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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序) 주관육익 서(周官六翼序) -이색(李穡)-

천하한량 2007. 5. 1. 01:08

서(序)
 
 
주관육익 서(周官六翼序)
 

천지의 사이에 나라를 세우고 하늘을 대신하여 행사하는 이를 천자(天子)라 이르고, 천자를 대신하여 분배받은 땅을 맡아서 다스리는 자를 제후(諸侯)라 하나니, 지위는 상하가 있고 세력은 대소가 있어 결코 문란할 수 없는 것이니, 그렇기 때문에 《주역(周易)》의 이괘(履卦)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천지가 서로 합심하면 태평함을 이루는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비색한 것이니, 그 상하의 정을 통하고 대소의 분을 정하여 하늘의 명령을 보답하고, 사람의 기강을 수립할 것을 구하자면 옛글에서 상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자가 서(書)를 산정하여 당(唐)ㆍ우(虞)에서부터 시작하였는데, 지금 그 두 전(典)을 읽어보면 오히려 그 시절에도 관을 명하는 데는 도유(都兪)ㆍ해양(諧讓)이 있었으니, 그야말로 사람을 쓰는 것도 자상하고 스스로 처(處)하는 것도 정확하였다. 그렇기에 마땅히 봉황새가 날아들고 짐승도 춤을 추는 상서를 이룩할 만하다. 삼대(三代) 시대에는 서로 손익(損益)이 있어 비록 각각 법칙을 달리하였으나 시대의 사명일 따름이요, 도(道)에 있어서는 동일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 《주관(周官)》ㆍ주례(周禮)》ㆍ《직방(職方)》의 서에서 역력히 상고할 수 있다. 진관(秦官)이 오직 옛것을 버리고 자기만을 존대하니 주(周) 나라 제도가 이에서 탕진되었던 것이며, 한 나라가 흥기하여 진지(秦志)를 인습하게 되니, 옛법에는 비록 만족하지 못한 한탄이 있었으나 또한 장차 어찌 하겠느냐.
비록 그렇지만 공자는 일찍이 말씀하기를, “예라 예라 하지만, 옥백(玉帛)을 두고 이름이랴. 악이라 악이라 하지만, 종고(鐘鼓)를 두고 이름이랴.” 하였다. 그렇다면 제도가 옛것이고 아닌 것은 급한 바 아니다. 하늘의 명령을 받들어 물(物)을 다스림에 있어 시대에 따라 제도를 창설하고, 강상(綱常)을 부식하며 풍화를 널리 선포하며 이와 같이 할 따름이다. 우리 동방이 당요(唐堯) 무진년에 나라를 세워 세상이 편안하기도 하고 어지럽기도 했다. 그래서 세 나라로 갈라졌다가 고려 태조에 이르러 하늘의 밝은 명령을 받아서 비로소 통일하여, 지금 천백여 년을 내려왔으며 관제의 연혁도 또한 여러번이었으나, 직림(職林)을 기술한 책을 집필한 사람이 있지 않았다. 이로써 관에 있는 자가 그럭저럭 세월만 보내어 대임할 자가 오면 바로 떠나며, 혹시 그 관수(官守)를 묻는 일이 있으면, “나는 모른다.” 하고, 그 녹봉을 물으면, “나는 약간의 녹봉을 받았는데 지금 벌써 몇 해가 되었다.” 할 뿐이다. 아, 소용없이 만든 것이 아니라 한다면 나는 믿지 못하겠다.
근년에 고난(苦難)을 많이 겪은 이래로 양식 가마와 무기만은 따로 국(局)을 설치하고, 능한 자를 뽑아서 주장하게 하였지만 전리(典理)의 백관을 출척(黜陟)하는 것과, 군부(軍簿)의 제위(諸衛)를 단속하는 것, 판도(版圖)의 재정을 출납하는 것과, 전법(典法)의 형옥(刑獄)을 처결하는 것, 예의(禮儀)의 조회(朝會)ㆍ제사(祭祀)와 전공(典工)의 공장(工匠) 조작(造作)과 고공(考工)의 도력(都曆), 도관(都官)의 사인(私人)은 하나의 고사(故事)로만 보아 넘길 따름이요, 각사(各司)ㆍ각부(各府)에 대하여 능히 그 관을 두게 된 연유를 탐지하여 힘써 시행하려는 자는 거의 적다.
김군 경숙(敬叔)이 그런 것을 깊이 개탄하여 육방(六房)으로 강(綱)을 삼고, 각각 소관된 일을 분류하여 목(目)을 만들어 관에 거하는 자로 하여금 다 그대로 준수하여, 그 당연히 할 바에 극진할 것을 생각하게 하고, 힘이 부족하면 힘써서 달성하게 하고, 다만 가버리면 그만이라는 전일의 격식과 같지 않게 하였으니, 경숙의 마음 쓴 것이 부지런하다 하겠다. 이미 편이 이루어져서 목판에 새기기로 했는데, 진양(鎭陽) 임희민(林希閔)이 군(君)의 말을 전하고 나에게 책 이름을 청하여 또 서문을 청하기에, 나는 대단히 기뻐서 그 명목을 《주관육익(周官六翼)》이라 하고, 대략 그 관을 두게 된 의의를 기술하여 고하노니, 직에 있는 군자는 거의 위로 국가를 저버리지 아니하고, 아래로 김경숙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주D-001]도유(都兪)ㆍ해양(諧讓) : 벼슬을 제수할 때 주고받는 말로써 찬성하고 사양한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