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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습 서문[童子習序] - 성삼문(成三問)-

천하한량 2007. 8. 11. 04:04
동자습 서문[童子習序]

우리나라가 바다 건너에 있어 중국과는 말이 달라 역관이 있어야 서로 통하므로, 우리 선대 임금께서 지성으로 중국을 섬겨 승문원(承文院)을 두어 이문(吏文)을 맡게 하고, 사역원(司譯院)에서는 통역을 맡아 그 일만 전념하게 하여 그 자리를 오래 두었으니, 생각이 주밀하지 않음이 없었다.그러나 한음(漢音)을 배우는 사람이 몇 다리를 건너서 전수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 지가 이미 오래이기에 잘못된 것이 퍽 많아, 종(從)으로는 사성(四聲)의 빠르고 느림을 어지럽게 하고, 횡으로는 칠음(七音)의 맑고 흐림을 상실하였다. 게다가 중국의 학자가 옆에 있어 정정해 주는 일도 없기 때문에, 노숙한 선비나 역관으로 평생을 몸바쳐도 고루한 데 빠지고 말았다.세종과 문종께서 이를 염려하시어 이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지어내셨으니, 세상의 어떠한 소리라도 옮겨 쓰지 못할 것이 없다. 곧 《홍무정운(洪武正韻)》을 번역하여 중국의 원음으로 바로잡아 놓고 또 옳게 추리한 《동자습(童子習)》으로 역어(譯語)를 가르치게 하였으니, 실로 중국말을 배우는 문호가 되었다. 그래서 우부승지 신(臣) 신숙주ㆍ겸 승문원 교리(兼承文院校理) 신 조변안(曹變安), 예조 좌랑 김증(金曾), 사정(司正) 손수산(孫壽山)에게 명하여,정음(正音)으로서 한어(漢語)를 번역하여 글자 밑에 작은 글씨로 쓰고 또 우리말로 그 뜻을 풀이하라 하시고, 화의군(和義君) 신 영(瓔)과 계양군(桂陽君) 신 증(璔)에게 명하여 그 일을 감독하게 하시고, 동지중추원사 신 김하(金何)와, 경창부윤(慶昌府尹) 신 이변(李邊)으로 의심난 곳을 고증해서 쌍서(雙書)하게 했으니, 음과 뜻이 분명하여 마치 손바닥을 들여다보는 듯하였다. 다만 한스러운 것은 책이 겨우 완성될 즈음에 세종께서 승하하시고 문종께서도 뒤따라 돌아가셨다. 우리 임금께서 자리에 오르시자마자 선대(先代)의 뜻을 좇아서 빨리 간행하도록 하라고 하셨다. 또 신 성산문 등 여러 신들은 삼가 생각하건대, 사방의 말씨가 비록 남북의 다름이 있으나, 소리가 어금니ㆍ혀ㆍ입술ㆍ가ㆍ목구멍을 통해서 나오기는 남과 북이 다를 것이 없으니, 이를 명백히 안다면 성(聲)ㆍ운(韻)에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우리나라가 생긴 지 몇천 년이 지났으나, 사람들이 날마다 쓰는 말에 칠음(七音)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칠음도 모르니 청탁(淸濁)에 있어서는 더 말할 나위조차 없지 않겠느냐. 중국말을 배우기가 어렵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책이 한 번 번역되면 칠음과 사성(四聲)이 나오는 데 따라 절로 분별이 되어,경위가 서로 분명하여 털끌만큼의 차질도 없을 것이니, 곁에서 밝혀 줄 사람이 없다고 근심할 것이 어디 있겠느냐. 배우는 자가 먼저 정음(正音) 몇 자만 배우고서 다음으로 이 책을 보면, 열흘 쯤으로 중국말도 통할 수 있고 운학(韻學)도 밝힐 수 있어, 중국을 섬기는 일이 이로써 다 될 것이니, 두 임금의 정묘하신 제작이 백 대에 뛰어났음을 볼 수 있다. 이 책의 번역이 외천보국(畏天保國)
의 지극한 계획인 동시에 우리 임금님께서 선왕의 뜻을 잘 계승하신 미덕이 또한 지극하시다 하겠다.

[주D-001]외천보국(畏天保國) : 하늘을 두려워하고 나라를 보전한다는 뜻으로, 원래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즉 소국이 대국을 섬기는 것을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