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牧隱詩稿卷之一(辭)

천하한량 2006. 12. 13. 02:48

牧隱詩稿卷之一


  辭

 

山中辭 003_518a

 

山之幽兮深深。鬱蕭森兮潭潭。黃鵠尙不得過其顚兮。截然屹立乎嶄巖。邃莫覰兮山之陰。曖霜露兮濡霑。文豹玄猿兮。迭出以嘷。飛禽回翔兮。毛羽之毿毿。殷其雷奔于無底之竇兮。振蕩林莽。翼之以飛廉。石出角以鉤衣兮。橫枝截路以相攙。立寂寞以無隣兮。怳祁招之愔愔。敻不可討兮山之中。東西冥迷兮氣奄奄。淙飛泉以瀉于崖兮。淸肺腑而味甘。掬之手中兮氷寒。照衰顏以是監。爰流憩以聽其聲兮。鏘玉佩 之相參。將敲火而煎茶兮。鄙陸羽之口饞。羨盤谷之可沿兮。矧其文爲我之指南。續道緖於千載兮。乃命其溪曰濂。惟山中之無偶兮。尙摳衣於丈函。聞一言以悟道兮。洗利欲之貪婪。開心源之瑩淨兮。惟太極之泳涵。若有遇於介然之頃兮。諒天地其可三。胡唐虞之遺墟。蔓草寒煙兮。吾道被于南炎。胡泓渟之而不霈兮。朔雪越嶺之交粘。信餘緖可以理天下兮。魯齊獨騁其征驂。然波及者靡不周兮。夫何恨於商參。惟後生之可畏兮。靑乃出乎其藍。幸其道之揭日月兮。吾依光兮心焉甘。將忘勢而內樂兮。日嘯倚於南 櫩。苦相招而不止。忽軒眉而載瞻。欸初心之弗竟兮。終歲月以聊淹。

 

 

산중사(山中辭)


산은 그윽하여 하도나 깊고 / 山之幽兮深深
수목은 울창하여 깊숙도 해라 / 鬱蕭森兮潭潭
황곡도 꼭대기를 넘어갈 수 없음이여 / 黃鵠尙不得過其顚兮
우뚝 서서 가파르게 깎아질렀네 / 截然屹立乎嶄巖
깊어서 엿볼 수 없어라 산의 음지쪽 / 邃莫覷兮山之陰
흐릿하게 서리 이슬 흠뻑 젖었네 / 曖霜露兮濡霑
표범과 원숭이는 갈음하여 나와 울고 / 文豹玄猿兮迭出以噑
나는 새는 빙빙 돌며 깃을 드리우도다 / 飛禽回翔兮毛羽之毿毿
요란한 우레는 밑 없는 구멍에서 분출하여 / 殷其雷奔于無底之竇兮
바람까지 곁들여 깊은 숲 흔들어 대누나 / 振蕩林莽翼之以飛廉
돌 모서리는 삐죽 나와 옷을 끌어당기고 / 石出角以鉤衣兮
나뭇가지는 길 가로막고 서로 찔러 대네 / 橫枝截路以相攙
이웃도 없이 적막하게 서 있음이여 / 立寂寞以無隣兮
기초의 온화함은 희미하기만 하도다 / 怳祈招之愔愔
멀어서 찾을 수 없어라 산의 중앙을 / 夐不可討兮山之中
동서가 아득한데 기식만 헐떡거리네 / 東西冥迷兮氣奄奄
폭포가 흘러 절벽에 쏟아져 내려라 / 淙飛泉以瀉于崖兮
폐부를 씻어 주고 맛 또한 좋구려 / 淸肺腑而味甘
차가운 얼음을 손에 움켜쥐어라 / 掬之手中兮氷寒
쇠한 낯을 비추어 바로 거울이로세 / 照衰顔以是監
이리저리 거닐며 물소리를 들으니 / 爰流憩以聽其聲兮
쟁글쟁글 패옥 소리도 함께 울리네 / 鏘玉佩之相參
부싯불 켜서 차를 달이려 하노니 / 將敲火而煎茶兮
육우의 입 침 흘린 게 비루하여라 / 鄙陸羽之口饞
부러워라 반곡이 배회할 만함이여 / 羨盤谷之可沿兮
더구나 그 글은 나의 지남이 됨에랴 / 矧其文爲我之指南

천재에 도통(道統)의 실마리를 이음이여 / 續道緖於千載兮
그 시내를 염계(濂溪)라고 명명했는데 / 乃命其溪曰濂
오직 산중에 짝할 이가 없어서 / 惟山中之無偶兮
위로 염계를 스승으로 삼았노라 / 尙摳衣於丈函
한마디 말 듣고 도를 깨달아서 / 聞一言以悟道兮
탐하는 이욕을 깨끗이 씻었어라 / 洗利欲之貪婪
마음의 근원을 열어 밝게 하는 데는 / 開心源之瑩淨兮
오직 태극을 깊이 궁구할 뿐이로다 / 惟太極之泳涵
만일 잠깐 사이에 우합함이 있으면 / 若有遇於介然之頃兮
진실로 천지인 삼재를 이루리라 / 諒天地其可三
어찌하여 당우의 빈 터는 잡초와 연기뿐인데 / 胡唐虞之遺墟蔓草寒煙兮
우리의 도가 남쪽까지 입혀졌으며 / 吾道被于南炎
어찌하여 물을 깊이 가두고 쏟아 내지 않는데 / 胡泓渟之而不霈兮
북방의 눈은 재를 넘어 서로 달라붙는고 / 朔雪越嶺之交粘
진정 남긴 도로 천하를 다스릴 만함이여 / 信餘緖可以理天下兮
노재가 홀로 그 수레를 달리었도다 / 魯齋獨騁其征驂
그러나 파급됨이 매우 주도하였음이여 / 然波及者靡不周兮
상삼처럼 만나지 못함을 어찌 한하랴 / 夫何恨於商參
오직 후생이 두려움직하여라 / 惟後生之可畏兮
청색이 바로 쪽에서 나온 거라오 / 靑乃出乎其藍
다행히 그 도가 일월처럼 게시되어서 / 幸其道之揭日月兮
내 그 광명 의지해 만족히 여기었네 / 吾依光兮心焉甘
장차 형세 잊고 속으로 도 즐기며 / 將忘勢而內樂兮
남쪽 난간 기대어 날로 읊조리노니 / 日嘯倚於南櫩
벗이 애써 서로 불러 마지않아서 / 苦相招而不止
갑자기 눈살을 펴고 우러러보노라 / 忽軒眉而載瞻
아 처음 먹은 마음 이루지 못했으니 / 欸初心之弗竟兮
세월 다하도록 이곳에 머무르리라 / 終歲月以聊淹


[주D-001]기초(祈招)의 온화함 : 기초의 기(祈)는 주(周)나라 때의 사마관(司馬官)이고, 초(招)는 당시 사마관의 이름인데, 주 목왕(周穆王)이 일찍이 천하(天下)를 주행(周行)하려 하자, 당시 경사(卿士)였던 채공 모보(祭公謀父)가 왕의 출행을 만류하고자 하여, 왕의 출행에 반드시 수행하게 되는 사마관 초를 의탁해서 시(詩)를 지어 왕을 간(諫)하였는바, 그 시에 이르기를, “기초는 온화하여 왕의 덕음을 밝히는지라, 우리 왕의 법도를 생각하여, 민력을 옥과 같이 여기고 금과 같이 여기니, 왕께서 백성의 힘 헤아리어 취하고 배부를 마음 없으시도다.[祈招之愔愔 式昭德音 思我王度 式如玉 式如金 形民之力 而無醉飽之心]” 한 데서 온 말이다. 《春秋左傳 昭公12年》
[주D-002]육우(陸羽) : 당(唐)나라 때의 은사(隱士)인데, 차(茶)를 매우 즐겨 후인(後人)들에게 다신(茶神)으로 일컬어졌고, 《다경(茶經)》을 지었다.
[주D-003]부러워라 …… 됨에랴 : 반곡(盤谷)은 태항산(太行山) 남쪽에 있는 지명(地名)이고, 그 글이란 바로 당나라 때 한유(韓愈)가 속세를 떠나 반곡에 은거하러 가는 이원(李愿)을 보내면서 지은 〈송이원귀반곡서(送李愿歸盤谷序)〉를 가리키는데, 그 글의 내용은 대략 위태롭고 구차한 부귀영화를 추구하지 않고 산수(山水) 속에 조용히 마음 편하게 지내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주D-004]염계(濂溪) : 송(宋)나라 때 주돈이(周敦頤)가 자기가 살던 곳을 염계라 명명한 데서 즉 주돈이를 가리키는데, 그는 특히 송나라 이학(理學)의 개조(開祖)로서 《태극도설(太極圖說)》과 《통서(通書)》 등을 지었다.
[주D-005]노재(魯齋) : 원(元)나라 초기의 유학자(儒學者)로 특히 정주학(程朱學)에 깊이 통했던 허형(許衡)의 호이다. 저서로 《독역사언(讀易私言)》과 《노재심법(魯齋心法)》 등이 있다.
[주D-006]상삼(商參) : 상성(商星)과 삼성(參星)을 합칭한 말인데, 이 두 별은 동쪽과 서쪽에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두 별을 동시에 볼 수 없으므로, 전하여 사람이 서로 떨어져 있어 만나지 못한 데에 비유한다.

 

 


閔志辭 003_518c

 

閔予志之溫蠖兮。非厥初之有常。慨因物以興懷兮。惟是非之失當。滃雲霧以晝晦兮。將宴息以在床。月皎皎而天淨兮。將顚倒其衣裳。夫晨夜之截然有限兮。折柳樊圃而瞿瞿之狂。胡老大而入于幽谷兮。赧一揖於陳良。爾雅蟲魚之消耗兮。匪有損其何傷。胡詩書之膏腴兮。亦憔悴而無光。悲參商兮孔孟。想髣髴兮虞唐。若可續兮卒莫可續。頹乎將戢而復掦。竟 不聞兮謦欬。杳不見兮美墻。爰舒徐以視履兮。罔其旋於考祥。好色惡臭紛乎其不決兮。宜鬼域之彷徨。惟人天之大道顯而不隱兮。胡求之於渺茫。歲月荏苒以相代兮。衰老侵尋而欲僵。甘草木之同腐兮。忽驚嘆而內傷。貽好音兮春禽。送悲聲兮寒螿。諒須臾之鬧耳兮。付一哂於亡羊。哀吾辭之匪足傳兮。聊澆之以羽觴。忘形骸以放浪兮。泝馮翼之玄黃。天何言兮物之形。文在玆兮聖道以明。我辭蕪兮翳天庭。誓删繁兮立良。

 

민지사(閔志辭)


가엾어라 내 뜻의 흐리멍텅함이여 / 閔予志之溫蠖兮
상도가 있던 그 처음과 다르도다 / 非厥初之有常
슬퍼라 사물로써 회포를 일으킴이여 / 慨因物以興懷兮
오직 시비가 정당함을 잃는도다 / 惟是非之失當
구름 안개 잔뜩 끼어 대낮이 캄캄하니 / 滃雲霧以晝晦兮
장차 와상에서 편안히 휴식하리라 / 將宴息以在床
달은 휘영청 밝고 하늘은 맑은데 / 月皎皎而天淨兮
장차 허둥지둥 옷을 입으려 하네 / 將顚倒其衣裳
새벽과 밤은 엄격히 한계가 있거니와 / 夫晨夜之截然有限兮
남새밭 버들 울타리도 광부가 보고 놀란다오 / 折柳樊圃而瞿瞿之狂

어찌하여 늙어서 깊은 골짝에 들어왔는고 / 胡老大而入于幽谷兮
진량을 작별한 게 몹시 부끄러워라
/ 赧一揖於陳良
이아 충어의 주석에 세월 소모함이야 / 爾雅蟲魚之消耗兮
손해될 건 없으니 무어 해로우랴만 / 匪有損其何傷
어찌하여 저 아름다운 시서까지 / 胡詩書之膏腴兮
또한 초췌하여 빛이 없게 하는고 / 亦憔悴而無光
공맹과 삼상처럼 떨어짐은 슬프지만 / 悲參商兮孔孟
당우와 서로 방불하기를 생각하노라 / 想髣髴兮虞唐
도를 이을 듯하나 끝내 이을 수 없기에 / 若可續兮卒莫可續
쇠퇴하여 그치려다 다시 일으키려 하네 / 頹乎將戢而復揚
끝내 말소리는 듣지 못했거니와 / 竟不聞兮謦欬
아득히 갱장에서도 보지를 못하네 / 杳不見兮羹墻
이에 서서히 행한 것을 살펴보니 / 爰舒徐以視履兮
화복을 헤아림에 주도하지 못했도다 / 罔其旋於考祥
호색과 악취가 섞인 걸 가려내지 못하니 / 好色惡臭紛乎其不決兮
귀신의 지역에 방황함이 마땅하여라 / 宜鬼域之彷徨
인천의 큰 도가 드러나서 숨은 게 없거늘 / 惟人天之大道顯而不隱兮
어찌하여 아득히 먼 곳에서 찾는고 / 胡求之於渺茫
세월이 변천하여 서로서로 갈음하니 / 歲月荏苒以相代兮
점차로 노쇠하여 쓰러질 지경이로다 / 衰老侵尋而欲僵
초목과 함께 썩어 가길 달게 여겨라 / 甘草木之同腐兮
갑자기 놀라 탄식하며 속상해하네 / 忽驚嘆而內傷
봄 새는 좋은 노래를 지저귀고 / 貽好音兮春禽
가을 매미는 슬픈 소리를 보내도다 / 送悲聲兮寒螿
진실로 잠깐 사이에 귀를 들렘이여 / 諒須臾之鬧耳兮
망양의 탄식에 일소를 부치노라 / 付一哂於亡羊
슬프다 내 글이 전하기에 부족함이여 / 哀吾辭之匪足傳兮
애오라지 술이나 따라 마시고 / 聊澆之以羽觴
형해를 잊고 하늘 끝까지 방랑하여 / 忘形骸以放浪兮
천지의 혼돈 시대로 거슬러 오르련다 / 泝馮翼之玄黃
하늘이 어찌 말했으랴 사물의 형상을 / 天何言兮物之形
문이 여기에 있어 성도가 밝아졌다오 / 文在玆兮聖道以明
내 글 거칠어 천제께 올릴 수 없으니 / 我辭蕪兮翳天庭
맹세코 산삭하여 좋은 것만 두리라 / 誓刪繁兮立良


 

[주D-001]달은 …… 놀란다오 : 《시경》 제풍(齊風) 동방미명(東方未明)에, “동방이 밝기도 전에 허둥지둥 옷을 입노라. 허둥지둥 옷을 입거늘, 임금님 처소에서 부르도다.[東方未明 顚倒衣裳 顚之倒之 自公召之]” 하고, “버들가지로 남새밭 울타리 만든 것을 미친 놈도 보고 놀라는 건데, 새벽인지 밤인지도 몰라서, 너무 이르지 않으면 너무 늦는도다.[折柳樊圃 狂夫瞿瞿 不能晨夜 不夙則莫]” 한 데서 온 말인데, 이 시는 신하들의 조회(朝會) 시간이 엄격히 정해져 있는데도, 임금이 기거(起居)에 절도가 없고 호령(號令)을 제때에 하지 않아서 신하들을 밤중에 부르기도 하고 턱없이 늦게 부르기도 하는 것을 풍자하여 부른 노래다.
[주D-002]늙어서 …… 부끄러워라 : 진량(陳良)은 전국 시대 비속(鄙俗)한 남초(南楚) 지역 사람으로 공자(孔子)의 도를 좋아하여 문명(文明)한 중국에 북학(北學)했던 재덕(才德)이 출중한 학자였는데, 진량을 사사(師事)했던 진상(陳相)이 자기 스승의 도를 배반하고 이단자(異端者)인 허행(許行)의 도를 배우므로, 맹자(孟子)가 그를 꾸짖어 이르기를, “나는 ‘깊은 골짝에서 나와 높은 나무로 옮겨간다[出於幽谷 遷于喬木]’는 말은 들었으나, 높은 나무에서 내려가 깊은 골짝으로 들어간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한 데서 온 말로, 전보다 더욱 퇴보(退步)한 것을 의미한다. 《孟子 滕文公上》
[주D-003]이아(爾雅) 충어(蟲魚)의 주석(註釋) : 진(晉)나라 때 곽박(郭璞)이 《이아》의 충어에 대하여 주석을 냈는데, 이는 사람들이 본래부터 하찮게 여기는 것이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4]갱장(羹墻) : 요(堯) 임금이 붕어한 후로 순(舜) 임금이 요 임금을 우러러 사모한 지 3년에 앉았을 때는 요 임금이 담장에서 보이고, 밥을 먹을 때는 요 임금이 국에서 보였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선왕(先王)을 매우 앙모(仰慕)하는 것을 뜻한다.
[주D-005]초목과 함께 썩어 가길 : 재덕(才德) 있는 사람이 세상에 알아줌을 받지 못하고 죽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주D-006]망양(亡羊)의 탄식 : 도망한 양(羊)을 쫓다가 갈림길이 하도 많아서 마침내 양을 잃어버렸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학문(學問)의 길 또한 다방면이어서 진리를 깨닫기가 어려움을 비유한 것이다.
[주D-007]문(文)이 …… 밝아졌다오 : 공자(孔子)가 이르기를, “문왕이 이미 돌아갔으니, 문이 나에게 있지 않느냐.[文王旣沒 文不在玆乎]” 한 데서 온 말인데, 문은 곧 도(道)를 뜻한다. 《論語 子罕》


  牧隱詩稿卷之一

 

  辭

 

永慨辭 003_518d

 

 興言蹙口以出聲兮。人謂我其宣驕。辯之好以明道兮。人謂我其譊譊。追明良之歌以矢厥躬兮。人謂我其長謠。思鳳凰之飛于千仞兮。人謂我其難要。惟鴟鴞之壞我室兮。人謂我其相嘲。鄙塵寰之局促兮。人謂我其飄搖。隘名敎之準繩兮。人謂我其逍遙。入我室以宴息兮。婦姑㛘磎以膠膠。對聖賢於黃卷兮。若蠛蠓於泬寥。杳莫尋其聲影兮。靦面目之奚邀。矧微辭之及於耳兮。昧絶響於姒姚。欲出戶庭以長騁兮。先騄駬與驃駣。悵荊棘之翳脩道兮。回予轡以無聊。人謂我其無用兮。斯其學之殽也。人謂我其無體兮。 斯其行之澆也。人謂我其素飧兮。我實甘其招也。惟立言之㝡末兮。兀流涕以頤交。夫脩功必因人兮。非厥幸之可徼。夫何德之不知修兮。人謂我其難料。彼昏不知兮。舍是正直。宜其冥趨而陷于淫慆也。爾旣悔兮猶豫之如斯。宜乎人謂我其難料。千載而有人兮。想永慨於中宵。

 

영개사(永慨辭)


흥이 나서 입 오므려 휘파람을 부노니 / 興言蹙口以出聲兮
남들은 나를 일러 교만하다 하누나 / 人謂我其宣驕
변론하여 도를 밝히기 좋아하노니 / 辯之好以明道兮
남들은 나를 일러 성내어 떠든다 하네 / 人謂我其譊譊
명량가 따라 불러서 내 몸에 맹세를 하니 / 追明良之歌以矢厥躬兮
남들은 나를 일러 고성방가한다 하누나 / 人謂我其長謠
봉황처럼 천 길 높이 날기를 생각하니 / 思鳳凰之飛于千仞兮
남들은 나를 일러 강요키 어렵다 하네 / 人謂我其難要
오직 부엉이가 내 집을 허문다고 하니 / 惟鴟鴞之壞我室兮
남들은 나를 일러 서로 꾸짖는다고 하네 / 人謂我其相嘲
도량 좁은 속인을 비루하게 여김이여 / 鄙塵寰之局促兮
남들은 나를 일러 흔든다 하누나 / 人謂我其飄搖
내가 명교의 법도에 얽매이면은 / 隘名敎之準繩兮
남들은 나를 일러 유유자적한다고 하네 / 人謂我其逍遙
내 집에 들어와 편안히 쉬자 하니 / 入我室以宴息兮
며느리와 시어미가 다투어 혼란스럽고 / 婦姑勃谿以膠膠
서책 속에서 성현을 대하려고 하니 / 對聖賢於黃卷兮
허공 속의 곤충을 찾기와 같아서 / 若蠛蠓於泬寥
소리도 그림자도 찾을 수가 없으니 / 杳莫尋其聲影兮
무슨 면목으로 어떻게 맞이하랴 / 靦面目之奚邀
더구나 은미한 말이 귀에 미친 것은 / 矧微辭之及於耳兮
요사의 도에 어둡기가 절향 같도다 / 昧絶響於姒姚
호정을 나가 끝없이 달리고자 하여 / 欲出戶庭以長騁兮
먼저 준마들을 대령시켜 탔건만 / 先騄駬與驃駣
서글퍼라 먼 길에 가시덤불이 가려서 / 悵荊棘之翳脩道兮
내 고삐 돌리려니 무료하기도 해라 / 回予轡以無聊
남들이 나를 일러 쓸모없다 하나니 / 人謂我其無用兮
이는 내 학문이 효잡한 때문이요 / 斯其學之殽也
남들이 나를 일러 체통 없다 하나니 / 人謂我其無體兮
이는 내 행실이 천박한 때문이요 / 斯其行之澆也
남들이 나를 일러 시위소찬한다 하나니 / 人謂我其素飡兮
나는 실로 그 말을 달게 여기노라 / 我實甘其招也
오직 가장 말째의 입언을 할 뿐이라 / 惟立言之最末兮
눈물이 줄줄 흘러 두 뺨을 적시네 / 兀流涕以頤交
공을 세움은 꼭 사람을 만나야 하니 / 夫脩功必因人兮
요행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거니와 / 非厥幸之可徼
어찌하여 덕 닦을 줄을 알지 못해서 / 夫何德之不知修兮
남들이 나를 일러 알기 어렵다 하는고 / 人謂我其難料
저 못난 이는 무지하여 이 정직을 버렸으니 / 彼昏不知兮舍是正直
갈 바를 몰라 혼란한 데 빠짐이 마땅커니와 / 宜其冥趨而陷于滛慆也
너는 이미 뉘우치고도 이렇게 머뭇거리니 / 爾旣悔兮猶豫之如斯
의당 남들이 나를 일러 알기 어렵다 하리 / 宜乎人謂我其難料
천재에 나를 아는 사람이 있을진댄 / 千載而有人兮
아마도 한밤중에 길이 개탄하리라 / 想永慨於中宵


 

[주D-001]명량가(明良歌) : 순(舜) 임금이 노래를 지어 부르자, 고요(皐陶)가 이어 노래하기를, “임금님이 현명하시면 신하들도 충량하여 모든 일이 편안해지리이다.[元首明哉 股肱良哉 庶事康哉]” 한 것을 이른 말이다. 《書經 益稷》
[주D-002]부엉이가 …… 하니 : 주 성왕(周成王) 초기에 성왕의 삼촌인 관숙(管叔)과 채숙(蔡叔)이 주(紂)의 아들 무경(武庚)과 함께 주나라를 배반하여 “주공(周公)이 장차 어린 성왕에게 불리할 것이다.”라는 유언비어를 퍼뜨리자, 주공이 이에 군대를 일으켜 관숙과 무경을 잡아 죽였는데, 그래도 성왕은 주공의 참뜻을 알아차리지 못하므로, 주공이 성왕을 깨우치기 위해 시를 지어 노래하기를, “부엉아 부엉아, 이미 내 새끼를 잡아먹었으니, 내 집마저 헐지 말지어다.[鴟鴞鴟鴞 旣取我子 無毁我室]” 한 데서 온 말이다. 여기서 부엉이는 무경에, 새끼는 관숙과 채숙에, 집은 왕실에 각각 비유한 것이다. 《詩經 豳風 鴟鴞》
[주D-003]며느리와 시어미가 다투어 : 《장자(莊子)》 외물(外物)에, “방 안에 공간이 없으면 시어미와 며느리가 서로 다투고, 마음에 도가 노닐 곳이 없으면 육착이 서로 다툰다.[室無空虛 則婦姑勃谿 心無天遊 則六鑿相攘]” 한 데서 온 말인데, 육착은 사람의 마음을 미혹하게 하는 여섯 가지 근원인 안(眼)ㆍ이(耳)ㆍ비(鼻)ㆍ설(舌)ㆍ신(身)ㆍ의(意)를 가리킨다.
[주D-004]요사(姚姒) : 순(舜)과 우(禹)를 가리킨다. 요는 순 임금의 성(姓)이고, 사는 우 임금의 성이다.
[주D-005]절향(絶響) : 진(晉)나라 혜강(嵇康)이 사형을 당할 때 거문고를 가지고 광릉산곡(廣陵散曲)을 타면서 광릉산이 오늘로 끊어 없어질 것이라고 한 데서 온 말로, 고도(古道)를 다시 찾을 수 없음을 비유한 것이다.
[주D-006]가장 말째의 입언(立言) : 입언은 곧 후세에 언론(言論)이나 가르침을 남기는 것을 이르는데, 《춘추좌전(春秋左傳)》 양공(襄公) 24년 조(條)에, “가장 높은 것은 덕을 세우는 것이요, 그다음은 공을 세우는 것이요, 그다음은 말을 세우는 것이다.[太上有立德 其次有立功 其次有立言]” 한 데서 온 말이다.

 


  牧隱詩稿卷之一

 

  辭

 

流水辭 003_519b

 

水之趨兮惟下。日百折兮不舍。不入于海兮。何科之停。盈必進兮。誰稅其駕。彼行潦之靡有源兮。尙逞威於大雨之炎夏也。勢暫似兮旋踵。猶足夸於鄙者也。 吾寧不食於井之渫兮。大虛日星之倒寫也。矧雜穢之不幷兮。夫何滌而何瀉也。毋航斷港兮。恐其窒也。毋踵弱水兮。恐其溺也。迺從而亂之曰。性一兮淑慝之胡形。才一兮取舍之是嬰。澗泉之幽幽。江海之冥冥。我歌其中兮。鬢毛之星星。千載有人兮。有耳其聆。

 

유수사(流水辭)


물은 오직 아래로만 흘러가서 / 水之趨兮惟下
날로 백번 꺾여도 멈추질 않네 / 日百折兮不舍
바다에 들기 전엔 어느 웅덩이에 멈추랴 / 不入于海兮何科之停
차면 반드시 흐르니 그 고삐 누가 잡을쏜가 / 盈必進兮誰稅其駕
근원 없는 저 길바닥에 고인 물도 / 彼行潦之靡有源兮
더운 여름 큰비에는 위세를 부리나니 / 尙逞威於大雨之炎夏也
잠시 그럴듯했다 이내 바닥이 나건만 / 勢暫似兮旋踵
그래도 비자에겐 과시하기 넉넉하다오 / 猶足夸於鄙者也
내가 어찌 깨끗한 우물을 먹이지 않으랴 / 吾寧不食於井之渫兮
하늘의 해와 별이 거꾸로 비치누나 / 大虛日星之倒寫也
더구나 더러운 건 섞이지 않았는데 / 矧雜穢之不幷兮
무엇을 씻어 내고 무엇을 쏟아 버리랴 / 夫何滌而何瀉也
끊어진 항구에 항해하지 않음은 / 毋航斷港兮
막힐까 두려운 때문이요 / 恐其窒也
약수에 들어가지 않음은 / 毋踵弱水兮
빠질까 두려운 때문이로다 / 恐其溺也
이에 난사를 지어 이르노라 / 迺從而亂之曰
품성은 한가진데 선악이 왜 드러나는고 / 性一兮淑慝之胡形
재주는 한가진데 취사를 이렇게 만나다니 / 才一兮取舍之是嬰
산골의 샘은 그윽하기만 하고 / 澗泉之幽幽
강과 바다는 아득하기만 한데 / 江海之冥冥
내 그 안에서 노래를 하노니 / 我歌其中兮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하여라 / 鬢毛之星星
천재에 나를 아는 사람 있어 / 千載有人兮
귀가 있으면 알아들으리 / 有耳其聆


 

[주D-001]깨끗한 …… 않으랴 : 훌륭한 재덕(才德)을 두고도 쓰이지 못함을 의미한다. 자세한 내용은 《주역(周易)》 정괘(井卦)에 나타나 있다.

 


  牧隱詩稿卷之一

 

  辭

 

東方辭。送大司成鄭達可奉使日本國。 003_519c

 

詹東方之有君兮。肇大始以自尊也。其人佩義而服仁兮。厥氣勁而詞溫也。越世道之升降兮。尙剛烈而專門也。其輕生而敢死兮。何北宮黝之足言也。倣周季之戰國兮。凜凜乎使人毛豎而驚魂也。嗟來不食 兮。睚眦必報。上忘父兄兮。下忘後昆也。矧妻孥與輿臺兮。視之不啻犬豚也。蓋此身兮澌盡。羌名譽兮永存也。士可殺不可辱兮。辱衣冠痛在國也。劘于民而陶俗兮。亦其宜而何責也。極而罔有不變兮。揖讓或在於旦夕也。中華衣冠之幾更制兮。我迺猶夫古昔也。舟車所至之必通兮。我迺足不踰閾也。日出處之天子兮。奄宅扶桑之域也。惟萬物之生育兮。迺谷風之習習也。惟下土之照臨兮。迺陽烏之赫赫也。之二者之所出兮。信天下之無敵也。胡群兇之竊發兮。至于今其猖獗也。播惡名於天下而旣稔兮。志士仁人 莫不爲東方惜也。是將動天下之兵端兮。不疑又何卜也。輔車相依兮。虞虢是監。楚國亡猿兮。禍林木也。旣交聘兮。或不以情。上有神明兮。司正直也。今其權兮有所在。子其愼兮飮食也。少思慮兮興居。保厥躬兮供厥職也。蹇予詞兮筆力衰。言有盡兮意無極也。

 

 

동방사(東方辭). 사명을 받들고 일본국(日本國)에 가는 대사성(大司成) 정달가(鄭達可)를 보내다.


동방의 일본국에 임금이 있으니 / 詹東方之有君兮
태초부터 스스로 자기를 높이었네 / 肇大始以自尊也
그 백성은 인의를 마음 깊이 새기어 / 其人佩義而服仁兮
기개는 굳세고 말은 온순하도다 / 厥氣勁而詞溫也
세도의 숱한 변천을 겪으면서도 / 越世道之升降兮
오로지 강렬만을 숭상하였으니 / 尙剛烈而專門也
생명을 불고하고 과감하게 죽음은 / 其輕生而敢死兮
어찌 북궁유 정도를 말할 것이 있으랴 / 何北宮黝之足言也
주나라 말기 전국의 풍조를 본떠서 / 倣周季之戰國兮
위풍이 사람의 모골을 송연하게 하도다 / 凜凜乎使人毛竪而驚魂也
무례한 건 먹지 않고 작은 원한도 꼭 갚아 / 嗟來不食兮睚眦必報
위론 부형도 잊고 아래론 자손도 돌보지 않는다 / 上忘父兄兮下忘後昆也
더구나 처자와 하인들에 대해서는 / 矧妻孥與輿臺兮
개돼지처럼 천시할 뿐만이 아니로다 / 視之不啻犬豚也
대체로 이 생명은 다할지라도 / 蓋此身兮澌盡
아 명예는 영원히 남기려 하네 / 羗名譽兮永存也
선비를 죽일 순 있어도 모욕은 못 주어라 / 士可殺不可辱兮
선비를 모욕하면 나라가 원통히 여네 / 辱衣冠痛在國也
백성을 면려하여 풍속을 도야하나니 / 劘于民而陶俗兮
그 또한 타당한데 무엇을 책망하리오 / 亦其宜而何責也
극에 이르면 변하지 않는 것이 없어 / 極而罔有不變兮
예의 문명도 혹 조석 사이에 바뀌는데 / 揖讓或在於旦夕也
중국의 의관 제도는 몇 번이나 바뀌었건만 / 中華衣冠之幾更制兮
나는 예전 그대로 간직할 뿐이요 / 我迺猶夫古昔也
배와 수레가 닿는 곳은 반드시 통하건만 / 舟車所至之必通兮
나는 발이 국경을 넘지 않는다네 / 我迺足不踰閾也
해 뜨는 곳의 천자는 / 日出處之天子兮
가장 동방의 지경에 자리했으니 / 奄宅扶桑之域也
오직 만물이 나서 자람은 / 惟萬物之生育兮
골짜기 바람이 다사롭기 때문이요 / 迺谷風之習習也
오직 대지를 환히 비춤은 / 惟下土之照臨兮
태양이 매우 빛나기 때문일세 / 迺陽烏之赫赫也
이 두 가지가 나오는 바이니 / 之二者之所出兮
참으로 천하에 당적할 자 없거늘 / 信天下之無敵也
어찌하여 군흉들이 몰래 일어나서 / 胡群兇之竊發兮
지금까지 함부로 날뛴단 말인고 / 至于今其猖獗也
악명이 천하에 전파하여 이미 쌓여서 / 播惡名於天下而旣稔兮
지사 인인이 모두 동방을 애석히 여기니 / 志士仁人莫不爲東方惜也
이는 장차 천하의 전쟁을 일으킬 것이 / 是將動天下之兵端兮
의심할 여지가 없는데 또 무얼 점치랴 / 不疑又何卜也
보거가 서로 의지해라 우괵이 바로 거울이요 / 輔車相依兮虞虢是監
초국이 원숭이를 잃으매 숲이 화를 입었네 / 楚國亡猿兮禍林木也
이미 서로 빙문하되 혹 진정이 아니라면 / 旣交聘兮或不以情
신명이 위에 있어 정직으로 다스리리 / 上有神明兮司正直也
지금 그 권한이 그대에게 있으니 / 今其權兮有所在
그대는 음식의 절도를 신중히 하고 / 子其愼兮飮食也
사려를 적게 하고 편안히 기거하여 / 少思慮兮興居
그 몸을 보전해서 그 직무를 완수하라 / 保厥躬兮供厥職也
아 나의 말은 필력이 쇠했는지라 / 蹇予詞兮筆力衰
말은 다했으나 뜻은 끝이 없구려 / 言有盡兮意無極也


 

[주D-001]북궁유(北宮黝) : 전국 시대 사람으로 용맹이 천하에 뛰어나서 부동심(不動心)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그는 칼로 몸을 찔러도 몸이 꼼짝하지 않고, 칼로 눈을 찔러도 눈동자가 꼼짝하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孟子 公孫丑上》
[주D-002]해 뜨는 곳의 천자(天子) : 수당(隋唐) 시대에 일본국왕(日本國王)이 중국에 보낸 국서(國書)에서 자신을 해 뜨는 곳의 천자라 자칭하고, 중국의 황제를 해 지는 곳의 천자라 일컬은 데서 온 말이다.
[주D-003]보거(輔車)가 …… 거울이요 : 보는 광대뼈, 거는 잇몸을 가리키는바, 서로 의지하고 돕지 않으면 그 존재를 보전하기 어려운 관계를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우괵(虞虢)은 춘추 시대 작은 두 나라의 이름으로, 이들은 서로 의지해야 할 처지에 있었는데도, 진(晉)나라가 괵(虢)을 치기 위해 우(虞)에 뇌물을 바치면서 길을 빌려 달라고 하자 우가 이를 허락함으로써 끝내 두 나라가 다 멸망하게 된 데서 온 말이다.
[주D-004]초국(楚國)이 …… 입었네 : 《회남자(淮南子)》 설산훈(說山訓)에, “초왕(楚王)이 도망간 원숭이를 찾으려고 하여 숲이 이 때문에 잔멸되었다.”고 한 데서 온 말로, 사소한 것을 추구하다가 오히려 큰 것을 잃을 수 있음을 의미한 말이다.


  牧隱詩稿卷之一

 

  辭

 

自訟辭 003_520a

 

汝之軀矮而陋兮。人視之若將仆也。視旣短而聽又瑩兮。中人聲而左右顧也。驚麇駭鹿之入于市兮。孰肯從而相友。雖幸聚而乍成懽兮。倏背焉而旋詬。出肺腑肉以求可兮。藐異馳而莫之遇。柔爾顏兮甘爾 言。瀉眞情之繼吐。猶北轅而適楚兮。夫誰鏃而誰羽。舒憂娛悲之何所兮。豁茫茫其天宇。惟情親之乖離兮。杳暮雲而春樹。觀吾身於霄壤兮。吹毛一於牛九。疇其置齒牙間兮。抑難知其所否。豈予德之回譎兮。予則懷其純一也。豈予行之奇邪兮。予則視其正直也。豈予言之訐詐兮。予則師其悃愊也。豈予學之鹵莽兮。予則至于其極也。豈予政之多疵兮。予則蹈夫繩墨也。惟吾之顚頓狼狽兮。莫知主善之克一也。夫惟一之罔知協兮。禽獸之歸而何擇。宜仁人之不齒兮。罔之生也是敵。胡反觀之不蚤兮。上帝臨之而赫 赫也。其循循而蹈禮兮。則不違於咫尺也。引罪辜以謝過兮。孰旣往之追責。貸予褒兮何欣。附予毀兮何怵。雍容袍笏之班兮。不識不知而順帝之則也。

 

자송사(自訟辭)


네 몸뚱이 왜소하고 못생겼음이여 / 汝之軀矮而陋兮
남이 보기에 곧 넘어질 것 같으리 / 人視之若將仆也
보는 것이 짧은 데다 듣는 것도 어두워 / 視旣短而聽又瑩兮
남의 소리 들으려면 좌우를 돌아보네 / 中人聲而左右顧也
놀란 사슴이 저자엘 들어왔음이여 / 驚麕駭鹿之入于市兮
누가 서로 벗 삼아 종유하려 하리요 / 孰肯從而相友
다행히 서로 만나 잠깐 즐거웠더라도 / 雖幸聚而乍成懽兮
선뜻 배신하여 이내 욕을 하고요 / 倏背焉而旋詬
속마음 다 꺼내서 허여하길 바라건만 / 出肺腑肉以求可兮
아득히 추향 달라 우합할 이 없도다 / 藐異馳而莫之遇
네 얼굴 유순히 하고 네 말 좋게 하여 / 柔爾顔兮甘爾言
진정을 계속해서 쏟아 내건만 / 瀉眞情之繼吐
수레는 북으로 맘은 남으로 가는 듯해라 / 猶北轅而適楚兮
어느 것이 살촉이고 어느 것이 깃인고 / 夫誰鏃而誰羽
근심과 슬픔 풀고 즐길 곳이 어드메뇨 / 舒憂娛悲之何所兮
하늘은 아득히 광활하기만 하여라 / 豁茫茫其天宇
오직 친한 벗이 멀리 떨어져 있음이여 / 惟情親之乖離兮
저문 구름과 봄날의 숲만 아득하구나 / 杳暮雲而春樹
천지 사이에 내 한 몸을 살펴보건대 / 觀吾身於霄壤兮
아홉 마리 소에 털 하나 불기와 같거니 / 吹毛一於牛九
그 누가 나 같은 사람 들먹여나 주리요 / 疇其置齒牙間兮
또한 부당하게 여김도 알기 어렵도다 / 抑難知其所否
어찌 나의 덕이 거짓되는가 / 豈予德之回譎兮
나는 순일한 마음만 품어 왔노라 / 予則懷其純一也
어찌 나의 행실이 부정한가 / 豈予行之奇邪兮
나는 정직하게 여길 뿐이로다 / 予則視其正直也
어찌 나의 말이 거짓되는가 / 豈予言之訐詐兮
나는 진실함만 본받았을 뿐이네 / 予則師其悃愊也
어찌 나의 학문이 거치는가 / 豈予學之鹵莽兮
나는 궁극의 경지에 이르렀다오 / 予則至于其極也
어찌 나의 정사가 흠이 많은가 / 豈予政之多疵兮
나는 법도만 좇아서 할 뿐이로다 / 予則蹈夫繩墨也
오직 나만 전도하고 낭패함이여 / 惟吾之顚頓狼狽兮
선을 주로 삼는 순일함을 몰랐어라 / 莫知主善之克一也
오직 순일함에 합할 줄 모름이여 / 夫惟一之罔知協兮
저 금수의 무리와 무엇이 다르랴 / 禽獸之歸而何擇
의당 어진 이가 함께할 수 없어라 / 宜仁人之不齒兮
정직하지 못한 삶이 바로 적이로세 / 罔之生也是敵
어찌하여 일찍 반관하지 못했는가 / 胡反觀之不蚤兮
하늘이 위에서 환하게 굽어보나니 / 上帝臨之而赫赫也
그 순순히 예법을 실천하면은 / 其循循而蹈禮兮
하늘이 바로 내 눈앞에 있느니라 / 則不違於咫尺也
죄과를 자책하고 용서를 바라노니 / 引罪辜以謝過兮
이미 지나간 일을 누가 책망하리요 / 孰旣往之追責
나를 포양해 준들 무엇이 기꺼우며 / 貸予褒兮何欣
나를 훼방한들 무엇이 두려우랴 / 附予毁兮何怵
온화한 용모로 조신의 반열에 처하면 / 雍容袍笏之班兮
자신도 모르는 가운데 천리에 부합하리라 / 不識不知而順帝之則也


 

[주D-001]어느 …… 깃인고 : 본디 화살촉을 잘 나가게 하기 위해 깃을 달아서 쏘는 것이므로, 여기서는 촉과 깃이 서로 분리되어 화살의 구실을 할 수 없음을 의미한 말이다.
[주D-002]저문 …… 숲 : 두보(杜甫)의 〈춘일억이백(春日憶李白)〉 시에, “위수 북쪽엔 봄날의 숲이요, 강 동쪽엔 해 저문 구름이로다. 언제나 한 동이 술로 서로 만나서, 거듭 함께 글을 자세히 논해 볼꼬.[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 何時一樽酒 重與細論文]” 한 데서 온 말로, 멀리 있는 다정한 친구를 그리워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D-003]선을 …… 순일함 : 《서경(書經)》 함유일덕(咸有一德)에, “덕은 일정한 스승이 없고 선을 주로 함이 스승이며, 선은 일정한 주인이 없고 순일한 덕에 화합하는 것이다.[德無常師 主善爲師 善無常主 協于克一]”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4]반관(反觀) : 주관(主觀)에 집착하지 않고 사물(事物)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을 이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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