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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장 쓰기 (상)

천하한량 2007. 3. 29. 17:01
유언장 쓰기 (상)
 
유언장을 쓴다는 것은 꼭 배우자나 자식들에게 남길 재산을 잘 나누라고 증서를 작성하여 남기는 행위라고만 할 수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자기의 삶을 돌아보며 앞으로 남은 삶이 얼마이든 간에 자기가 원하고 기대하는 모습의 죽음과 만나기를 지금부터 기도(祈禱)하고 그렇게 차근차근히 준비하게 하는 것을 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역사에 명멸했던 여러 사람의 남아있는 유언 답사기(?)를 섭렵해 보고 마지막으로 내가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남기고 싶은 내 자신의 유언장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러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조선블로그에 올린  박신님의 <Last Samurai의 추억>이란 글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
 

 
벚꽃은 나무에 붙여 있을 때도 화려하지만 마지막 사무라이가 죽어가는 마당에도 완벽하다고 감탄했듯이 바람에 날려 눈송이처럼 휘날릴 때가 정말로 더 화려한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죽음이 가장 화려해 가장 사랑 받는 꽃이 된 셈입니다.
 
인생도 벚꽃 같이 산다면 완벽한 삶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화려하게 세상의 주목을 끌어라는 뜻이 아닙니다. 흔히 말하듯이 짧고 굵게 살아라는 뜻도 아닙니다. 죽음이 더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마지막까지 열정을 바치고, 아니 더 바쳐서, 아니 몽땅 다 바쳐서 자기가 이루고자 하는 일을 이루는 인생 말입니다.
 
마치 그 사무라이가 밀려오는 대세를 거역하고 자기만의 고집을 끝까지 고수하면서 기꺼이 자기 방식대로만 죽어 갔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사람들로부터 죽은 이후에 오히려 더 기억에 남는 자가 되었듯이 말입니다.
 
누군가 죽을 준비가 되어 있는 자가 비로소 살 준비가 되어있다고 했습니다. 생명 보험에 들고 재산 정리를 하고 유서를 미리 마련해 두거나 아니면 자살을 준비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다른 말로 자기 전 생명을 걸고서라도 진정으로 하고 싶고, 꼭 해야만 하고, 또 자기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라는 것입니다. 이만큼 행복하고 화려한 인생이 따로 있을까요?
 
 
현문사 간행(1976년) 한국어 대사전에 보니 유언(遺言)이란 이런 뜻을 가진 말로 풀이되어있다.
 
(1)      죽음에 임하여 가족들에게 부탁하여 남기는 말 .유음(遺音)  ones  last  words
(2)      (법률) 자기의 사망으로 인하여 효력을 발생시킬 것으로 하여 일정한 방식에 따라서 행하는
       상대방 없는 단독의 의사 표시, 17세 이상의 사람은 누구나 할 수 있으며 금치산자(禁治産者)
       나 한정치산자(限定治産者)라도 단독으로 할 수 있음. 유언은 일정한 방식에 따라야 하며
       그 방식에는 자필증서(自筆證書), 녹음(錄音), 공증증서(公證證書), 비밀증서(秘密證書),
       구수증서(口授證書) 등의 다섯 가지가 있음.   ones  will
 
 
여기에 발표한 유언장이 나중 이런 법률적 효력을 지닌 유언증서에 해당될 수도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일찌감치 구상 시인은 이런 음울한 제목의 유언이라는 시를 써서 인간의 시덥잖은 망자에
대한 기억의 조각들로 묘비 까지도 세울 필요가 없이 사랑하는 몇 사람의 입술에서 입술로 어느 때 어떻게 살았노라고 전설처럼 전해지면 족하다고 했다.
 
망각의 먼 길 떠나고 나면 입술에 오르내리는 날이 정말 몇 날이나 가랴 !
없으면 한시도 못 살 것 같이 내 너 되고 너 나 되어 살자던 임 조차도 눈에 뵈지 않으면 금방 산 자의 기억에서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던가
 
가마귀 떼 우짖어
날으는 어느 아침에

내 시체를 메어다
행길 마루에 버리고

오가는 길손들이
서낭당처럼

조약돌 한 개씩만
풀매케 하라.

묘비(墓碑)도
비명(碑銘)도 다 싫고

===================================================================
 
1.  서양에서 더듬어 보는 유언 답사
 
<장면 1  쏘크라테스의 유언 >
             악법도 법이다.
 
기원전 469년 아테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목동의 신(神)이라 일컬어지는 판(Pan)신을 비난하고 공격했다가 이 지경으로 독배형을 당하게 된 것이다. 판신은 다리는 염소의 것이고 머리에는 뿔이 나있고 항상 혀를 내밀고 웃는 모습이다.
 
이 신은 쓸모없는 신이요, 나아가 존재하지 않는다
 
쏘크라테스는 이렇게 진실을 말했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게도 신관들이 제소하여 국시에 위반된다는 심판을 받고 쏘크라테스는 사형당한 것이다. 정말 종교성이 많은 것인지, 어리석은 것인지, 미친 것인지 모르겠다.

소크라테스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유언을 했다.
 
미뇽 내가 아스클레피어스에게 닭 한 마리 빚진 것이 있으니 갚아주게!
 
그리고 그의 친구들이 손을 써서 쏘크라테스를 빼내려 하자, 쏘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말로 거절했다.
 
법이 나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여 내가 이익을 보기도 했다. 그러니 법이 나에게 불리하게 작용해도 나는 따라야 한다
 
정말 세계 4대 성인의 반열에 오르기에 충분하다.
 
<장면 2  알렉산더 대왕의 유언>
 
33세의 젊은 알렉산더 대왕(BC 356~BC 323)은 자기의 임종을 앞두고 자신이 죽거든 양 손을 관 밖에 내놓아 남들이 볼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는데 그리스에서 인도에 이르는 348만 평방 킬로미터의 대제국을 건설한 대왕의 유언치고는 너무 소박한 것이었다. 그는 “천하를 쥐었던 알렉산더도 떠날 때는 빈손으로 간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알렉산더 대왕 348만, 히틀러 219만, 나폴레옹 115만…. 세계사에 등장하는 정복자들이 차지한 땅 면적을 평방 킬로미터로 계산 한 수치다. 그들을 단숨에 능가하는 인물이라면 몽골의 징기스칸이 있다. 그는 총 777만 평방 킬로미터를 지배했다.
 
<장면 3 엘리자벳 브라우닝의 사랑>
            주의 부름 받더라도 죽어서 더욱 사랑하리다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구요? ----------------E. 브라우닝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구요? 헤아려 보죠.
비록 그 빛 안보여도 존재의 끝과
영원한 영광에 내 영혼 이를 수 있는
그 도달할 수 있는 곳까지 사랑합니다.
태양 밑에서나 또는 촛불 아래서나,
나날의 얇은 경계까지도 사랑합니다.
권리를 주장하듯 자유롭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친찬에서 돌아서듯 순수하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옛 슬픔에 쏟았던 정열로써 사랑하고
내 어릴적 믿음으로 사랑합니다.
세상 떠난 성인들과 더불어 사랑하고,
잃은 줄만 여겼던 사랑으로써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의 한평생 숨결과 미소와 눈믈로써 당신을 사랑 합니다.
주의 부름받더라도
죽어서 더욱 사랑하리다.

크리스티나 로제티와 영국의 여류시인으로 쌍벽을 이룬다고 칭송을 받는
엘리자베쓰 브라우닝(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처) 의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구요?' 의
마지막 절 '죽어서 더욱 사랑하리라'는 다짐은 다시 말하면 죽으면 더욱 사랑하겠다는 뜻 보다 살았을 때 나날이 더욱 사랑해 왔던 것처럼 죽어서 계속되는 끝 없는 세월과 더불어 더욱 더 사랑을 계속해서 키워가리라는 시인의 다짐이라 보여진다.
 

< 장면  4  크리스티나 로젯티의 시 >
               아니, 잊으시려면 잊어주셔요.
               아니, 어쩌면 잊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죽거든 ---------------------------- C.G. 로제티

사랑하는 사람아, 내가 죽거든
나를 위해 슬픈 노래 부르지 마셔요.
머리맡에 장미 심어 꽃 피우지 말고
그늘지는 사이프르스도 심지 말아요.
비를 맞고 이슬에 담뿍 젖어서
다만 푸른 풀만이 자라게 하셔요.
그리고 그대가 원한다면 나를 생각해줘요.
아니, 잊으시려면 잊어주셔요.

나는 나무 그늘을 보지 않겠고
비 내리는 것도 느끼지 않겠어요.
나이팅게일 새의 구슬픈 울음 소리도
나는 듣지 않으렵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또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 누워 있어 꿈을 꾸면서
나는 그대를 생각하고 있으렵니다.
아니, 어쩌면 잊을지도 모릅니다.

크리스티나 로제티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랑받고 있는 그의 대표시
내가 죽거든 에서

그리고 그대가 원한다면 나를 생각해줘요.
아니, 잊으시려면 잊어주셔요.

그녀는 첫 소절의 끝머리에서 잊어도 좋다고 하고서는 우리들의 왼쪽 뺨을 슬쩍 때리고는
또 마지막 절에서

나는 그대를 생각하고 있으렵니다.
아니, 어쩌면 잊을지도 모릅니다.

하고는 왼쪽 뺨을 때리던 그 손으로 우리들의 오른뺨까지 후려친다..

언뜻 보면
비록 원하거들랑 이라고 자기 애인의 자유선택을 허용하고 있는 듯 하지만
시인은 사랑의 욕심이 대단한 참으로 무서운 여자이다.
왜냐하면

먼저 나를 생각해 줘요 라고 하고는 그러면 나도 그대를 생각하고 있으렵니다
라고 조건을 건다.
잊으려면 잊어도 좋다고 한 댓귀에서는 당신이 나를 잊어버리는데
나라고 무슨 죽어서도 정절을 지킬까 보냐 나도 당신처럼 잊어버리겠다
라는 위협(?)과 시인의 이기(
利己)가 함께 누워 있음을 보여준다.

뭐 당신이 잊든 말든 죽어서도 한결같이 당신을 사랑하겠다는
엘리자베쓰의 사랑을 참 사랑이라고 온 세월로 친숙해진 우리들의 양 뺨을 때리면서
로젯티는 여기서 간단없이 꿈 깨라고 속삭인다.

사랑은 당신에 대한 얽매임입니까 아니면 풀어줌입니까 라는 끊임 없는 질문을
크리스티나 로젯티와 엘리자베쓰 브라우닝은 우리들에게 던지고 있다.

< 장면 5 줄리언 벨의 유언 >
             아름다운 애인을 두는 것, 전쟁터에 나가는 것
 
1937년 스페인 내란의 전쟁터에서 환자를 후송하는 앰뷸런스의 운전사로 일하던 시인 줄리언 벨은 독일 비행기의 폭격을 받고 죽어갑니다. 그때 다음과 같이 간호사에게 유언을 남깁니다.
 
나는 평생 두 가지를 바랐소. 아름다운 애인을 두는 것과 전쟁터에 나가는 것. 둘 다 이루었으니 더 바랄 게 없소.
 
<장면 6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의 기도>
             내 인생을 헛되이 살지 않았노라
 
자기 자신에게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게 하시고 겸허한 마음을 갖게 하시사 참된 위대성은 소박함에 있음을 알게 하시고 참된 지혜는 열린 마음에 있으며 참된 힘은 온유함에 있음을 명심하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어느 날 나 아버지는 내 인생을 헛되이 살지 않았노라고 고백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시옵소서. 아멘.  -아들을 위한 기도 중에서
 
 
<장면 7  드와이트 아이젠하우워 대통령의 임종>
             나는 이제 하나님을 만날 준비가 되었습니다.
 
아이젠하워 (Dwight D. Eigenhower, 1890-1969) 대통령은 마지막 임종의 순간을 월터리드 미육군 병원에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 빌리 그래함 목사가 그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30분의 면회 시간을 마친 후 병실 문을 나서려는 빌리 그래함 목사를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붙잡고 조금만 더 있다가 가라고 부탁을 하였습니다.
 
"아니.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라고 빌리 그래함 목사가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나님을 어떻게 만나야 할지 제게는 확신이 없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이 아이젠하워의 마지막 부탁입니다."
 
빌리 그래함 목사는 가방에서 성경을 꺼내어 어떻게 죄 사함을 받을 수가 있으며, 어떻게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빌리 그래함 목사님의 인도를 통해서 함께 기도가 끝났을 때에 아이젠하워는 이렇게 마지막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빌리그래함 목사님. 감사합니다.
나는 이제 하나님을 만날 준비가 되었습니다."
 
이 순간의 아이젠하워의 모습은 내가 숨을 거두기 직전 꼭 닮고 싶은 모습이다.
 
 
<장면 8 오드리 햅번의 유언>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으면..
좋은 점을 보아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으면..
하루에 한번 어린이가 너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

아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으면..
결코 혼자 걷고 있지 않음을 명심해서 걸어라.
사람들은 상처로부터 복구되어져야 하며,
낡은 것으로부터 새로워져야 하고,
병으로부터 회복되어야 하고,
무지함으로부터 교화되어야 한다.

, 고통으로부터 구원받아야 하고,
결코 누구도 버려져서는 안된다.
만약 도움을 주는 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너의 끝에 있는 손을 사용하라
너의 나이가 들면
손이 두개라는 것을 발견하게 것이다.
한손은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손은 다른 사람들 돕는 손이라는 사실을..

< 장면 9  영화 "Phenomenon" 에서 조지가 애인 앞에 던지는 질문>
 
조지는 또 뇌종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이 되었음을 알고 사랑하는 애인에게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나를 사랑해줄 수 있겠는가?"
그러자 그 애인은 단번에 "No"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을 고쳐 대답했습니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당신을 사랑하겠다."
즉 당신이 죽을 동안만이 아니라
그 이후 자기가 죽을 때까지 평생에 걸쳐 오직 당신만을 사랑하겠다는 뜻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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