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序)
증 원상인 서(贈元上人序)
상인은 내가 양주(楊州) 배[舟] 위에서 만나보았는데, 생김새가 수결(修潔)하여 도인의 기풍이 있으므로 마음속으로 기뻐서 오래 전부터 사귄 것같았다. 뱃길이 좁고 막혀서 혹 밀면 움직이고, 혹 당겨서 앞으로 나가게 하려면 노고가 심할 것같은데도, 난색을 보이는 일이 없으므로 처음에는 억지로 하는 짓이라 여겼더니, 며칠이 지나도 조금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제야 나는 그 사람이 대개 지취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여일(餘日)에 아직 힘이 여유가 있어 서늘한 기운을 따라 강으로 가니 또 배를 끌고 물속으로 달려서 옷이 젖어 몸에 붙으니, 좌우가 손가락질하며 비웃었으나 상인은 태연하였다. 유독 지취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개 형해(形骸)를 잊어버린 자이다.
무릇 도에 들어간 자는 마치 멍에를 벗은 말이 횡으로 달려 방향이 없는 것과 같으므로 곧장 물욕의 제압을 받지 않은 연후라야 앉아도 내가 앉고 행해도 내가 행하며, 당당히 자신을 높여서 비로소 단독으로 운행할 수 있는 것이니, 상인은 아마도 이에 가까운 모양이다. 하루는 나에게 말하기를, “내가 사방으로 유람하게 되는데, 선생은 내게 한 마디 증언(贈言)이 없을것인가.” 하였다. 나는 말하기를, “상인이 구하는 바는 내가 배운 것이 아니요, 나의 배운 것은 상인이 구하는 바가 아니니, 내가 무슨 말을 하리오. 그러나 옛 사람은 반면(半面)의 사귐도 있었는데, 하물며 □ 배를 함께 탄 두터운 정의로서 말이 없을 수 있으랴. 그러므로 사양하지 아니하고 대략 써서 증정하는 바다.
상인의 이름은 경원(景元)인데 《화엄경(華嚴經)》을 전수하기 위하여 지금 남종(南宗)의 무리 운수승(雲水僧)에게 가는 길이니, 나는 그가 족히 초혜전(草鞋錢)을 보상할 것을 알고도 남음이 있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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