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序)
송 경상도 안렴 이지평 시 서(送慶尙道按廉李持平詩序)
신(神)과 사람의 사이는 쉽게 말할 수 없는 것이니, 신을 섬기는 것과 백성을 다스리는 것은 오직 제왕이 한 가지 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그 구분이 엄격한 한정이 있어 문란해서는 안 된다. 대개 천자라야 천지를 제사하고 제후라야 산천을 제사지내고, 대부(大夫)라야 오사(五祀)를 제사지내는 것이니, 예를 기록한 자가 벌써 말해 둔 것이었다.
국가가 동한(東韓)을 전제(專制)하면서부터 경내 산천으로 무릇 사전(祀典)에 있는 것은, 해마다 두 차례씩 조신(朝臣)을 뽑아서 제사를 대행하게 하였으니, 그 사신의 이름을 제고(祭告)라 하였다. 또 수령의 어질고 어질지 못한 것과 풍속의 아름답고 악한 것을 관찰하고 공세(貢稅)를 상고하고 제도를 통일시키도록 하였으며 널리 찾아다니며 물어서 상과 벌을 시행하여 상(上)의 물음에 대비하게 하니, 그 사신의 이름을 안렴(按廉)이라 하였다. 그래서 이 두 가지 사명을 겸하고 군ㆍ읍을 안행(按行)하게 되니, 실로 옛날 사방을 순성(巡省)하는 유법인 동시에 임금을 대신하여 행사하기 때문에 그 존귀하고 영화로움이 다른 사신으로는 감히 견줄 수 없다.
이미 존귀하고 영화롭다 이를진대, 그 책임의 중한 것은 또 어떠하랴. 인신(人臣)이 조정에 서게 되면 반열의 높고 낮은 것은 미처 따질 바 아니요, 다만 그 권세가 족히 그 뜻을 행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인재를 평가하여 출척을 시행하는 이부(吏部)와 논사(論思)하여 임금에게 충언을 바치는 관직(館職)과 같은 것은 맑은 자리요, 요긴한 자리요, 화려한 자리요, 임금과 친근한 자리라 할 수는 있지만, 어찌 풍기(風紀)를 맡은 관이 대쪽[簡]을 쥐고 낯빛을 바로하고, 대궐의 뜰에 서서 반드시 말하면 시행되고, 간하면 듣게 하는 자와 같으랴. 한 몸으로 이 두 가지 소임을 겸하는 것은 또한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나의 동년(同年) 완산(完山) 이군이 감찰(監察) 지평(持平)으로부터 명을 받고 나가서 경상도를 안렴하게 되었으니, 이는 이른바 한 몸으로 두 가지 소임을 겸한 것이다. 그러므로 조정의 사대부가 시를 지어 그 떠남을 아름답게 하였다. 정언(正言) 곽(郭)군이 와서 나에게 서문을 청하여, “지평의 뜻입니다.” 하므로 나는 말하기를, “이군은 독실한 자격으로 정밀하고 민첩한 수완을 써서 내외직을 출입하는 동안에 성적이 매우 좋았으니, 마땅히 대단(臺端)에 있어 다시 도끼를 쥐고 제사를 대행하며 사방을 순하여 혁혁하게 사람의 보고 듣는 것을 경동하게 할 만하며, 그는 능히 신명에게 고하여 반드시 흠향하게 하고, 반드시 이르러 오게 하여 풍우가 제 때를 잃지 않고 모든 복이 다 내리며 백성은 안정하게 살고, 관리는 그 직에 적합하고 훈훈하여 태화(太和)가 되리니, 돌아와서 전리(田里)의 태평가(太平歌)를 올리어 상(上)의 덕을 빛나게 할 것을 기약할 수 있으므로, 드디어 써서 서로 하는 것이다.” 하였다.
'▒ 목은선생글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序) 농상집요 후서(農桑輯要後序) -이색(李穡)- (0) | 2007.04.30 |
---|---|
서(序) 급암시집 서(及菴詩集序) -이색(李穡)- (0) | 2007.04.30 |
서(序) 송 월창 서(送月?序) -이색(李穡)- (0) | 2007.04.30 |
서(序) 송 절전상인 서(送絶傳上人序) -이색(李穡)- (0) | 2007.04.30 |
서(序)송 자상인 서(送玆上人序) -이색(李穡)- (0) | 2007.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