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序)
여흥 신륵사 선각진당시 병서(麗興神勒寺禪覺眞堂詩幷序)
지선(志先)이란 중은 나와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 국신리(國?里)의 노구(老?)를 끌고 왔다. 그가 하는 말이, “우리 스승 각선(覺先)의 탑에 선생이 이미 명(銘)을 지어주셨으니, 지선(志先) 등이 진실로 이 망극한 은혜를 받았거니와, 이에 또 장차 선생의 일언(一言)을 청해서 우리 스승의 진당(眞堂)에 기(記)하려 하니, 선생은 행여 거절하지 말라. 우리 스승이 오탁(五濁)의 악한 세상에 상(相)을 나타내고 기(機)에 응하였으니, 비하자면 부처가 나온 셈이다. 그러므로 회암(檜巖)은 옛날의 기림(祇林)과 같고 신륵(神勒)은 옛날의 쌍림(雙林)과 같다. 지선 등이 부여잡고 부르짖으며 민절(悶絶)할 지경이나, 마침내 무슨 유익이 있겠는가. 화적(化跡)을 돌아보니 달이 허공에 떨어져 남은 빛이 이미 다한 듯하나 다행히 사리(舍利)가 있으므로 그 때문에 받드는 것이 지극하고 도모(道貌)가 있으므로 그 때문에 전하는 것이 넓다. 지금 신륵사의 석종(石鐘)은 실로 정골사리(頂骨舍利)를 안치한 것이다. 지선 등은 이르기를, 후일에 사리에 예배하는 자가 우리 스승의 도모를 알 길이 없으니, 그 바람[風]을 흠모하면서 그 얼굴과 의포가 어떠한 줄을 모르면, 의귀(依歸)하고 숭배하는 마음이 반드시 만족하지 못한 바가 있을 것이다. 나아가서 도모를 우러러보고 물러나서 사리를 보며 반기고 사모하면, 어찌 교접(交接)하는 순간에 감오(感悟)되는 바가 없으랴. 이래서 진당이 지어지게 된 것이다. 선생은 우리들을 아는 이는 아니지만 붓을 쥐고 기술하는 것은 선생의 일이니, 선생은 끝까지 은혜를 입혀주기 바란다.” 하였다.
나는 말하기를, “지선의 말이 옳다. 지금 무릇 상설(像設)이 허다하나 길거리 아이들이나 항간의 여자들이 어찌 다 알 수 있으랴. 반드시 따라서 일러주기를, ‘이 부처는 그 이름이 아무 것이며 이는 부처의 제자인데, 그 이름이 아무 것이며, 이는 부처의 제자인데 그 이름이 아무 것이다.’ 한 연후에야 비로소 그 숭배하는 예를 드리고, 마음으로 그 상에 묵념하게 되는 것이니, 그렇지 않으면 선각(禪覺)의 진영도 또한 하나의 단청한 고물(故物)이라 뉘 따라서 알리오. 지선 등의 구구한 마음은 장래에 밝힐 수 없을 것이니, 마땅히 그 청이 부지런할 만하다. 그러므로 사양하지 아니하고 시로써 맺는다. 후일의 독자는 행여 기롱하지 말라. 토목의 공정에 있어서는 항상 있는 일이므로 쓰지 않는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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