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序)
율정 선생 일고 서(栗亭先生逸藁序)
문장은 밖에 있는 것이지만 마음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런데 마음이 발하는 것은 시대성과 관계가 있으므로 시를 외는 자가 능히 풍아(風雅)의 정(正)과 변(變)에 느낌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말세의 장구(章句)가 날로 비속한 곳으로 달려가니 정음(正音)이 다시 흥기하지 않음을 이상하게 여길 것이 없다. 다행히 외로운 봉황새가 참새떼 속에서 우는 수도 있지만, 또 그 울음소리가 바람을 따라서 가버리고, 가는 것이 더욱 멀어질수록 남은 소리는 들을 수 없으니, 아, 슬픈 일이다.
율정(栗亭) 선생은 웅위(雄偉)한 자품으로 《춘추(春秋)》를 통하고 《문선(文選)》을 전공하여 문장이 그 속에서 나왔다. 그래서 선생의 좌주(座主) 익재(益齋) 선생이 매양, “공의 글에는 고아한 기운이 있다.” 하였다. 그러나 지금 기록된 것이 이에서 그친 것은 웬일일까. 공이 금강(錦江)에 노퇴하여 일찍이 화재를 만나 가옥이 불타버렸기 때문에 문서도 따라서 다 없어지고, 오직 손자 소종(紹宗)이 귀로 듣고 눈으로 보아두었던 것이 남았을 따름이다.
선생의 사위는 기거랑(起居郞) 허식(許湜)인데, 글월을 잘하고, 그 아들 조(操)는 군부 총랑(軍簿摠郞) 지제교(知製敎)로 지금 전라 안렴사(全羅按廉使)가 되었다. 이 문집을 발간할 양으로 나에게 서문을 하라 하니, 내가 젊었을 때 선생을 스승으로 섬겼고, 기거공(起居公)이 또 나를 격몽(擊蒙)하였으며 소종이 나의 문생이 되었으니, 모든 의로 보아 사양할 수 없는 처지이므로 곧 이와 같이 쓴다. 선생의 출처에 관한 대절은 국사에 실려 있으므로 여기에는 다시 중언하지 않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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