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의 마지막 대장장이 | ||||||||||||
한산아성대장간, 3대째 가업 맥이 끊어질 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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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옥 기자 onark2@newssc.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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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우물이 아낙네들의 텃밭이라면 대장간은 남정네들의 공간이다. 그곳이 농사이야기, 다른 동네의 안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사랑방이었다. 농기구를 공장에서 주물로 대량생산하면서부터 사양길로 접어들던 대장간이 이제는 넘치는 중국산에 밀려 하나, 둘 폐업하고 서천에는 김창남(한산 지현리, 68) 씨의 대장간만이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낫 한 자루를 만드는데 드는 시간이 2시간, 당연히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중국산 호미가 700원에 들어와, 칼은 400원이고…, 내가 만든 호미는 5,000원을 받아야 허는디 가격경쟁이 되겠남” 깊은 한숨을 뱉는다. 대장간 한쪽에 불 꺼진 화덕이 자리하고 벽에는 정, 메(앞메와 옆메), 집게, 대갈마치, 숫돌 등 수십 종의 연장이 가지런하다. 한가운데에 그의 할아버지, 아버지가 썼던 모루가 외롭게 서있다. 3대, 120년간 가업을 잇고 있는 것이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계실 때는 일꾼 대·여섯 명이 풀무질에 메질이며 담금질을 하느라 온종일 북적댔다. 농기구뿐 아니라 집짓는 연장도 모두 대장장이의 손에서 빚어 나오던 때였다. 온종일 두드려도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 대장간에서 만들어 내던 연장은 쇠스랑, 호미, 낫 등 360여 가지나 되고. 또 돌쩌귀(연실, 어깨)나 꺾쇠. 말뚝 등은 지금도 대장간이 아니면 만들어내지 못한단다. “충남에서는 3대째 가업을 이어 대장간을 하는 사람이 나 밖에 없어”라며 자부심을 드러낸다. 그래서 3년 전부터 안산에서 매년 열리는 ‘안산김홍도축제’에 초청 받아 축제장에 마련된 대장간에서 연장 만드는 과정을 시연해 오고 있다. 김 씨가 대장장이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아버지의 권유에 의해서였다고 회상한다. 김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장항제련소에 취직해 4년간 근무했다. 그때 아버지가 가업을 권유해 시작한 이래 42년이 흘렀고 평생 직업이 됐다. 다만 아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며 “내 대에 와서 가업이 끊어지는 것은 조상들께 죄송하지만……”하고 말을 끊는다. 무거운 마음이리라. 부인 이순애 씨(65)는 반려자이자 하나 남은 보조원이다. 42년간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면서 김 씨를 도왔다. 대장간이 한창 바쁠 때는 군산역까지 버스를 타고 가 괴탄부대를 머리에 이어 날랐다. 이 씨가 귀띔한다. “사실은 막내아들이 나름대로 가업을 이어보려고 3년간 일을 배웠어. 장래가 불투명하고 생활비도 못되는 현실을 깨닫고 외지로 취업해 나가버렸지”라고. 이 씨는 아들이 늘그막에라도 가업을 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김 씨는 손을 홰홰 젓는다. 한 자루의 칼이 만들어지려면 달군 무쇠를 모루에 올려놓고 먼저 자루 형태를 뺀다. 다시 불에 달궈 메질을 하고 이 과정을 15~18회 정도 거쳐야 한다. 마무리로 연삭기에 날을 갈아 불에 마지막 달군 후 담금질(물에 담그는 것)을 거치면 연장이 된다. 모든 과정 중 열처리와 담금질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경험과 숙련이 필요한 부분이다. 김 씨는 “할아버지, 아버지가 이뤄 놓은 일, 고맙게 여기고 지켜나가야겠다는 마음이지만 쇠락해가는 대장간과 줄어드는 일감을 보며 회의할 때도 종종 있다”고 실토한다. 대장간 밖 벽에는 ‘충남 철물(대장간)인증 19호 전통문화의 집, 전통문화체험학습장’이라는 명패가 쓸쓸하게 붙어 있다. 그러나 그 뿐 행정적인 어떤 도움도 없었다. 김 씨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생계만 유지해도 그 맥을 이어갈 수 있을 텐데……”라며 청년 못지않은 힘으로 다시 힘차게 메질을 시작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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