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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跋) 발 급암 시집(跋及菴詩集) -이색(李穡)-

천하한량 2007. 5. 1. 02:45

 발(跋)
 
 
발 급암 시집(跋及菴詩集)
 

이색(李穡)

지난번에 내가 이미 김씨 형제를 위하여 그 외대부(外大父 외조부) 급암선생의 시에 서문을 하였다. 지금에 와서는 경지(敬之)와 더불어 같이 성균관에 있게 되어 매양 보면, 경지가 학도들에게 수응한 여가에는 언제나 조용한 곳에 들어앉아 하루 한 장씩을 쓰고, 한더위에도 폐하지 않음으로 내가 더욱 공경히 대하였다. 대개 경지가 외가에서 성장하였기 때문에, 그의 외조를 알고 사모함이 더욱 깊었던 것이요, 성질이 문필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것이다. 쓰기를 겨우 마치자, 선생의 문인 이단공(李端公) 이(?)가 마침 경상도를 안찰하게 되어 판각(板刻)하는 공역을 이로 말미암아 능히 이루게 되었으니, 이 어찌 하늘이 경지의 돈독한 효성을 도운 것이 아니겠는가. 아우님도 중국에 들어가 널리 교유하면서 하남왕(河南王) 군문(軍門)에 서한을 올려 크게 칭찬함을 입어, 중의대부 중서병부랑중 겸 첨서하남강북등처행추밀원사(中議大夫中書兵部郞中兼簽書河南江北等處行樞密院事)에 임명되었더니, 이미 고국에 돌아와서 불행히 죽었다. 경지는 이름을 구용(九容)으로 고치고, 지금 민부의랑(民部議郞)으로 옮겼으나, 강관(講官)직만은 예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