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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준도명 병서(八駿圖銘幷序)-성삼문(成三問)-

천하한량 2007. 8. 11. 03:59
팔준도명 병서(八駿圖銘幷序)

성삼문(成三問)

모진 추위 뒤에는 반드시 따뜻한 봄이 있고, 격동하는 물굽이 아래는 반드시 깊은 못이 있나니, 치란(治亂)이 서로 잇대는 것은 고금이 동일하다. 옛날 고려 운수가 강하지 못하여 천명(天命)이 떠나 버렸으니, 위아래가 차서를 잃어 시랑(豺狼)이 득세하게 되고 문무(文武)가 향락만을 삼아 난리가 일어나고 말았으며, 어리석은 백성들은 도탄(塗炭)에 허덕인다. 진(秦) 나라의 사슴을 잃었으니, 조박(操搏)의 업이 다 되었는데 우(禹)가 아니면 우리는 고기가 되었다는 격이라 제안(濟安)의 책임이 어디로 돌아가리오. 오직 우리 태조 강헌(康獻)ㆍ지인(至仁)ㆍ계운(啓運)ㆍ성문(聖文)ㆍ신무(神武) 대왕은 천년의 기회에 응하시고 상성(上聖)의 자품을 지니셨으며, 실로 하늘이 내신 덕이시라 귀신과 더불어 꾀를 하시와 한 번 성냄을 떨치어 요승(妖僧)을 몰아내니, 사직이 빈 터가 되지 아니하였고, 만전의 계획을 짜내서, 홍건적(紅巾賊)을 무찌르니, 종묘(宗廟)는 예와 같으며, 납씨(納氏)를 몰아내고 올자(兀刺)를 쳐서 태산으로 알[卵]을 누르기보다 쉽고, 지리산(智異山)에서 싸우고 운봉(雲峯)에선 이겼으니, 거센 바람이 가랑잎 하나 쓸어내기 어려우랴. 토동(兎洞)에서 말안장을 끌러 놓으니, 해로운 기운은 해전(海巓)에서 사라졌고 압록강에서 고삐를 돌리니 대의는 해나 별보다 빛났으며, 수십 회 전장(戰場)을 출입하는 동안에 한 고조(漢高祖)처럼 발을 몇 번이나 문질렀던고 천 만리를 발섭(跋涉)하노라니, 촉 선주(蜀先主)같이 볼기 살이 빠진 적이 오래였으며, 남쪽을 치면 북쪽이 원망하고, 큰 무리는 두려워하며 작은 무리는 기다리고 있으니, 가는 곳마다 서로 경사로 여기며, 능히 그 공을 이를 줄 알았었네. 5백 년에 성인이 나시니 칠덕(七德)은 이미 5백 년을 가름하였고, 3천 마리의 말에 신물이 나타났으니, 한 마음은 진실로 3천 마리에 협동되네. 달리는 걸음은 법도에 합하고 부드러운 마음으로 사람을 순히 하며, 그리움은 영(營)에 돌아가기에 간절하고 지혜는 희미한 길에 익숙하여 오늘의 액(厄)은 노력을 신빙할 만하니, 내 채찍을 가르키면 바로 곧 건널 수 있으리. 사생(死生)의 의탁이 가벼운 것 아니기에 문ㆍ무의 공이 더욱 빛나며, 방방(彭彭)은 주원(周原)에 병행할 만하고 경경(駉駉)은 노모(魯牡)에 어찌 뒤떨어지랴, 태일(太一)이 정기를 모으매 천보(天寶)의 아끼지 아니함을 알겠고, 구오(九五)의 때를 얻으니 곤정(坤貞)에 응부하여 다함이 없으며, 활과 화살을 건 활집에 거두어 들이고 신음하는 소리가 노래로 변하게 하며, 남쪽 오랑캐가 제항(梯航)으로 길을 통하고 북쪽 풍속이 관대(冠帶)를 알게 되었으며, 만세의 수의(垂衣)를 열었으니, 하늘의 상서가 오늘에 이르고, 삼한을 안정하여 편히 쉬게 하였으니, “임금의 힘이 무엇이 나에게 있으리오.”라는 말과 같네 이것이 비록 신무(神武)의 사벌(駟伐)하신 위엄이나 또한 권기(權奇)의 내달린 효력을 얻은 것이니, 물(物)이 어찌 짐작이 없으리오, 대개 때를 기다렸던 것이다. 삼가 생각하옵건대 우리 주상 전하는 하늘의 총명을 법받으시고 조상의 대명(大明)을 이으시고, 크고 어려운 책임을 담당하오매, 뒤를 열어 이지러짐이 없게 하기를 생각하시고, 즉위(卽位)의 예를 행하오매 차례를 계승하여 길이 잊지 않을 것을 맹서하시며, 우러러 치실(菑室)의 노고를 생각하시고, 매양 갱장(羹墻)의 사모가 간절하시며, “제왕의 운(運)을 일으키는 것은 단독으로 성공하기 어렵고 인물의 협력이 있은 연후에 일이 이뤄진다.”고 하셨으므로, 대려(帶礪)의 맹서가 이미 깊고 개유(盖帷)의 은혜가 또한 융숭하였다. 그러므로 여러 공(公)은 일찍이 운대(雲臺)의 초상이 있었거니와, 팔준(八駿)은 아직도 소릉(昭陵)의 열(列)에 없었으매, 이에 윤음을 내리어, 회사(繪事)를 거행하니 호두(虎頭)는 방박(磅礡)하여 옷을 풀어 놓고 용함(龍頷)은 서로 밀려 바다를 떠나며, 등골에 붉은 즙(汁)이 흐르니, 한로(汗勞)의 태도가 완연하고, 화살이 흰 살에 박혔으니, 전쟁을 치르고도 늠름하네. 솜씨에 따라서는 사골(死骨)도 일으킬 수 있고 눈에 접하면 고삐를 단속하게 한다. 다행히 후손이 한가할 때 관람한다면 부귀가 마상(馬上)에서 얻은 것을 알 것이며, �� 방석 위에 앉아서도 바람에 빗질하고 비에 목욕하던 때를 상상할 것이요, 팔진미(八珍味)를 앞에 벌려놓아도 콩죽 먹고 보리밥 먹던 날을 생각할 것이매, 반우(盤盂)의 잠계(箴戒)에 비하고 산수의 그림과 바꾸지 말면 대동의 팔준도 한 폭이 마땅히 저 《시경(詩經)》의 빈풍(豳風)의 칠월 편(七月篇)과 더불어 같이 갈 것이니, 대단히 아름다운 일이다. 나는 새가 치유(跱渝)하고 충돌한 쥐가 패어(敗御)하며 주 목왕(周穆王)이 서왕모(西王母)를 잔치하매 수레바퀴 자국이 온 누리를 두르고, 한나라가 이사(二師)를 포위하매 비만(飛輓)이 국외에 달하였으며, 말이 많다고 믿었으나 진(晉) 나라는 위태하지 않은 것 아니고 사마(駟馬)가 천 필이 되어도 제(齊) 나라 역시 칭할 것 없으며, 혹은 뜻을 상실하고 덕을 더럽히며, 혹은 백성을 괴롭히고 나라를 병들게 하니 이는 다 제왕의 법칙을 황폐(荒廢)한 것이라 한갓 뒷날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아, 당(唐) 나라에서는 충성하고 수(隋) 나라에서는 아첨하는 것을 보면 사람도 오히려 그렇거늘 쓰면 범이 되고 안 쓰면 쥐가 된다 해서 물(物)을 어찌 족히 괴이 여기리오. 뒷임금이 그림을 보면, 황조(皇祖)를 법받아 업을 이을 것을 생각하고 위에 말한 몇 임금을 보고 경계를 삼아 하루 가고 이틀 가도 이 마음을 잊지 않으면 실로 우리 조선 만세의 복일 것입니다. 신은 듣자오니, 선조를 현양(顯揚)하는 것은 효도의 극치요 후세에 명시하는 것은 교화의 대도라 하옵니다. 착한 일이 있어도 알지 못하면, 밝지 못한 것이옵고, 알고서도 전하지 아니하면 어질지 못한 것이옵니다. 엎드려 뵈오니 전하는 공경을 다하여 조상을 높이시고, 은혜를 미루어 물(物)에 미치시며, 조상의 칭하신 바를 좋게 여기시고 또 조상의 하신 바를 좋게 여기시와 오늘날 사모하는 마음을 부치시고 한없는 아름다움을 이뤘으나 또한 한없는 근심을 놓지 아니하여 후손의 지켜가는 법규를 삼으시며, 효도와 공경과 함께 지극하시고 밝음과 어지심은 아울러 구비하였으니, 가송(歌頌)의 작이 정히 때를 만났을진대 찬양하는 말씀을 어찌 하지 않을 수 있사옵니까. 신은 기술이 검려(黔驢)와 같이 짧고 학은 노어(魯魚)의 잘못된 것을 밝힐 수 없사오며 연대(燕臺)의 어진이를 구함에 있어서는 천리의 재주가 아니어서 부끄럽사온데 한문(漢門)의 대조(待詔)는 그릇되게 일고의 값을 올렸으나 노둔(駑鈍)하여 비록 먼 곳을 갈 자격은 없사옵고, 닭의 울음과 개의 짖음이라도 제 기능을 다할 마음이 있사오며, 하물며 성공(聖功)을 포장하는 것은 직분상 당연히 할 일이옵기로 감히 우견을 다하여 효사(孝思)를 받들어 기술하오며, 말의 덕을 만에 하나나마 노래하여 큰 아름다움을 장래에 파전하려 하와 삼가 절하고 머리를 조아리며 명을 올리는 것이옵니다.

횡운골이여, 익숙하고 건장하니 / 橫雲鶻閑且佶
만리의 한혈이요 천금의 골이로세 / 萬里血千金骨
쏜살같이 약작을 넘어 사라지는 듯이 하니 / 驟度略彴滅若沒
네 굽을 들고 뛰어 한 번도 고꾸라진 적 없네 / 超攄四足無一蹶
우리 임금 비바람 속에 분망하시던 날 / 我祖辛勤沐以櫛
몇 번이나 함께 위태한 고비를 넘겼던가 / 乘危幾時同倉卒
우리의 큰 터전을 이뤄 오늘이 있으니 / 基我丕丕有今日
횡운골이여! 공이 제일이로세 / 橫雲鶻功第一

유린청이여, 등에 봉이 솟았으니 / 游麟靑體峯生
땅에 속하는 종류요 동의 영이로세 / 地之類銅之英
진진한 인이요 성명의 상서라 / 振振之仁瑞聖明
해가 오랠수록 기술은 익숙하네 / 齒歷延長藝老成
완악함을 네 번 넘어뜨려 나라가 편안하니 / 四踣艱頑邦以寧
삼십일사에 그 영이 빛났구려 / 三十一祀耀厥靈
죽어서도 석조에 웅장한 이름 남겼느니 / 死有石槽留雄名
유린청이여, 덕을 어떻게 칭할 건가 / 游麟靑德焉稱

추풍오여, 되의 땅에서 들어오니 / 追風烏來自胡
국중의 보배요 천하에 짝이 없네 / 域中寶天下無
바람타고 해를 쫓아 허공에 오르니 / 乘聲逐日騰半虛
단번에 임금 사랑을 입었구려 / 一見特荷乾心紆
험난한 곳을 사람과 드나들어 / 入險濟難與人俱
신무를 도와 나라를 평정했네 / 贊揚神武淸坤隅
소릉 백제의 공이 서로 비슷하니 / 昭陵白帝功爲徒
추풍오여, 도참에 응해 났구려 / 追風烏生應圖

발전자여, 용이냔 말이냐 / 發電赭龍邪馬
용감한 그 재주 짝이 실로 없네 / 藝之武匹也寡
제 그림자 돌아 보고 소리 치며 고개드니 / 顧影長鳴脰一騀
기북의 만 필이 모두 다 이 아래로세 / 冀北萬匹材盡下
치달림이 법에 맞아 빗나가지 않으니 / 馳驟合矩無偏頗
채찍 하나 휘둘러 사직을 안전했네 / 一鞭攸指定稷社
우리 나라 억만년을 길이 편안하리니 / 大東億載長帖妥
발전자여 참으로 말이로다 / 發電赭吁駉者

용등자여, 천마의 새끼인지라 / 龍騰紫天馬子
번개 같은 눈동자에 통같은 귀로세 / 散電睛揷筩耳
월굴의 정을 받고 하수 기운 뭉치어 / 稟靈月窟河聚氣
우리 진룡을 내니, 변화는 귀신 같네 / 貺我眞龍化若鬼
전쟁에 다다르면 생사를 의탁하여 / 久矣臨陣托生死
넌즈시 진흙땅을 한 번 뛰어 넘었다네 / 容與一迣泥淖地
적려가 단수를 건넌 것과 공이 같으니 / 功符的盧躍檀水
용등자여, 만년을 빛이 나리 / 龍騰紫光萬祀

응상백이여, 힘으로만 칭할 것 아니라 / 凝霜白匪稱力
크고 강하고 또 슬기롭네 / 大有顒剛且淑
압록강 물 넘실넘실 기슭은 천척인데 / 鴨水湯湯岸千尺
흰 화살 번쩍번쩍 붉은 활과 함께 빛이 나네 / 白羽晣晣彤弓赫
밤에 비추는 광경이 휘황창 밝으니 / 照夜光景輝相燭
줄지은 깃발이 발굽을 따라가네 / 央央義斾隨踠足
단번에 삼한을 고통에서 구제하니 / 一回三韓骨而肉
응상백이여 네가 고맙다 / 凝霜白而無斁

사자황이여, 그칠 새 없이 다니니 / 獅子黃行無疆
승상은 밝고 장군은 강하네 / 丞相明將軍强
천일이 기운 모아 상서를 바치어 / 天一翕聚呈厥祥
용매가 바다 속에 나타났네 / 龍媒闖然海之央
높고 높은 두류산에 도적떼 한창인데 / 頭流巖巖賊氣張
번쩍이는 칼을 따라 한 번 뛰어 용을 썼네 / 一超奮武隨劒光
적의 머리 산같이 베어 놓으니 / 坐見獻級如崇岡
사자황이여, 지혜가 매우 훌륭하네 / 獅子黃思斯臧

현표여, 용감하고 사나워 / 維玄豹闞以虣
적수가 없는지라 어느 것에 비교하리 / 久無敵誰與校
방성의 정기가 잠저에 비추더니 / 房星摛精潛邸耀
드디어 천리마를 내었구려 / 胚胎逸蹄殊踸踔
토동에서 전쟁을 마치고 큰 공을 세웠거니 / 解鞍兔洞輸奇効
섬오랑캐 배 한 척도 돌아가질 못했네 / 島夷百艘無回櫂
단청의 그림도 똑같이 늠름하니 / 畫上丹靑凜惟肖
검은 표범인가 교교하구려 / 玄之豹之蹻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