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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序) 급암시집 서(及菴詩集序) -이색(李穡)-

천하한량 2007. 4. 30. 20:05

서(序)
 
 
급암시집 서(及菴詩集序)
 

육의(六義)가 이미 폐하였고 성률(聲律)ㆍ대우(對偶)가 또 만들어졌으니, 시의 변(變)이 극도에 이르렀다. 고시(古詩)가 변하여 제(齊)ㆍ양(梁)에 와서 섬약해지고, 율시(律詩)가 변하여 만당(晩唐)에 와서 폐쇄되었는데, 유독 두공부(杜工部)가 여러 체를 겸비하여 수시로 내보이자 높은 풍운이 탈속하여 고금을 뒤덮었다. 그 사이에 뛰어나게 절묘하여 유속(流俗)에 빠지지 아니한 이로는 도연명(陶淵明)ㆍ맹호연(孟浩然) 같은 이가 있었으니, 시대마다 어찌 사람이 없었겠는가. 그러나 편집(編集)의 전한 것이 드무니 애석한 일이다.
지금 도(陶)ㆍ맹(孟) 두 시집은 겨우 몇 편만 보존되어 사람들로 하여금 불만의 탄식이 있게 하였지만, 이로 인하여 그 인물을 천년 아래서도 알게 되며, 노(老)ㆍ두(杜)로 하여금 천지간의 아름다움을 독차지하지 못하게 하였으니, 이를 보면 편집을 전하게 한 그 공이 작다 할 수 있으랴. 또 더구나 당(唐)의 한유(韓愈)와 송(宋)의 증공(曾鞏)ㆍ소식(蘇軾)은, 천하에서 문장에 능하기로 유명한 이들이나 시도(詩道)에는 만족하지 못한 감이 있어 유식자가 한스럽게 여기니, 시의 시 된 것이 또 어찌 공교롭고 졸하며 많고 적은 것으로써 따질 수 있으랴.
내가 이 말을 왼 적이 오래였는데, 급암(及菴) 선생의 시를 읽고 더욱 믿어진다. 선생의 시는 담담한 것같으면서 천박하지 아니하고, 화려한 것같으면서 사치스럽지 아니하여 뜻을 놀린 것이 진실로 심원하니 읽을수록 더욱 맛이 있다. 그 역시 뛰어나게 절묘한 유인가? 그 전해질 것은 기필할 수 있다. 선생의 외손 제민(齊閔)ㆍ제안(齊顔)이 다 문장으로 당시에 유명하였는데, 지난해 창졸한 걸음에도 유실하지 아니하고 또 와서 서문을 청하니, 그 뜻이 가상하다. 그러므로 나는 그 책머리에 쓰기를 이와 같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