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자료 ▒

해바라기 / I Girasori / Sunflower 음악적인 리뷰 + 음악

천하한량 2007. 7. 17. 19:42

해바라기 / I Girasori / Sunflower 음악적인 리뷰 + 음악

1970년/감독:Vittorio De Sica/주연:Sophia Loren + Marcello Mastroianni

음악: Henry Mancini/ 108분



우즈베키스탄 이나 중앙아시아 그리고 사할린 과 연해주지방등에 사는

수많은 우리나라 동포들이 그러하듯이

(또 남과 북으로 갈라진 이산가족들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이....)

전쟁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고향을 떠나 먼 이역에서 본의 아니게

타향살이를 하게끔 만들었는데 이 영화 속의 남자 주인공,

안토니오 (Marcello Mastroianni, 1924-1996, 이태리)
역시

고향 이태리 에서 러시아 전선으로 징병된 이후 전쟁이 끝난 후에도

사정상 또 인정상 (해바라기가 잘 자라는) 그곳에 눌러앉아 살게 된다.



흰 눈 속의 강추위 속에서 죽음의 일보직전에 자기를 살려준

그 여인을 누구라도 그러 했듯이 어찌 모른 척 할 수 있었겠는가

그래서 할 수 없이 같이 살게 되고, 살다보니 자식도 생기고 또 그러다 보니

이젠 고향에도 갈 수가 없는 운명적인 제 2의 인생.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쟁터로 남편을 보내고 생사도 모르는 체

기다림에 지친 고향의 부인(본처)

지오반나(Sophia Loren, 1934 이태리 캄파니아)


심정은 또 얼마나 오죽할까?

생사만이라도 알 수 있었으면 하는 그 안타까운 심정은

어린아이라도 다 이해를 할 수가 있는데......



이태리에서부터 러시아 까지 그토록 먼 길을 찾아와 보고 싶었던 남편의

살아있는 얼굴을 보는 순간,

말 한마디도 못하고 도망치듯 열차에 도로 올라타는 그 명장면,

그리고 꿈같은 재회를 한 후 군복을 입은 남편을 배웅하던 이태리의 그 역에서

(아래 사진) 다시 한번 기나긴 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기구한 운명,

(대부분의 여성관객들은 이때 주인공인 지오반나 의 편이 되어 안토니오 가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하고 간절히 바랬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건 분명히 오래전 한국영화에서 한 두번쯤 본 장면과도 매우 흡사하다.

한때 우리나라 영화계도 한국전쟁 등을 배경으로 한 이런 스타일의 멜로드라마가

무척 인기를 얻던 시절이 있었지만, 누가 먼저라고 굳이 따질 필요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작품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나 생각하면 그냥 편할듯하다.



배우로서도 잘 알려지고 또 우리에게 이런 멜로드라마의 영향을 준 것

같기도 한 나폴리 출신의 명감독,

비토리오 데시카 (Vittorio De Sica, 1902-1974, 이태리)


생전에 156편이라는 많은 영화에도 출연하였지만(1923년에 데뷔)

이 영화같이 아름답고 슬픈 멜로물들 을 포함하여

총 36편의 영화를 감독하고(1940년에 데뷔) 21편의 영화각본을 썼으며

8편의 영화를 직접 제작(Producer)하기도 한 이태리의 국민적 영화인이지만

한국에서는 역시 1957년 작인 ‘무기여 잘 있거라’(Farewell To Arms)의

리날디 소령 역으로도 그 얼굴이 기억 되고 있다.

어쨋든 이차 세계대전 후의 이태리 영화계의 네오 리얼리즘(Neo Realism) 의

대표적인 감독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가장 많이 받은 감독으로서 오늘날 역사는

그를 평가하고 있다.



이태리 영화계의 김 진 규 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Marcello Mastroianni/1924-1996, 이태리)


‘La Dolce Vita‘(1960) 나 ’Casanova'70‘(1965)에서와 같이

더 이상 철없는 플레이보이가 아니였으며

소피아 로렌(Sophia Loren/1934 이태리 캄파니아)
역시 더 이상

풍만한 육체미와 백치미만을 보여주던 그런 글래머 스타가 아니었다.

단지 살아남기 위한 한 참전용사로 그리고

또 어지간한 사람들이라면 벌써 죽었으리라 포기 하였을 텐데도

악착같이 남편을 찾아 흑백사진 한 장만 손에 달랑 들고

그 먼 길을 찾아 나서는 맹렬여성으로의 연기변신이 빛난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의 이런 연기변신은 그들의 다양한 연기경력에서

(둘 다에게) 오늘날 까지도 상당히 중요한 비중으로 자리 잡아 기억이 되고 있다.



이태리와 프랑스의 합작으로 제작된 이 영화에 영화 음악을 미국출신의

헨리 맨시니(Henry Mancini, 1924-1994, 미국)

맡았다 는 것도 특이한데( Nino Rota 같은 자국의 쟁쟁한 작곡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첫 장면의 오프닝 크레디츠에서부터 흐르는 Main Theme은 한번 들으면

귀에서 쉽게 떠나지 않는 매우 동양적인 멜로디가 무척이나 아름답다



피아노로 시작되다가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서서히 전환이 되는

이 아름다운 주제곡은 전체적으로도 슬픈 분위기가 물씬 풍겨 나는데

전편을 통해 약 열 번 이상 들을 수가 있다.

또한 이 영화가 촬영될 당시의 쏘련 은 개방이 되기 이전임에도 불구하고

모스코바의 붉은 광장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이 영화를 촬영을 하였다는 것이

참으로 대단하다.

(아래 사진도 운동장에 실제로 모인 군중들 사이에서의 촬영을 하였다고 한다.)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전사자라면 그냥 다 한곳에 묻어버렸다는

러시아 전선의 그 옛 전쟁터위에 이제는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들이 자라나고

있고 (그 꽃들의 자연비료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면 참으로 기가 막힌다.)

그 꽃 숲을 이룬 들판위로는 사람들의 이런 슬픈 역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여름날의 맑은 햇살만이 화면 속에 가득하다.

해를 따라 움직인다는 이 꽃처럼 ‘님 을 향한 일편단심’을 표현 하자는 건지,

아니면 꽃다운 그 수많은 아까운 청춘들의 어처구니없는 희생들이 그 땅에서

해바라기의 아름다움으로 다시 환생함을 표현하자는 건지.....

제목을 왜 이렇게 굳이 해바라기라고 지었을까?

아무래도 그 답은 우리 관객들이 풀어야 할 몫 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