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序)
송 자상인 서(送玆上人序)
환암(幻庵)의 제자 가운데 자제(子弟)의 수재들이 있으니, 바로 허(許)씨와 기(奇)씨다. 모두 소년으로 집안의 화를 만나 벗어던지고 세상을 떠났으니, 대개 얻기 어려운 인물들이다. 기씨의 이름은 상자(尙玆)인데 사방에 뜻이 있어, 장차 노래를 사인(詞人)이나 시승(詩僧)들 사이에서 얻을 양으로 나 색(穡)에게 서문을 청하므로, 색(穡)은 환암과의 관계로 사양하지 않았다.
무릇 사방이란 말은 동서남북을 두고 이른 것이다. 우리 삼한은 천하의 동쪽에 있는데, 삼한의 동쪽은 일본(日本)이라, 긴 고래[鯨]와 큰 물결 속에 적선(賊船)의 화가 서로 잇대고, 북쪽은 여진(女眞)과 접해 있어 나는 모래와 쌓인 눈속에 우탈(區脫)의 경계가 계속 이어진다. 서남쪽의 중원(中原) 지방은 바깥문도 닫지 아니하고 길가에 물건이 있어도 주워가지 아니한다. 그런데도 사명(使命)이 아직 통하지 못하는데, 더구나 짚신과 대지팡이로 감히 그 어느 지경을 밟으려는가. 상인이 이른바 사방이란 말은 천하의 사방이 아니라 대개 삼한의 사방인 것임을 알겠다.
비록 그렇지만 세계도 무궁하거니와 내 마음도 또한 무궁하다. 부처가 보리(菩提)의 언저리를 떠나지 않고 제천(諸天)에 두루 노니는 것이, 마치 달이 하늘에 있어도 일천 강에 나타나는 것과 같은데, 내 마음은 부처에서 나왔으나 내 몸은 이곳에 매였으니 진실로 슬픈 일이다. 그러나 마음은 어디든지 못 가는 곳이 없으니, 어찌 달에 양보하랴. 상인도 정녕 이와 같을 것이므로 나는 이에 노래로 잇는다. “사람에게 육신이 있음은 말이 구유에 매인 것과 같은데, 마음이란 두루 두루 팔방을 달리도다. 무릇 길이라 이를진대 통하고 막힌 것이 있나니, 분간 없이 쫓아가면 흔히 실덕(失德)이 되느니라. 젊어서 도(道)를 향하는 건 함축(?蓄) 밖에 또 있으리. 네 마음을 편안히 하여 나의 권면을 잊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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