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說)
맹의설(孟儀說)
지정(至正) 무신년에 내가 대사성(大司成)이 되었는데, 생도가 매우 많아서 나누어 오경(五經)을 연구하게 하였다. 《서경(書經)》을 연구하는 자가 80여 명이나 되었는데, 그 중에서 유경(劉敬)씨의 행동이 여러 사람에게 뛰어나서 과업(課業)을 받은 뒤에는 단정히 앉아서 읽기를 쉬지 않았다. 칙천지명 유시유기(?天之命惟時惟幾)라는 여덟 자에 대하여 차분하게 여러 번 되풀이하였는데, 그 소리가 길게 나서 높기도 하고 낮기도 하였다.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이 손가락질하고 웃으나 유경씨는 염두에 두지 않았으니, 그 마음의 한결같음을 알 수 있다. 오래 된 뒤에 성균관 안이 모두 탄복하였다. 신해년에 내가 외람되게 공거(貢擧)를 맡았는데 유경씨가 시의(詩義)로 합격하였으니, 《시경》과 《서경》을 통하였다 할 수 있다. 학관(學官)에 보직하였다가 공로로 참직(參職)을 제수하여 가게 되자, 성균관의 여러 교관들이 조정에 청하여, 유경씨가 순유박사(諄誘博士)를 겸한 지 지금 5년이 되었다. 그러나 여태껏 고위직에 승진하지 못하였는데도 편안히 여겨 밖으로 사모하는 것이 없으니, 그 마음에 기른 것이 도달한 바가 없고서야 어찌 그러하겠는가. 이제 자(字)에 대한 설명을 나에게 청하기를, “제가 다행히 친구들의 괄시를 받지 않아서 저의 자(字)를 맹의(孟儀)라고 하였으니, 그에 대해 가르침을 받기 원합니다.” 하였다. 내가 말하기를, “요전(堯典)에 흠(欽)을 첫머리로 하였고 문왕편(文王篇)에 경(敬)을 일컬었으니, 자네가 언제나 사모하는 것이 아닌가. ‘빛이 사방에 입힌다’는 것도 흠(欽)에서부터 나오고, ‘해가 뜨는 먼 지역까지 덕(德)이 크게 입혀진다’는 것도 경(敬)에서부터 나온다. 요임금이 사악(四岳)에게 물을 때나 관(官)과 사당에 있을 때에, 편안하면서도 부지런히 힘써, 움직이지 않아도 백성이 공경하고 말하지 않아도 백성이 믿는 것은 그의 빛나고 성한 위의(威儀)이다. 천 년 뒤에도 우러르기를 하루와 같이 하니, 아, 성하다.
오늘날 배우는 자들이 말하기를, ‘요(堯)ㆍ순(舜)과 문왕(文王)은 모두 태어나자마자 아는 성인이니 감히 바랄 수가 없다. 감히 바랄 수가 없다.’ 하니, 의당 세상의 도(道)가 날마다 저하되고 사람의 마음이 날마다 박하여져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천지는 만물의 부모이다. 성인이건 현인이건, 어리석은 사람이건 불초한 사람이건 모두 동포이니, 부모가 여러 자식에게 준 것이 어찌 후하고 박함이 있겠는가. 사람이 태어나자 오직 욕심만 따르기 때문에 달라지게 된 것이다. 이에 하늘이 어질게 사랑하여 뛰어난 자를 명하여 스승이 되고 임금이 되게 하여, 그 본래의 착함을 회복하게 하였다. 이때를 당하여 ‘만방을 화합하게 하였다’는 것과, ‘만민을 모두 화합하게 하였다’는 것이 빈 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백성이 행해야 할 떳떳한 도리와 사물의 법칙은 그 안팎이 같으며 정조(精粗)에 있어 하나로 통하는 것이다. 하늘이 자유롭게 운행하는 것은 한 가지 일도 인(仁)이 아닌 것이 없어서, 말과 행실이 나타나고 사체(四體)에 베풀어져서 환하게 흘러넘치니, 예의 삼백(禮義三百)과 위의 삼천(威儀三千)의 넉넉하고 큰 것이 어찌 반드시 그 사람을 기다린 뒤에 행해지겠는가. 그러므로 말하기를, ‘집집마다 표창할 수 있다.’ 한 것이다. 비록 그러나 먼곳에 가려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하고, 높은 곳에 오르려면 반드시 낮은 데로부터 시작한다. 뜰 안을 청소하는 것은 백성의 법칙이요, 닭이 울면 일어나서 부지런히 힘써야 할 것이니, ‘의관을 바르게 하고 높은 곳을 바라보라.’〔正其衣冠 尊其膽視〕고 하지 않았는가. ‘얼굴빛과 말 기운이 신실한 데 가까우면 비루한 것이 멀어진다.’ 함은 증자의 말이다. 증자가 공자의 도를 전하여 지금에 이르렀으니, 맹의(孟儀)가 그것을 체험하면 비로소 하늘의 명을 삼갈 수 있을 것이요, 비로소 넉넉하고도 큰 예의(禮義)와 위의(威儀)의 경지를 밟을 수 있을 것이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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