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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序) 송 월창 서(送月?序) -이색(李穡)-

천하한량 2007. 4. 30. 20:02

서(序)
 
 
송 월창 서(送月?序)
 

목은자(牧隱子)가 여강(驪江) 신륵사(神勒寺)에서 피서하고 있는데, 키가 크고 낯이 검은 어떤 중이 있어 내가 한번 보고 기이하게 여겼다. 그래서 말을 건넸으나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내심으로 이상히 여겨 곁에 있는 중에게 물으니, “다물고 말을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한다. 나는 의심이 비로소 풀리어 요즘 세상에서 얻어보기 어려운 중이라 여기고 자못 경의를 표했더니 그후부터 말을 하기 시작하는데, 소순(蔬筍)의 냄새가 없으므로 어디로부터 왔느냐고 물어보니 대개 일찍이 음률을 잘했고, 그림에 능하였고, 술에는 고래가 냇물을 들이키듯 하고, 바둑에 있어서도 풀밭을 태우는 불길과 같고, 또 창을 쓰는 것은 비록 옛날의 명장이라도 미칠 수 없는 자였다. 숨기고 말하지 않는 것이야 대개 물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만 선뜻 이 모든 것을 벗어 던지고 벽을 대면하고 오뚝 앉아서 조금도 몸을 움직이지 아니하고 말이 입밖에 나오지 아니하니, 천도가 두 번째로 조금 변했는지라, 그 기운의 호방함과 그 마음의 굳건함을 짐작할 수 있다. 이대로 나아간다면 족히 큰 일을 추릴 수 있을 것이다. 지금 □ 일로 경외(京外)로 가서 시주를 권할 모양이니, 역시 상(上)을 축수하고 생(生)을 이롭게 하자는 것이니, 그 뜻이 또한 크다고 하겠다.
무릇 키가 크고 기운이 호방하며 마음이 굳건하고 뜻이 큰 것은 모두 사람마다 얻기가 어려운 것이며, 겸비한 자는 아주 적다. 다만 월창(月?)이 잘 양성할는지의 여부가 염려될 뿐이다. 월창이여, 아무쪼록 신중하기 바란다. 추국(鄒國)이 말하기를, “술(術)이란 신중히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하였으니, 월창이 진실로 능히 아름다운 바탕으로 도의 바른 것을 지킨다면 그 신통(神通)과 묘용(妙用)도 역시 이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주D-001]소순(蔬筍)의 냄새 : 승려의 시문이나 언사에 나타나는 말투나 특징을 비꼬아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