 석유생산 시설의 파괴 등을 말한다. 이런 공급차질에 의한 유가 상승은 분명히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수요증가가 유가 상승의 원인이라면 그것은 견실한 경제성장의 산물이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유가 상승의 양태도 과거에는 단기간에 급속히 상승했으나 최근에는 점진적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1979년의 경우 6개월 만에 원유가격이 두 배로 상승한 반면, 최근의 WTI 가격은 20달러에서 40달러까지 상승하는데 2년이 지났고, 다시 80달러까지 상승하는데 3년이 지났다. 완만한 가격 상승은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로 하여금 고유가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 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제 환경은 과거의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이전되는 되는 등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는 산업의 비중이 커졌고 에너지의 이용효율도 높아져서 생산 단위당 에너지사용량이 줄었다. 선진국의 경우 GDP 단위당 에너지사용량은 1970년대의 절반 수준이고 에너지소비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율도 줄었다. 우리나라는 비록 GDP 단위당 에너지사용량은 줄지 않았으나 석유를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해 에너지소비 중 석유의 비율은 1980년의 61%에서 2006년 44%로 줄었다. 유가가 상승해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어졌다는 의미이다.
유가 상승의 양태도 과거에는 단기간에 급속히 상승했으나 최근에는 점진적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1979년의 경우 6개월 만에 원유가격이 두 배로 상승한 반면, 최근의 WTI 가격은 20달러에서 40달러까지 상승하는데 2년이 지났고, 다시 80달러까지 상승하는데 3년이 지났다. 완만한 가격 상승은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로 하여금 고유가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 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제 환경은 과거의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이전되는 되는 등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는 산업의 비중이 커졌고 에너지의 이용효율도 높아져서 생산 단위당 에너지사용량이 줄었다. 선진국의 경우 GDP 단위당 에너지사용량은 1970년대의 절반 수준이고 에너지소비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율도 줄었다. 우리나라는 비록 GDP 단위당 에너지사용량은 줄지 않았으나 석유를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해 에너지소비 중 석유의 비율은 1980년의 61%에서 2006년 44%로 줄었다. 유가가 상승해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어졌다는 의미이다.
- ▲ 이달석·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그 밖에도 과거와 달리 세계화의 진전으로 중국이 저렴한 상품을 세계시장에 공급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됐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또 각국 중앙은행들은 과거의 유가 상승기에는 곧바로 금리를 인상시켜 오히려 물가부담을 가중시킨 측면이 있으나 최근에는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저금리 정책을 유지해 물가를 안정시켜 왔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2002년 1251원에서 현재는 950원 아래로 하락해 원화 표시 원유가격의 상승률이 낮아졌다는 점이 유가 영향의 완화에 크게 기여했다.
'▒ 경제자료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가 사상최고에도 증시 급등 이유는 (0) | 2007.10.28 |
---|---|
통일비용 8천억∼1조3천억불 (0) | 2007.10.28 |
국제유가 한때 92달러도 돌파…달러화 가치 최저치 추락 (0) | 2007.10.27 |
한국 경제, 3고(高)에 말려드나 (0) | 2007.10.26 |
유가 배럴당 100달러 가시권 (0) | 2007.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