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說)
맹주설(孟周說)
이색(李穡)
계림(鷄林) 이씨(李氏)로서 관직이 오재(五宰)에 이르고, 월성군(月城君)을 봉한 이가 있는데, 그 장증손(長曾孫)이 정보(廷?)이다. 대신(臺臣)이 되어 중한 명망이 있었는데, 나에게 자(字)를 지어 달라고 청하였다. 내가 마침 《운회(韻會)》를 찾아 보니 보(?) 자 밑에 해석하기를 보(輔)라 하였다. 이에, ‘주나라 왕실의 보좌’라는 말을 취하여 자를 맹주(孟周)라고 하였다. 국가에서 인재를 쓰는 것이 마치 수레에 보(輔)를 두는 것과 같으므로 옛글에 말하기를, “너의 보(輔)를 버리지 말라. 너의 복(輻)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였고 시대의 난국을 구제하는 것은 수레가 무거운 짐을 싣는 것 같으므로 말하기를, “마침내 지극히 험한 곳을 넘었으니 일찍이 뜻하지 못한 것이다.” 하였다. 인재를 써서 시대의 난국을 구제한 것이 주나라의 정치를 따를 수 없는 이유이다. 대개 주(周)라는 것은 주나라가 천하를 차지한 이름이요, 주남(周南)이라는 것은 주공(周公)의 교화를 남방에 입게 한 것이니 풍(風)의 바른 것이다. 풍화(風化)가 아름다우면 인심이 돌아오므로 말하기를, “행하여 주나라로 돌아오니 만민의 바라는 바이다.” 하였다. 사군자(士君子)가 어려서는 배우고, 장성해서는 배운 것을 행하여 집에서부터 시작하여 천하를 다스리는 데에 마치어, 임금을 착하게 하고 백성에게 혜택을 입히며, 풍속을 바꾸어서 반드시 그 사람들을 요(堯)ㆍ순(舜)과 같이 만들고, 그 시대를 당우(唐虞)와 같이 만들어야 한다. 하(夏)ㆍ는(殷)으로부터 주나라에 이르러 바르게 되었으니, 대개 주나라 이후에는 천하에 착한 정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뜻이 있는 선비가 발돋움하고 바라볼 것은 주나라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주공ㆍ소공(召公)ㆍ필공(畢公)이 왕실을 보좌한 것은, 《시경(詩經)》과 《서경(書經)》에 실려 있어서 찬연하게 눈에 비치니, 맹주도 역시 거기에 마음을 두는가. 주나라에 마음을 둔 연후에야 오늘날 조정의 보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하도(河圖) 낙서(洛書)를 보는 자는 우(禹)임금을 생각하고, 청묘(淸廟)에 들어가면 주 문왕(周文王)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니, 맹주가 이름을 돌아보고 뜻을 생각한다면, 그 주나라의 마음을 맹주의 마음으로 하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주나라에 마음을 둔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관저(關雎)와 인지(麟趾) 에 마음을 둘 뿐이다. 관저와 인지는 문왕의 지위에 있는 자들이 바랄 것이지, 맹주가 마땅히 사모할 바는 아니다. 비록 그렇지만 시경에 말한 대로 제제(濟濟)하게 선비가 많아 문왕이 이를 힘입어 편안하였으니, 문왕이 아름다운 교화를 일으켜서 집안에서 시작하여 사람들에게 미쳤으니, 어찌 많은 선비의 도움이 없이 되겠는가. 선비가 비록 미천하나 반드시 천하의 일을 자임(自任)하는 것은, 장차 천자를 도와서 그 뜻을 행하고 그 배운 것을 베풀려는 것이다. 맹주는 의심하지 말라. 중니(仲尼)는 말하기를, “만일 나를 쓰는 자가 있다면 내가 동쪽 주나라를 만들 것이다.” 하였으니, 주나라의 도(道)를 동방에 일으키는 것이 오늘에 있지 않겠는가. 맹주는 의심하지 말라.
[주D-001]운회(韻會) : 한문 글자를 성음을 구별하여 운을 따라 모아놓은 책.
[주D-002]풍(風)의 바른 것 : 풍(風)은 《시경》에 있는 국풍(國風)을 말한 것이나, 원래는 민요(民謠)라는 말이다. 주(周)나라 초년에 정치가 청명할 때에는 바른 풍화가 있었으므로, 그 민요가 바른 민요라고 해서 정풍(正風)이 되고, 정치가 문란하여 진 뒤에 지어진 민요는 변칙적인 민요라 하여 변풍(變風)이라 하였는데, 여기 주남(周南) 편은 주나라 초년의 작이므로 풍의 바른 것이라는 것이다.
[주D-003]관저(關雎)와 인지(麟趾) : 모두가 《시경》〈주남편(周南篇)〉에 있는 시들이다. 관저는 부부의 금실이 화목하여 다른 사람들을 감화시켰다는 시이고, 인지는 부부가 화목하여 그 자손이 감화되었다는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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