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시자료실 ▒

팔가시선 서문[八家詩選序] -성삼문(成三問)-

천하한량 2007. 8. 11. 04:00
팔가시선 서문[八家詩選序]

성삼문(成三問)

내가 어느 날 비해당이 편찬한 《당송팔가시선(唐宋八家詩選)》을 얻어, 향을 피워 옷깃을 여미고 재삼 읽어 보고서, 삼가 재배하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기를, “시체(詩體)가 고금을 따라 변하지만, 배우는 사람이 누구나 함께 익혀야 할 것으로 만세토록 바뀌지 않는 것은 그 체가 넷이 있으니, 아송(雅頌)ㆍ소사(騷些)ㆍ고시(古詩)ㆍ율시(律詩)가 그것이다.아송은 성인의 손에서 나와서 세상에 전하여 가르침을 세운 것이고, 소사는 주자(朱子)가 집주(集註)한 초사(楚辭)며, 고시로서 유리(劉履)의 선시(選詩)는 세상의 학자가 종주로 삼아 높일 줄을 알고 있거니와, 율시(律詩)에 있어서는 선집(選集)이 하나둘이 아니지만, 청(靑)을 뽑아다 백(白)에 배합시켜서 연약한 것을 숭상하는 데 지나지 않으니, 대아군자(大雅君子)가 마땅찮게 여기는 터였다.이번 이 선집을 보니, 여덟 분 이외에 다른 분의 작품은 모두 버리고 뽑지 않았으니, 그 취사가 지극히 정밀하고 엄격해서 일반 상식을 뛰어넘었다. 그러나 옛 세상은 참으로 멀고 작자도 또한 많았으나, 지금 뽑은 것은 겨우 팔가의 시에 그치고 팔가를 취한 것도 몇 수에 그쳤으니, 혹은 취한 것이 넓지 못하다고 의심할 것이다. 대개 좋은 옥이 곤륜산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그런데 세상에서 누구나 옥을 말하려면 곤륜산을 제일로 삼는 것은, 곤륜산에 옥이 많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곤륜산의 부근에서는 까치에게 던지는 것도 다 옥이라는 말이 있으니 참으로 많은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채택한 것이 반드시 온화하고 윤택하며 주밀하고 씩씩하여, 두들기면 그 소리가 맑고 멀리 퍼지게 되면 채택을 정묘하게 했다 할 것이다. 군자가 시를 취하는 것도 이와 같기에, 그 작품이 성정에서 나오지 않고 풍속과 교화에 관계되지 아니하여, 선(善)이건 악(惡)이건 사람을 권장하거나 징계할 것이 못 된다면, 모두 취하지 않을 것이다.시가 주(周) 나라에 와서 극도로 성했건만, 성인이 기록하여 뒷날의 교훈으로 삼은 것은 겨우 311편에 족했고, 굴평(屈平)ㆍ송옥(宋玉)ㆍ소무(蘇武)ㆍ이릉(李陵)의 뒤에도 시부(詩賦)의 작품이 주 나라의 몇 배가 되었지만, 주자(朱子)나 유향(劉向)이 교정해서 수록한 것이 역시 많지 않았으니, 시가 어찌 흔한 것이겠는가. 결코 흔한 것이 아니다.이에 만세(萬世)의 담벽을 뚫어서 배우는 자를 위해 밝은 길을 열어 놓았으니, 부자(夫子)의 한 번 수정해 주신 공이다. 초사(楚辭)나 선시(選詩)의 작품이 모두 아(雅)ㆍ송(頌)을 우익(羽翼)하여 성인의 교화에 큰 공을 세우듯이, 이번 이 선집이야말로 이름난 분의 좋은 작품을 거두어, 시학(詩學)의 빠짐을 보태어 이제 지금 사람이나 뒷사람들로 하여금 시의 여운을 일게 하여, 감동하고 징계하는 것이 있다면 이 또한 성현의 뜻이 아니겠느냐. 성삼문이 몸소 이 성하고 아름다움을 보고 말을 아니할 수가 없어 여기에 몇 자 적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