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贊)
식목수 찬 병서(息牧?贊 幷序 )
식목(息牧)이란 말은 어디서 나온 말인지 알 수 없다. 중암(中庵)이 이르기를, “소는 사람이 기르는 가축이다. 그것을 먹이면 곧 그의 명대로 살 것이나 먹이지 않으면 곧 죽어버릴 것이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지금 사람이 남에게서 소나 양을 받아서 그것을 기른다면 반드시 먹이와 꼴을 구할 것이다. 먹이와 꼴을 구하여 얻지 못한다면 곧 그것을 돌려주어야 되느냐, 아니면 서서 그들이 죽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느냐” 하였다. 나의 스승인 석가모니께서 세상에 나타나실 적에 중생을 보고 소와 같이 생각하였다. 중생은 무명(無明)에 지배를 받고 육도(六道)로 헤매는 것이 꼭 발정한 마소와 같았다. 우리 스님은 여러 방편으로 그들을 올바른 지식으로 인도하시어 그들로 하여 배부르고 살찌게 하며 그 몸이 마칠 때가지 걱정이 없게 하셨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곧 우리 스님은 목자였고 중생은 소였다. 중생은 감정과 지식은, 높고 낮음이 있고, 지위가 얕고 깊음이 있다. 그러므로 소의 빛깔을 가지고 이것을 구별하였다. 악도 한가지며 선도 한가지다. 그러므로 소는 순전히 검정 것도 있으며 순전히 흰 것도 있다. 혹은 선에 치우치기도 하며 혹은 악에 치우치기도 한다. 그러므로 소도 반쯤 흰 것과 반쯤 검은 것이 있다. 중생이 인품은 네가지가 있는데 우리 스님은 열가지 힘으로 이를 기른다. 소가 비록 아는 것이 없으나 목자에 따르지 않을 수 없으며, 중생이 비록 무지하나 우리 스님에게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이 그림은 다섯가지의 흐린 상태를 분명히 깨우친 것이므로 나는 이것으로 나의 호를 삼은 것이니 그대는 행여 나를 위하여 찬을 지어 주면 마땅히, 아침저녁으로 이것을 보고 스스로 경계하려 하노라.” 하였다. 내가 이르기를, “나는 아직까지 이런 말을 듣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 이치가 분명하고 그 비유가 매우 근사하다. 중국의 성인이 하늘을 계승하여 도를 베풀 때에 사도(司徒)라는 직책과 전악(典樂)이라는 벼슬이 사람에게 중화의 덕을 가르치어 그 기질이 치우친 것을 바로 잡아 주던 방법이 태양이나 별처럼 환하였다. 그러나 세상이 변하고 풍속이 달라져서 사치하고 간사하며 화려하고, 교만하며, 방탕하여 과장하게 되었으니 이것은 무슨 까닭인가. 성인이 계속하여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석가모니가 나타난 적도 또한 드물었다. 소가 목자를 따르지 않는 것쯤은 무슨 책할 것이 있는가.” 하였다. 중암(中庵)은 일본(日本) 사람이다. 식목(息牧)이라고 호를 지은 것은 곧 공부도 아니하며 하는 것도 없는 한가한 도인(道人)이다. 나는 그를 매우 존경한다. 인하여 찬(贊)을 지었다. 이르기를 “저 어떠한 사람인데, 도롱이와 삿갓으로 소를 먹이네 팔을 휘둘러 지휘하니 소는 살찌고 튼실하다. 따라서 올라가니 풀도 좋은 평원일세. 태평한 풍월은 동자의 짧은 피리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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