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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跋) 서 나옹 삼가(書懶翁三歌) -이색(李穡)-

천하한량 2007. 5. 1. 02:47

발(跋)
 
 
서 나옹 삼가(書懶翁三歌)
 

이색(李穡)
구슬은 방향을 따라 빛을 내 사람들을 미혹시키는 것이나 그 깨끗함은 불성(佛性)을 나타내고, 해골은 기운이 흩어지고 살이 썩어 사람들이 버리는 바이나 생존하였을 적에는 불도를 행하였고, 수없이 기운 승려의 의복은 비단을 버리고 해어진 누더기를 기운 것이니 피부를 가리고 추위와 더위를 막을 뿐이나, 이것은 그가 위의(威儀)를 장엄히 하여 도중(徒衆)사이에 편안히 처할 턱이 없어서 그러함이 아니요, 불도에 들어가 불성을 봄이다. 세 노래가 수미(首尾)가 서로 응하고 맥락이 서로 통하여, 후인에게 보이는 뜻이 깊고도 간절하다 할 것이다. 나옹(懶翁)의 문자는 손가는 대로 맡겨 일찍이 초고를 지은 적이 없이 그대로 실리(實理)를 토한 것으로서, 찬연히 써내어 운어(韻語)가 쟁쟁하나, 한편으로 그가 세속 문자를 깊이 이해하지 않음을 또한 볼 수 있다. 세 노래가 두 사람의 손에서 나온 듯한 것은 필시 그가 정밀한 생각을 가다듬고 깊이 생각하여 지었기 때문이리라. 그렇지 않다면, 어찌 영가(永嘉)의 구법(句法)을 본떴을까. 일후에 이 글이 서역에 유전하면, 마땅히 감상할 자 있을 것이다. 제자 모(某) 등이 내게 그 발어를 써달라 청하기에, 내가 그 제목을 풀이하고, 또 그 체를 상고하여 이로써 그 청에 응한다. 그런데 그 정치한 속이야 내가 고기[魚]가 아니거니, 어찌 고기를 알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