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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序) 송 은계 임상인 서(送隱溪林上人序) -이색(李穡)-

천하한량 2007. 4. 30. 19:58

서(序)
 
 
송 은계 임상인 서(送隱溪林上人序)
 

7월 21일에 나는 더위에 지쳐서 옷을 풀고 망건을 벗고 손님을 사절하였으므로 문정(門庭)이 적적하였는데, 수풀 임자 이름을 가진 임상인(林上人)이 찾아왔다. 그는 곧 시내 계(溪) 자로 별호를 한 은계(隱溪)였다. 그래서 상쾌하고도 맑으므로 뛸 듯이 기뻐했다. 수풀이라면 푸른 솔인가, 푸른 대인가. 시내라면 내리쏟는 샘물인가, 바위 밑에 깊게 고인 못물인가. 나는 이런 생각을 해온 것이 오래였는데, 하루아침에 내 집 문안에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데 나는 피곤해서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면대할 수 없으니, 이는, “지척간에 응당 만리를 논해야 하리[咫尺應須論萬里].”라는 말과 무엇이 다르리오. 자못 하늘이 나에게 맑은 일을 주기를 아끼는 모양인가.
하늘이 사람에게 부여하는 것은 가장 균평하여 일찍이 푼(分)ㆍ촌(寸)이나, 수(銖)ㆍ양(兩)의 사이에도 사정을 두지 않은 동시에 청(淸)ㆍ탁(濁)이나, 후(厚)ㆍ박(薄)이 서로 빼앗아가지 못하고 한(閑)ㆍ망(忙)이나, 정(靜)ㆍ조(躁)가 서로 용납되지 못하니, 사람이 하늘에서 받은 그것도 또한 감히 조금도 푼ㆍ촌이나 수ㆍ양의 사이를 변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내가 거처하는 곳은 도회지요, 노니는 곳은 공(公)ㆍ경(卿)의 저택이요, 더불어 읊고 노래하는 자는 모두 큰 창옷 입고 넓은 띠를 띤 무리들이니, 상인(上人)같은 임천(林泉)의 선비와 더불어 서로 면대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역시 천리(天理)이니, 의당 순히 받을 따름이다. 무엇을 한하랴.
바야흐로 순히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기술하려 하는데, 더위가 더욱 심하여 곧 걷어 치우고 쓰지 않으니 뒷날을 약속하고 다시 오면 마땅히 상인을 위하여 나의 설명을 끝마치겠다.


[주D-001]지척간에 …… 하리[咫尺應須論萬里] : 두보의 시 〈희제왕재화산수가(?題王宰?山水歌)〉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