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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跋) 서 증도가 후(書證道歌後) -이색(李穡)-

천하한량 2007. 5. 1. 02:39

발(跋)
 
 
서 증도가 후(書證道歌後)
 

이색(李穡)

위의 〈증도가〉 한 편은 오흥(吳興) 조승지(趙承旨) 자앙(子昻)의 글씨이다. 임천(臨川) 범참정 대박(范參政大朴)이 발(跋)하였고, 승지의 아들 중목(仲穆) 대제(待制)가 송월헌(宋月軒)에서 보고 그 뒤에 또 발을 쓰니, 연우(延祐) 병진년부터 지정(至正) 을미년에 이르기까지, 대개 40년이다. 조씨의 부자가 스스로 지기가 되었으니, 보는 자가 더욱 믿게 되고, 이에 의탁하여 자기 이름 팔기를 구하는 자가 그 기술(記述)을 베풀지 못하게 되었다. 전 임관사(林觀寺) 주지 옥전달온(玉田達蘊)이 가지고 동국으로 돌아온 것이 이제 20년이 되었다. 전 찬성사(贊成事) 우공선(禹公?)이 널리 전할 것을 꾀하여 곧 목판에 새기려 하니, 옥전이 나에게 청하여 그 사실을 기록하라 한다. 나는 듣기를, “오흥(吳興) 조공자(趙公子)의 품격과 정채(精彩)는 그의 글씨와 같고, 옹용(雍容) 단아하고 고묘(高妙)함은 그의 시와 같다.” 하였는데, 이 필적을 보니, 대개 그의 사람됨을 상상해 알 듯하다. 우공이 그 전을 널리 하게 된 것은, 홀로 옥전의 다행함이 아니요. 조씨의 부자로 하여금 알게 할 수 있을진대 그가 반드시 말하기를, “법이 동으로 퍼지니, 나의 서도가 또한 동에도 있도다.” 하니, 그 스스로 다행하게 여김이 또한 어떠하리요. 나는 이러기에 즐겨서 그 말미에 쓰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