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자료 ▒

불꽃같은 율동

천하한량 2007. 8. 7. 19:12

불꽃같은 율동

 

녁 식사는 넓적한 조개구이와 스테이크로 맛있게 먹었다.
게다가 안달루시아 전통의상인 검은색 망토를 걸친 대학생의 기타연주 덕분으로
생각지도 않게 흥겨운 식사 시간을 보냈다.
CD를 팔기위한 공연이었다고 생각되어지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들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오히려 감사했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것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플라멩코(FLAMENCO)일 것이다.
어원에 대하여 아라비아어로 '농부'를 뜻하는 Felag와 '도망자', '피난자'를 뜻하는 Mengu라는 단어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는 설과,
집시들이 '화려함'을 은어로 사용했던 ‘불꽃’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는 플라마(flama)가
이들의 음악에 쓰이게 되었다는 의견이 있는데 대부분 후자를 정설로 보고 있다.

 

플라멩코는 춤만이 아니다.
춤과 노래와 기타가 하나로 어우러진 불꽃같은 율동(Baile-춤)이 있고,
기타와 캐스터네츠의 연주(Toque-기타)가 있고,
손벽으로 박자를 맞추며 시작되는 노래(Caute-노래)가 있다.
그래서 플라멩코는 집시의 혼(魂)이 가장 많이 묻어있는 것이다.

 

라멩코를 관람하기 위해서 사크로몬테(Sacromonte)언덕의 집시동굴을 찾았다.
동굴내 공연장은 30~40명 들어갈 정도의 좁은 공간이 이었는데,
온통 힌빛을 띠었고 벽에는 구리로 만든 냄비같은 장신구가 주렁주렁 걸려있었다.
집시의 동굴에 들어왔다는 선입감 때문인가!
땀 냄새 같기도 한 특유의 노릿한 냄새도 나는 듯 했다.

 

공연이 시작되기 10분전이다.
붉은색과 검은색 옷을 입은 4~5명의 남여가 서성거리고,
고가의 입장료(40불정도)를 지불해서인지
콜라나 생수, 샹그리라(sangria-토속酒) 등의 음료가 제공되었다.
나는 생각할 여지가 없이 샹그리라를 주문했다.

 

샹그리라는 가늘고 긴 잔에 담아져 나왔다.
알콜 도수는 맥주보다 약간 높은 듯했으며 색은 붉고 투명했다.
힌 회벽에 비추어 보았다.
분위기가 아주 그만이었다.
역시, 술은 분위에 어울려야 재 맛이 나는 법, 이 얼마나 멋진 낭만인가?...

 

옆선이 길게 타진 장미꽃 무늬의 붉은 원피스를 입은 관능적인 집시여인이

바로 눈앞에서 나의 시선을 멈추게 했다.
캐스터네츠와 기타반주가 시작되더니 구슬픈 남자의 노랫가락이 이어졌다.
여인의 애달픈 애환의 몸동작이 동굴 안에 번지나 싶더니
어느새 현란한 발과 손동작은 관객을 사로잡고 말았다.

 

집시의 땀방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자유와 열정의 몸짓이 마치 용수철처럼 사방으로 튀쳐나갔다.
땀방울이 뛰었다. 싫지가 않았다.
손에 쥐었던 붉은색 샹그리라가 목젖을 타고 흘렀다.
어쩌면 나에게도 이처럼 방랑을 갈구하는 자아가 꿈틀거리는 것은 아닐까?

 

렇다. 내가 아는 '바그다드의 자만'님도
"내 몸속엔 유목민의 피가 흐르고 있어 방랑의 기질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누구에게나 고독한 방랑의 기질은 다 있다.
하지만 내가 그들의 눈에서 고독의 흔적을 더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서러움과 외로움의 본질을 너무나 잘 아는 탓이 아니었을까?
(계속) 

 

 

 

 

 

 

 

* 위 두장의 사진은 빌려옴

* tanker님 방에서 빌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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