賦
雪梅軒小賦。爲日本釋允中菴作號息牧叟。 003_520c
扶桑翁發深省。道根固心灰冷。蕭灑出塵之標。幽閑絶俗之境。炯玉壺之永出。森瑤臺之月映。爾乃謝語奪胎。宋句換骨。二賦流傳。千載超忽。風人噤以不譁。騷客寂而彌鬱。韓山子霜鬢蕭蕭。麻衣飄飄。思偶然之談笑。嫌丁寧之喚招。叩剡溪之蘭槳。馳庾嶺之星軺。忽中道而坎止。乃息牧之相邀。開竹房俯風櫺。展 蒲團而加趺。烹露芽而解酲。吟載塗於周雅。想調羹於殷室。是惟無用之用。蓋有則於有物。予於是知西域之有敎。或於斯而甲乙。雨露均是澤也。農桑焉重。桃李均是花也。富貴焉宜。夫孰知雪也梅也吾師也。情境交徹。針芥相隨。罔或須臾之離也耶。若夫一枝璨璨。千山皚皚。飛鳥自絶。游蜂不偕。消塵滓於氣化。浩大極於心齊。實有助於所學。宜其扁於高齋。今歲月之幾何。阻情境之俱佳。異日沈痾去。蹇步平。鳴藍輿於石徑。當一賞以忘情。
설매헌 소부(雪梅軒小賦). 일본(日本)의 중 윤중암(允中菴)을 위하여 짓다. 호는 식목수(息牧叟)이다.
해돋이의 늙은이가 / 扶桑翁
깊은 깨달음 일으켜 / 發深省
도의 뿌리 견고하여 / 道根固
마음이 재처럼 차가워라 / 心灰冷
소쇄함은 속진을 벗은 풍표이고 / 蕭灑出塵之標
유한함은 세속을 초월한 경지로세 / 幽閑絶俗之境
맑기는 옥호의 얼음이 나온 듯 / 炯玉壺之氷出
상쾌하긴 요대의 달빛과 같아라 / 森瑤臺之月映
그대 사혜련(謝惠連)의 설부(雪賦)를 탈태하고 / 爾乃謝語奪胎
송경(宋璟)의 매화부(梅花賦)를 환골시킨 / 宋句換骨
두 부가 세상에 유전하여 / 二賦流傳
천재에 기상이 뛰어나니 / 千載超忽
풍월 읊는 사람은 입 다물어 못 떠들고 / 風人噤以不譁
문장 짓는 사람은 적적하게 막혀 버렸네 / 騷客寂而彌鬱
한산자는 쓸쓸한 백발에 / 韓山子霜鬢蕭蕭
펄럭이는 삼베옷 차림으로 / 麻衣飄飄
우연한 담소를 생각할 뿐 / 思偶然之談笑
정녕스런 부름을 꺼리는지라 / 嫌丁寧之喚招
섬계에 목란 노를 저어 건너서 / 叩剡溪之蘭槳
유령에 사신 수레를 달리다가 / 馳庾嶺之星軺
문득 중도에 험한 길 만나 멈춰서 / 忽中道而坎止
이에 식목수의 영접을 받았도다 / 乃息牧之相邀
죽방을 열고 들어가 / 開竹房
격자창을 내려다보며 / 俯風櫺
포단을 펴서 가부좌를 하고 / 展蒲團而加趺
노아를 끓여 숙취를 풀었네 / 烹露芽而解酲
주나라 아악의 재도를 읊으면서 / 吟載塗於周雅
은나라의 조갱을 상상하노니 / 想調羹於殷室
이는 쓸모없는 쓰임이건만 / 是惟無用之用
형체가 있음에 법칙도 있음일세 / 蓋有則於有物
나는 이제사 서역에 불교가 있는 것이 / 予於是知西域之有敎
혹 이와 비슷함이 있음을 알았도다 / 或於斯而甲乙
우로는 똑같은 은택이로되 농상에 중하고 / 雨露均是澤也農桑焉重
도리는 똑같은 꽃이로되 부귀에 어울리건만 / 桃李均是花也富貴焉宜
그 누가 눈과 매화와 우리 스님 사이에 / 夫孰知雪也梅也吾師也
정과 경이 서로 통하여 / 情境交徹
침개가 서로 따르듯이 / 針芥相隨
잠시도 서로 떨어지지 않음을 알리요 / 罔或須臾之離也耶
한 가지 매화는 찬란하고 / 若夫一枝璨璨
일천 산에 눈이 하얄 제 / 千山皚皚
나는 새는 절로 끊기고 / 飛鳥自絶
벌 나비도 찾아오지 않아서 / 游蜂不偕
기화 속에 속진을 다 녹여 버리고 / 消塵滓於氣化
마음의 재계로 태극을 넓힌다면 / 浩大極於心齊
실로 배운 바에 도움됨이 있으리니 / 實有助於所學
높은 집에 설매 편액이 마땅코말고 / 宜其扁於高齋
지금 세월이 그 얼마나 흘렀던고 / 今歲月之幾何
정경이 다 아름다움을 오래 못 만났으니 / 阻情境之俱佳
후일에 묵은 병이 물러가고 / 異日沈痾去
불편한 행보가 편해지거든 / 蹇步平
울툭불툭 돌길에 가마를 타고 와서 / 鳴藍輿於石徑
한 번 구경하여 세정을 잊어 보련다 / 當一賞以忘情
[주D-002]사혜련(謝惠連)의 …… 매화부(梅花賦) : 사혜련은 남조 송(南朝宋)의 문장가로서 그가 지은 설부(雪賦)가 매우 유명하였고, 송경(宋璟)은 당 현종(唐玄宗) 때의 명상(名相)으로서 그가 지은 매화부가 또한 매우 유명했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3]섬계(剡溪)에 …… 달리다가 : 섬계는 시내 이름으로, 진(晉)나라 때 왕휘지(王徽之)가 눈 내리는 날 밤에 흥이 나서 즉흥적으로 배를 타고 섬계 가에 사는 친구 대규(戴逵)를 찾아갔다가 만나지는 않고 문밖에서 되돌아온 고사에서 온 말이고, 유령(庾嶺)은 예로부터 매화의 명소(名所)로 알려진 대유령(大庾嶺)을 가리키는데, 이 부가 설매헌(雪梅軒)을 주제로 지은 글이기 때문에 섬계의 눈과 대유령의 매화를 인용한 것이다.
[주D-004]주(周)나라 …… 상상하노니 : 재도(載塗)는 《시경》 소아(小雅) 출거(出車)에, “옛날 내가 떠나갈 적엔 기장과 피가 한창 무성했는데, 이제 내가 여기 돌아와 보니, 눈이 녹아 길이 질척거리네.[昔我往矣 黍稷方華 今我來思 雨雪載塗]” 한 데서 온 말이고, 조갱(調羹)은 나라 다스리는 방도를 비유한 것으로, 《서경》 열명(說命)에, “내가 만일 국을 끓이려거든 네가 양념 소금과 매실이 되어 달라.[若作和羹 爾惟鹽梅]” 한 데서 온 말인데, 여기서는 역시 설매헌 주제의 글이기 때문에 《시경》 출거편의 눈과 《서경》 열명편의 매실을 인용한 것이다.
[주D-005]침개(針芥) : 자석(磁石)은 철침(鐵針)을 잘 흡인(吸引)하고, 호박(琥珀)은 개자(芥子)를 잘 습득(拾得)한다는 데서 온 말로, 사람의 성정이 서로 잘 투합(投合)함을 비유한 말이다.
牧隱詩稿卷之一
賦
觀魚臺小賦幷序 003_520d
觀魚臺在寧海府。臨東海。石崖下游魚可數。故以名之。府吾外家也。爲作小賦。庶幾傳之中原耳。
丹陽東岸。日本西涯。洪濤淼淼。莫知其他。其動也如山之頹。其靜也如鏡之磨。風伯之所橐鑰。海若之所室家。長鯨群戲而勢搖大空。鷙鳥孤飛而影接落霞。有臺俯焉。目中無地。上有一天。下有一水。茫茫其間。千里萬里。惟臺之下。波伏不起。俯見群魚。有同有異。圉圉洋洋。各得其志。任公之餌夸矣。非吾之所敢擬。太公之釣直矣。非吾之所敢冀。嗟夫我人。萬物之靈。 忘吾形以樂其樂。樂其樂以歿吾寧。物我一心。古今一理。孰口腹之營營。而甘君子之所棄。慨文王之旣歿。想於牣難跂。使夫子而乘桴。亦必有樂于此。惟魚躍之斷章。迺中庸之大旨。庶沈潛以終身。幸摳衣於子思子。
予年十七歲。赴東堂賦和氏璧。二十一歲。入燕都國學月課。吳伯尙先生賞予賦。每日可敎。旣歸。赴癸巳東堂賦黃河。鄕試賦琬圭。會試賦九章。今皆不錄。非古文也。非吾志也。非吾志而出身于此。非此無階於 榮養耳。嗚呼悲哉。
관어대 소부(觀魚臺小賦) 병서(幷序) |
영해의 동쪽 언덕 / 丹陽東岸
일본의 서쪽 물가엔 / 日本西涯
큰 파도만 아득할 뿐 / 洪濤淼淼
그 나머지는 알 수가 없네 / 莫知其他
물결이 움직이면 산이 무너지는 듯하고 / 其動也如山之頹
물결이 잠잠하면 닦아 놓은 거울 같도다 / 其靜也如鏡之磨
바람 귀신이 풀무로 삼는 곳이요 / 風伯之所橐鑰
바다 귀신이 집으로 삼은 곳이라 / 海若之所室家
고래들이 떼 지어 놀면 기세가 창공을 뒤흔들고 / 長鯨群戱而勢搖大空
사나운 새 외로이 날면 그림자 저녁놀에 잇닿네 / 鷙鳥孤飛而影接落霞
관어대가 굽어보고 있으니 / 有臺俯焉
눈에는 땅이 보이지 않도다 / 目中無地
위에는 한 하늘만 있고 / 上有一天
아래는 한 물만 있어 / 下有一水
아득히 먼 그 사이가 / 茫茫其間
천리만리나 되누나 / 千里萬里
오직 관어대 밑에는 / 惟臺之下
파도가 일지 않아서 / 波伏不起
고기들을 내려다보면 / 俯見群魚
서로 같고 다른 놈 있어 / 有同有異
느릿한 놈 활발한 놈이 / 圉圉洋洋
제각기 만족해하누나 / 各得其志
임공의 미끼는 과장된 것이라 / 任公之餌夸矣
내가 감히 흉내낼 바 아니요 / 非吾之所敢擬
태공의 낚싯바늘은 곧았으니 / 太公之釣直矣
내가 감히 기대할 바 아니로다 / 非吾之所敢冀
아 우리 인간은 / 嗟夫我人
만물의 영장이니 / 萬物之靈
내 형체를 잊고 그 즐거움을 즐기며 / 忘吾形以樂其樂
즐거움을 즐기다 죽어서 내 편안하리 / 樂其樂以歿吾寧
물아가 한마음이요 / 物我一心
고금이 한 이치인데 / 古今一理
그 누가 구복 채우기에 급급하여 / 孰口服之營營
군자의 버림받기를 달게 여기랴 / 而甘君子之所棄
슬프도다 문왕은 이미 돌아갔으니 / 慨文王之旣歿
오인을 생각해도 바라기 어렵거니와 / 想於牣而難跂
부자로 하여금 떼를 타게 한다면 / 使夫子而乘桴
또한 반드시 여기에 낙이 있었으리라 / 亦必有樂于此
오직 고기가 뛴다는 짧은 글귀는 / 惟魚躍之斷章
바로 중용의 가장 큰 뜻이니 / 迺中庸之大旨
종신토록 그 뜻을 깊이 탐구하면 / 庶沈潛以終身
다행히 자사자를 본받을 수 있으리 / 幸摳衣於子思子
[주D-002]임공(任公)의 미끼 : 임(任)나라 공자(公子)가 50마리의 소를 미끼로 꿰어서 회계산(會稽山)에 걸터앉아 동해(東海)에 낚싯줄을 드리워 대단히 큰 고기를 낚았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莊子 外物》
[주D-003]태공(太公)의 낚싯바늘은 곧았으니 : 강태공(姜太公)이 미천했을 때 위수(渭水) 가에서 낚시질을 할 적에 곧은 낚싯바늘을 사용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인데, 그 까닭은 고기를 잡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D-004]오인(於牣) : ‘아, 가득하다.’는 뜻인데, 문왕(文王)이 백성들과 함께 즐기는 인정(仁政)을 펴자, 백성들이 문왕의 집을 영대(靈臺), 못을 영소(靈沼)라 하고 그 못에서 뛰노는 고기를 보고 “아, 가득히 고기가 뛰노는구나.[於牣魚躍]”라고 찬미하여 노래한 데서 온 말이다. 《詩經 大雅 靈臺》
[주D-005]부자(夫子)로 …… 한다면 : 공자(孔子)가 일찍이 탄식하기를, “도가 행해지지 않으니, 나는 떼를 타고 바다에 뜨리라.[道不行 乘桴浮于海]”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公冶長》
[주D-006]고기가 …… 뜻이니 : 자사(子思)가 지은 《중용장구(中庸章句)》 제12장에, “《시경》에 이르기를, ‘솔개는 날아서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는 못에서 뛴다.[鳶飛戾天 魚躍于淵]’ 하였으니, 도(道)의 유행(流行)이 상하(上下)에 드러남을 말한 것이다.” 한 데서 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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