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자료 ▒

문명이 공존하는 메스키타

천하한량 2007. 8. 7. 19:09

문명이 공존하는 메스키타

 

르도바(Curdoba)는

과거 인구 100만의 도시 답지않게 너무 조용하였다.

 

말의 등에서 엉덩이까지의 부분을 셀이라고 부르는데,

이 셀 부분을 잘라 내어 무두질하여 만든 신발이나 옷 등 가죽 제품을

코도반(Codovan)이라고 한다.

코르도바는 천 여년 전, 이 도시가 코도반이라는 가죽 제품으로

세상에 이름이 널리 알려짐으로써 "코르도바"라고 불려지기 시작하였다.

 

코르도바의 역사는 기원전 152년경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식량이 부족하였던 로마는 밀밭을 찾아 나서 지중해를 지나던 중

에스파냐의 남부 해안에 상륙했고,

태양이 따갑게 내리 쬐는 비옥한 안달루시아의 중심인

지금의 코르도바까지 지배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기 시작하였다

 

코르도바는 로마시대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세네카를 배출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 는 스토아학파의 창시자로서

당시 시민들이 윤리적이며, 맑은 영혼을 갖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가 남긴 《도덕서한(道德書翰)》이나 《영혼의 평정(平靜)에 대하여》등은

18세기 유럽에서 많은 인기를 얻어 읽혀지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그는 스스로 슬픈 종말을 맞는다.

로마의 폭군 네로 황제의 정치적 스승이자 조언자로 활동했던 세네카는

네로에게 간청하여 그의 곁을 떠나 보다 큰 세상을 발견하였지만

결국 네로에게 역모(逆謨)로 의심을 받자

스스로 혈관을 잘라 혼탁한 세상을 마감하게 된다.

 

시의 남쪽을 감아 흐르는 강이

안달루시아의 비옥한 평야를 적시는 문명의 젓줄 달키비르강이다.

흙탕물에 악취(축산 폐수냄새)까지 풍겨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메스키타(Mezquita)’와 연결된 수로(水路)인 로마교와

커다란 수레바퀴가 로마시대의 것(복원된 것이지만) 만으로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메스키타는 회교의 사원으로 ‘머리를 땅에 대고 절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8세기 중엽부터 세워지기 시작한 이 거대한 사원은

메카의 아카바 대사원에 이은 대가람이었다.

(Mecca-이슬람교의 교조 마호메트의 출생지인 사우디아라비아 헤자즈 지방에 있는 도시로 이슬람 최고의 성지)

 

사원을 들어서자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과달키비르강을 굽어보고 서있는

‘라파엘<Raphael-구약성서의 외경(外經)에 나오는 일곱 천사의 하나>천사상’이었다.

"회교사원에 라파엘 천사상이라?…"

직감으로 어울리지 않는 조형이라고 생각했으나,

그 궁금증은 메스키타를 둘러보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무데르양식의 조각이 있는 말발굽 모양을 한 ‘용서의 문’을 지나자

오렌지와 석류(아랍을 상징하는 나무), 종려나무가 심겨져있는 넓은 정원이 나타났다.

이 곳에서 신도들은 몸과 마을을 정결케 한 후 사원 안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아랍의 정원은 천국의 평온함과 완벽함을 상징한다.

그래서 코란 속에서도 천국은 꽃이 만발한 거대한 정원에 비유하고 있다.

 

‘종려의 문’은 기도실 안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문이었다.(출구외에)

안으로 들어서자 내부는 마치 마법의 숲 속을 들여다 보는 듯

화강암과 벽옥,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856개의 원주가 빼곡히 정렬되어 있었고,

게다가 원주가 받치고 있는 줄무늬 아치는 화려한 이슬람 세계에 흠뻑 젖게하였다.

단지 빛이라도 조금 더 밝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내부는 너무 어두웠다.

건립 당시 메스키타는 2만 5,000명의 신자를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었는데,

국토회복운동기를 거치면서 카를로스 5세가 르네상스풍의 성당을 사원내부 중앙에 세웠고,

사방으로 통하던 입구를 모두 막아 빛을 차단시켰다.

이로서 그리스트교와 회교가 동거하는 독특한 건물이 되었다.

 

그래서 메스키타는 이슬람문화와 고딕, 로마네스크, 바로크 양식이 혼합된

스페인만의 독특한 ‘문명의 공존’을 보여주는 샘이었다.

그러나 타 교도의 문화중심에 세워진 그리스트교의 성당과

오랜 세월 빛을 잃고 어둠 속을 지나가야 하는 사원의 운명을 보면서

한편으로 답답한 마음도 저버릴 수 없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도 사람들은 이 곳을 “메스키타”라고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 메스키타 안내 팜프렛

 

 

 * 멀리 로마교와 과달키비르강 옆에 세워진 수레 

 

 * 메스키타 입구(과달키비르강 쪽 방향)

 

 * 메스카타의 정원(부분)

 

 * 메스키타 옆면의 무데르양식의 출입구(모두 막아 놓았다)

 

 * 메스키타 중심부에 세워진 성당 안

 

 * 메스키타 내부의 원주와 화려한 줄무늬 아치(사진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