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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序) 송 선상인 서(送詵上人序) -이색(李穡)-

천하한량 2007. 4. 30. 20:00

서(序)
 
 
송 선상인 서(送詵上人序)
 

내가 듣건대, “부도(浮屠)씨가 같은 뽕나무 아래에서 세 번 자지 않는다.” 하니, 유람다니는 것은 진실로 그들의 일이다. 그러나 때는 평온하며 어지러운 것이 있고, 길은 통하고 막힌 것이 있으니 함부로 깜깜한 속으로 내닫고 위험한 데를 저촉할 수 없으므로, 종신토록 뜻을 이루지 못하는 자가 어찌 적다 하랴. 다행히 동궤(同軌)ㆍ동문(同文)의 시대를 만나서 월(越) 나라로 가고 연(燕) 나라 가기를 마치 당(堂)에서 뜰에 가듯이 하며, 배타고 물을 건너고 신을 끌고 산을 올라 풍찬노숙(風餐露宿)하기를 방안에 있는 것같이 여기게 된다면 즐거운 일이 아니랴. 심상(尋常)의 작은 사이라도 개구리는 능히 건너뛰지 못하는데, 9만 리라도 대붕새는 구름 타고 날아가니, 그 기상을 가히 알 수 있다. 하물며 스승을 찾아 도를 물어서 밥을 대해도 밥을 잊어버리고, 잠자리에 들어도 잠을 잊어버리며 기필코 저 언덕에 도달하려 하는 자에 있어서랴.
선상인(詵上人)은 내가 두 번째 여강(驪江)에서 만났는데, 대개 벼슬하는 집안이다. 글을 읽어 문장을 본업으로 하다가 나이 21세에 고향의 승려를 따라 금강산을 구경가는데, 도중에서 뇌옹(瀨翁)이 대산(臺山)에 있다는 말을 듣고 말하기를, “산구경도 소원이기는 하지만 출가(出家)하는 것이 더욱 더 어렵고 뇌옹을 만나는 것이 더욱 더 어려운 일이다. 나는 장차 뇌옹을 따라 출가한 다음에 산을 구경하겠다.” 하고, 드디어 대산에 들어가 뇌옹을 보고 간청하니, 뇌옹이 그의 머리를 깎아주었다.
부모가 그 소문을 듣고 처음에는 슬퍼하다가 나중에는 마음이 풀리어, 종적을 찾아서 금강산에 당도하여 만나보고 말하기를, “네가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승과(僧科)를 보는 것이 좋겠다.” 하니, 상인은 말하기를, “승과를 볼진대 차라리 사과(士科)를 보는 것이 낫겠습니다. 출가한 것은 도를 배우자는 것인데 도를 선택할 수 있겠습니까.” 하고, 그 아버지를 가리키며 말하기를, “아버지는 하늘이니 내 뜻이 변경되는 일이 있다면 반드시 벌을 내릴 것입니다.” 하였다. 그 아버지는 턱을 끄덕이며 흐느껴 울며 돌아갔다.
상인은 이로부터 학문이 더욱 깊어지고 명성이 더욱 떨치어, 동배들이 감히 바라볼 수조차 없는 경지에 이르렀으나 오히려 부족하게 여기고, 또 장차 온 천하를 구경하려 드니 그 뜻이 장하다. 그가 내 말을 듣기를 매우 간절히 청하였으나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도가 같지 아니하면 서로 의논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 한 번이 아니고 두 번째가 되면 서로 두터워지는 것이 인정이니, 작별을 고하는 마당에 어찌 말이 없을 수 있으랴.
곧 말하기를, “그 나아가는 것이 날래면 그 물러가는 것도 빠른 법이니, 상인은 경계할지어다. 백리를 가는 자는 90리가 절반이니, 상인은 힘쓸지어다. 처음에 부지런하다가 나중에 게으른 것은 유가(儒家)나 불가(佛家)가 다같이 근심하는 바이니, 나도 상인과 더불어 경계하고 힘써야 하겠다. 만약 그 도에 있어서 상인이 돌아가서 구하면 남은 스승이 있을 것이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