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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贊) 무능거사 찬 병서(無能居士贊幷序) -이색(李穡)-

천하한량 2007. 3. 24. 05:47

찬(贊)
 
 
무능거사 찬 병서(無能居士贊幷序)
 

밀양군 박공(密陽君朴公)이 나에게 말하기를, “선왕의 스승인 태고 국사(太古國師)가 성량(成亮)의 호를 무능(無能)이라고 지어 주었다. 선왕조에서 붓을 잡던 사람으로는 오직 공만이 남았으니 다행히 한 말씀을 주어 그 뜻을 설명하여 달라.” 하였다. 내가 생각하건대, 공이 총릉(聰陵)을 섬길 때에 매우 사랑을 받았고 강도(江都)로 양위(讓位)하고 나앉은 뒤에도 조금도 곁을 떠나지 아니하여 사람은 그 의리에 감복하였다. 공민왕에게 사랑을 받아, 왕명을 출납하는 신하가 되어서 삼가하며 조심한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임금께서 그를 중추(中樞)에 승진시켰으나 영화로운 이름을 즐겨하지 않고 다만 능묘(陵廟)와 불사만을 자기의 임무로 생각하여, 10년이 넘도록 하루같이 지내면서도 그 마음이 오히려 그치지 아니하였으니, 그 충성이 지극하였다. 대저 사람이 사람 노릇을 한다는 것은 충성과 의리가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그가 하는 일이 세상을 놀래며 세속에 놀랄 만한 것을 한다 할지라도 이것이 없다면 아무 것도 귀중히 여길 것이 못 된다. 공의 평생을 보면, 임금을 섬김에는 그 충성을 다하며 부처를 섬김에는 그 도를 다하였으니, 아무리 무능하다 할지라도 나는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법은 공허하며 고요한 것이다. 공허하고 고요한 가운데에는 범인도 없고 성인도 없으며, 형태도 없고 이름도 없는 것이니 어찌 능(能)과 소(所)가 있겠는가. 능과 소가 있다면 지극한 도가 아니다. 태고(太古)가 공에게 기대한 것이 깊었던 것이다. 나는 이런 일을 아는 사람이 아니다. 우선 약간 들은 것을 가지고 대략 서술하였다. 그 찬에 이르기를,
본사(本師)에게 인(仁)을 받았으며 초조(初祖)에게 은혜를 입었다. 공허하며 적적한 가운데서 사마귀처럼 달려 있고 혹처럼 붙었도다. 공만은 이런 것이 없었기 때문에 걸음마다 바람이 일어났다. 누가 능히 공을 알아주리오. 태고(太古) 한 사람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