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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跋) 제 계월헌 인공음(題溪月軒印空吟) -이색(李穡)-

천하한량 2007. 5. 1. 02:46

발(跋)
 
 
제 계월헌 인공음(題溪月軒印空吟)
 

이색(李穡)

초무학(超無學)은 보제(普濟)의 고제(高弟)이다. 계월헌은 그가 살고 있는 곳이요, 인공음은 그의 저술한 바이다. 보제가 스스로 강월헌(江月軒)이라 호하였으니, 강의 모인 바는 간(磵)과 계(溪)이다. 달의 비침이 어찌 분리되고 회합하는 바 있으리요. 소위 인공음도 또한 어찌 형적을 찾을 길이 있으리요만 색이 일찍이 사모함이 있었으니, 초무학이 북경에 외유하여 보제를 알현하니, 보제가 몹시 칭찬 탄미하여 말하기를, “말만 나오면 문구를 토하되, 화살과 칼이 서로 버티는 것같이 하여 한 입으로 빈주(寶主)의 문귀를 토해내니, 장차 몸으로 불조(佛祖)의 관문을 뚫고 들어갈 것이다.” 하고, 법어(法語)와 의물(衣物)로서 성의와 신뢰를 표시하였던 것이다. 보제가 이미 입적하자 초무학이 바야흐로 그 도로써 수많은 행각승 사이에 스승이 되어 명(名)과 상(相)에서 벗어나 사물에 응접함에 형적을 남기지 않았으니, 시냇물과 달처럼 비록 형적이 있는 것 같으나, 잡으려하면 얻을 수 없으니 공허한 가운데 나타나 있음[印空]이 분명하다. 대저 공(空)이란 것은 빈 것이 아니요, 만물이 좇아나오는 바이니, 만물이 나오는 것은 곧 공의 작용인 것이다. 조사(祖師)의 인신[印]을 찬 자가 아니면 누가 능히 그 인신을 찍으리요. 뒤에 이 시집을 읽는 자, 그 성률의 잘잘못에 구애하지 말라. 이 도(道)는 말로 가히 다할 것이 못 되며 이름으로 가히 표명할 것이 못 되나니, 그 또한 공허한 데에 나타나 있는[印空] 것일 따름이다. 공을 어찌 형태와 색채로 변명하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