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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說) 평원설(平源說) -이색(李穡)-

천하한량 2007. 5. 1. 01:54

설(說)
 
 
평원설(平源說) 
 

환암(幻庵)의 제자 분상인(分上人)이 나옹(懶翁)을 따라 같이 있은 지가 또한 몇 해나 된다. 그래서 나옹이 지어준 평원(平源)이라는 호(號)를 얻어서 먹 흔적이 아직도 새롭고, 산수의 그림이 또 나옹의 득의작(得意作)이어서 평담(平淡)하고 유원(幽遠)하여 사랑스럽다. 거기에다가 가는 것을 전송하는 송(頌)으로 잇대었으니, 이점에서 보면 나옹의 재주가 거의 남겨 놓은게 없다 하겠다. 내가 환암과 좋아하기 때문에 그가 시(詩)를 요구할 때에도 아끼지 않았는데, 이제 또 평원(平源)에 대한 설(說)을 구하니 내가 어찌 차마 사양하겠는가. 상인(上人)이 스승에게서 얻은 것이 이와 같으니 어찌 말이 없을 수 있는가. 나옹이 강남(江南)에 노닐면서 법(法)을 평산(平山)에게 이었으니, 평(平)은 곧 옹이 난 곳이요, 본원(本源)은 성품으로부터 여기에 나타난 것이니, 합하여 말하면 평원(平源)이라는 것은 그 스승에게서 얻은 것이, 바깥 물건이 아니라 대개 나의 본성뿐이라는 것을 밝힌 것이다. 천진(天眞)의 부처는 변함도 없고 바뀜도 없어서 고금에 통하였는데, 평산(平山)이 인(印)친 연후에야 본원이 노정(露呈)되었으니, 스승과 제자가 주고 받는 사이에 경솔히 의논할 수 있는가. 이것은 내가 알 바가 아니다. 대개 물의 성품은 습(濕)하여 낮은 데로 나가서 법계(法界)에 두루 퍼진 것이다. 그 근원은 하늘에서 나왔으니, 하늘은 금(金)인데 금은 물로 생(生)하기 때문에 비와 이슬이 하늘로부터 내리는 것이다. 물이 모인 곳을 바다라 하는데, 그 나오는 것은 오래 된 우물과 높은 산꼭대기와 폭포와 낭떠러지 언덕에 있으니, 그 근원이 아주 동떨어진 것 같다. 물의 덕(德)으로 본다면 큰 땅덩이 속에 가득 스며들어 있어서 어디를 가나 있지 않은 곳이 없다. 땅속으로 흐르면 안 보이고, 솟으면 나타나니 어디를 가면 평평하지 않으랴. 하물며 상인(上人)은 분수에 편안하여 출렁대지도 않고 고갈되지도 않아서, 맑게 비고 밝아서 만물이 그 가운데에 삼라(森羅)하여 있으니, 옹이 사람을 알아 본 것이 더욱 밝도다. 강 달〔江月〕로 하여금 그 사이에 그림자를 나누어 변환(變幻)의 경지에서 놀기를 그림 속과 같이 한다면, 상인을 어떻게 따라갈 수 있겠는가. 내가 그를 몹시 사모하기 때문에 사양하지 않고 대강 설(說)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