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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記) 송월당기(送月堂記) -이색(李穡)-

천하한량 2007. 4. 21. 18:34

기(記)
 
 
송월당기(送月堂記)
 

이소윤(李少尹)이 와서 내게 말하기를, “가군(家君 아버지)이 벼슬을 버리고 개령(開寧)에서 노경(老境)을 보내며, 살고 있는 집의 서쪽에 한 채의 집을 두고 평일에 서방(西方 불교)에 마음을 두어, 입으로 그 세계의 주(主) 이름을 부르면서 오래도록 기뻐하고 섬기기를 참된 불교도같이 하였습니다. 그러나 술을 마시고 빈객을 사랑하는 것은 오히려 전일과 같습니다. 선생이 그곳에 올 길이 없으나 가군이 선생을 생각하는 마음은 잠시도 그만둘 때가 없습니다. 만약 선생의 한 말씀을 얻어 정침(正寢) 벽에 걸게 되면 이는 가군이 날마다 선생의 얼굴을 대하는 것같아서 다소나마 그 잊지 못하는 정을 위로할 것이니, 원하건대 이를 이름짓고 또 그 뜻을 부연하여 주십시오.” 하였다.
나는 말하기를, “공(公)은 나와 함께 놀던 분이다. 그 세상을 경시하고 뜻을 숭상함은 비록 옛날의 고사(高士)라 할지라도 이에 지나지 못할 것이니, 아마도 대대로 벼슬하던 집 후손으로서 벼슬이 현달하지 못한 것은 사세의 필연한 바 있다 할 것이다.” 하고, 그 형세와 전망을 물으니 넓은 들과 큰 냇물이 있으며, 금오산(金鼇山)은 그 남쪽에 있고, 직지산(直指山)은 그 서쪽에 있으며, 동북쪽은 여러 산이 나즈막히 처마 밖에 읍(揖)하고 있는데, 집 앞에 못을 파고 연꽃과 버드나무를 심어, 그의 사모하는 바의 공허한 경지와 의탁하는 바의 은거(隱居)한 정취에 붙인다 하니, 공허의 경지란 곧 이른바 서방이요, 은거는 진(晉)의 처사(處士 도잠을 말함)를 말함이다. 흐르는 물에 임하여 달을 바라보면 심정과 흥취가 유연할 것이니, 비록 우리 유가의 사람 이라 할지라도 어찌 이씨의 부자 사이에 미치겠는가. 비록 그 뜻이 세상을 버리고 멀리 서방사람을 사모하는 데 있으나, 우리의 대도(大道)를 붙들어 세워서 자애하고 효도하는 기풍을 일으키고, 한 시골의 풍속을 선량하게 할 것을 가히 알 것이니, 송월당에 기(記)가 없을 수 없다.
병든 지 오래이므로 휴퇴(休退)를 빌어 장차 함창(咸昌)에서 늙고저 하나 아직 이루지 못하였다. 만약 하늘의 복으로 원하는 바를 얻는다면 필마로 왕래하며 백 리의 산천과 한 통 술의 풍월로 마땅히 옛날에 서로 좇아 놀던 즐거움을 펴볼 것이요, 크게 송월당(送月堂) 시(詩) 한 편을 지어 공을 위하여 노래할 것이다. 술잔을 멈추고 한번 묻노니 달을 운행하는 신은 잠깐 그 세월을 천천히 가게 해주겠는가. 소윤의 이름은 앙(?)이니, 곧 나의 인친(姻親)이다. 이것으로 기문을 삼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