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자료 ▒

알함브라여 안녕"

천하한량 2007. 8. 7. 19:13

알함브라여 안녕!

  

정적이던 집시의 한풀이(플라멩코)가 끝났다.
집시의 동굴을 나서는 얼굴이 붉게 상기된 것은 샹그리라 때문만은 아니었다.
자유와 열정, 한(恨)에 동화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였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우리 일행은 알함브라 궁전 전체를 가장 잘 바라볼 수 있는
‘산 니꼴라스 광장’에 도달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걸었다.
   

“그 곳은 요새이자 쾌락의 저택이라고 불러라.
그 궁전에는 화려한 것들이 많다.
지붕, 바닥, 네 벽, 치장벽토와 타일도 놀랍지만
목각으로 장식한 천장이야 말로 더욱 경이롭다.“
낮에 본 알합브라를 떠올렸다.

 

하지만 밤에 본 알함브라 궁전은 낮에 보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황금빛 조명을 받아 더욱 아름다운 빛을 발하고 있는 궁전은
마치 밤하늘에 떠있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시(詩)로 장식했던 궁전의 방과 벽면을 연상하면서
알함브라의 향수와 환상의 세계를 마음속 깊이 간직하였다.

 

날이 밝아왔다.
오늘 아침에도 산 안톤 호텔에서 바라본 사크로몬테 언덕을 스케치하였다.
이번 여행부터 해보고 싶었던 여행스케치,
생전 처음으로 그리는 것이라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기념이라 생각하고 끝까지 그리려 하였다.
 
“겨울 햇볕이 사람을 속인다.”
라는 스페인 속담이 있듯이 청명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은 꽤나 쌀쌀하였다.
다시 검은색 조약돌이 가지런히 깔려있는 좁은 유태인 골목을 지나
전날 밤, 알함브라 궁전을 바라보던 ‘산 니꼴라스 광장’을 찾았다.

 

리알같이 투명한 바람이 궁전 넘어에서 불어왔다.
‘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의 촬영지였던 시에라 네바다의 만년설원(萬年雪原)이
어느새 눈앞에 성큼 다가와 있었다.
감미롭게 꿈틀거리는 ‘라라의 테마’와 같이
순수한 영혼을 지닌 지바고와 불행했지만 강인한 여인 라라가 연상되었다.

 

그들이 아파했던 사랑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알함브라와 이별을 해야 했다.
아름다운 사랑을 연상케하는
아름다운 궁전 알함브라.

기약없는 미래의 시간을 서운하게 체 발길을 돌렸다.

알함브라여!

안녕

(계속)

 

    

 

 

 

 

 

 

(이상은 여행가 <성대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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